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사태가 점점 황당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몇몇 인사들과 회동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는 설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인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지난 5월에 제기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문제는 최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기점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자진사퇴’와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정청래 대표가 직접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부정한 이후 상황은 지리멸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우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해명은 거짓’이라는 취지의 반론 근거를 제시해야 의혹 제기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그런 흐름이라 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추가 근거를 내놓기보다는 ‘특검 수사를 받으라’는 등 호통을 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대응은 사실상 추가로 밝힐 근거가 없을 때 주로 취하는 방식이다.
최초 의혹을 제기한 주체인 유튜브 채널이 설명하는 바도 근거가 강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해당 채널의 운영자는 조선일보에 “그 제보자의 (4인 회동설) 이야기는 자기가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하는 전언이고,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니까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유튜브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확인되지 않는 사안이고 설(소문)일 수밖에 없다”, “영화나 드라마도 허구란 점을 미리 밝히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애초 이 주장이 나온 유튜브 채널의 코너 이름은 ‘굥짜장썰뎐’인데, 유튜브 소재 중에서도 정면으로 다룰 만큼 신뢰도가 갖춰지지 못한 주제를 다루는 코너로 보인다. 실제 이 카테고리로 묶인 콘텐츠 내용을 확인해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얘기도 다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상대에 반론과 결집의 빌미만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제2의 청담동 의혹’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비판적 입장을 가졌던 사법부 내부 인사나 법조계, 시민사회 등도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애초 사법부에 대한 의구심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불거졌다. 첫째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받았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이례적 형태로 진행되었다는 것인데, 이게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 아니었냐는 거다. 둘째는 현재 윤석열의 내란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가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법리를 동원해 윤석열 구속 취소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대목은 사법부 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어 충분히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이 문제제기가 ‘정파적 의도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 교체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경계해야 하는데, 사법개혁 논의 전체를 정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대법관 증원을 비롯해 사법개혁 관련 여러 의제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혁 그 자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개혁을 명분으로 한 사법부 장악’ 등의 주장에 힘이 쏠리게 되면 개혁은 사실상 실패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전 정권의 사례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여기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근거가 부실한 공격은 ‘개혁을 명분으로 한 사법부 장악’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현재 제기된 의혹은 근거가 확실하다면 사퇴 촉구뿐만이 아니라 좀 더 내용을 보강해 탄핵 소추도 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여러 면에서 무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스피커 볼륨을 높이는 가운데, 내란전담재판부 입법 추진 등 여러 사안이 겹쳐 이런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도가 되고 있지만 내란전담재판부 등도 실제 입법을 진행하다 보면 위헌 소지가 있는 대목은 손질하거나 절충이 불가피하다. 그게 지지층 내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을 ‘조희대 사퇴론’의 볼륨을 키워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방법보다는 집권 세력으로서 통치 책임성을 더 강하게 피력하고 지지층 및 국민에 대한 설득에 나서는 것이 정공법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 실제로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의혹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고 공개 타이밍을 판단할 뿐이라면 조속한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이대로는 혼란을 키워 무책임하다는 이미지만 강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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