[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1대 대선에서 정치권이 성평등 의제를 외면하고 참담한 성평등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울려퍼진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벌써 잊었느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젊은 남성을 의식한 선거공학적 논리로 성차별 현실을 당연시 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면 대다수 후보들이 성평등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여성 소상공인 안전 강화' '일하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 조성' '공공기관 성별 평등지표 반영' 등을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 '육아부부 부담 덜기'를 공약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준석 후보가 1번 공약을 내세운 데 이어 김문수 후보의 가세가 예고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복지부와 내무부(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반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여가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권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 개헌' '비동의 강간죄 도입' '낙태죄 대체 입법' 을 약속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14일 연합뉴스에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여가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 국가성평등지수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텐데 이번 대선 공약에서도 여성정책이나 성평등 정책은 외면받았다"며 "남은 대선 기간에라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강화나 노동 시장에서 성평등 보장 등 관련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하던 중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에 대해 "'미스 가락시장' 이렇게 좀 뽑았으면. 가락시장 홍보대사로 임명장도 하나"라고 말해 '여성을 장식품으로 보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군 복무 경력을 호봉으로 반영하겠다는 이재명 후보 공약에 항의하는 유권자에게 "여성에겐 출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인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김문수 의원은 선대위 유세본부 부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15일 한국일보는 사설 <'성평등 공약' 실종에 막말까지… 시대 역행하는 대선>에서 "2030세대 여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모든 연령·성별 중 가장 많이 참석한 건 안전한 세상에 대한 갈망과 성평등 정책을 퇴행시킨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며 "이 같은 민심을 경청하고 정책화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으며, 대선은 관련 공약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장이 돼야 한다. 그러나 성평등 공약은 명백하게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민주화 이후 성평등 이슈가 민주당 주요 의제에서 제외된 건 처음이다. 김문수 후보도 성평등 공약이 전무하고, 이준석 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주요 공약에 올렸다"며 "권영국 후보가 유일하게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낙태죄 대체 입법 등 여성 목소리를 반영한 공약을 내놨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김문수 후보의 '미스 가락시장', 김문수 의원의 '출산 가산점' 발언을 두고 "선거 초반 나타난 정치권의 성평등 인식은 참담하다.(중략)이러니 정치가 나라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란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국일보는 "성평등과 다양성 보장은 인권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경제적 효과도 확연해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뚜렷한 추세"라며 "'젊은 남성 표심 이탈' 운운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질뿐더러 여성 표심을 무시하는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이 후퇴시킨 성평등, 대선서도 뒷전인 여성 의제>에서 "윤석열 탄핵 광장을 뜨겁게 지키고 세상 변화와 성평등을 갈망하던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는 벌써 잊은 것인가"라며 "이번 대선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면서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고, 끝내 새만금 잼버리 사태 후 여가부를 장관이 공석인 '식물 부처'로 만든 윤석열이 파면돼 치르는 선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그렇잖아도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여 만에 '국가성평등지수'는 사상 처음 뒷걸음쳤다. 유리천장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이고 남녀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큰 데서 보듯 구조적 불평등도 심각하다"며 "후보들은 선거공학 논리로 여성 의제를 외면하거나 역주행하지 말고,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방치된 여성 정책을 보완·신장하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여성 의제 실종된 대선, 그 이유가 뭔가>에서 "6·3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주요 정당의 10대 공약에서 여성·젠더 공약이 제외되는 등 여성·성평등 의제가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성평등 공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성차별적 발언 논란이 메우는 모습"이라며 "성평등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새겨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는 등 여성·성평등 정책을 크게 퇴보시켜왔다. 2030 여성들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 대거 참여한 것도 이런 퇴행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며 "그저 대선 표심에 급급해 여성 주권자가 직면한 성차별 현실을 외면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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