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인권·시민사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서울 퀴어문화축제 불참 결정을 비판하며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인권위에 축제 불참 경위를 밝히라는 공개질의서와 항의서를 전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무지개행동·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30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적 국가인권기구로서 마땅히 인권과 사회적 소수자의 편에 서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나아가 기계적 중립만을 앞세우며 실제로는 혐오와 차별에 동조하고 있다”며 “혐오 앞에 중립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무지개 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한 '혐오 앞에 중립운운 안창호 국가인권위 규탄 및 공개 질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무지개 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한 '혐오 앞에 중립운운 안창호 국가인권위 규탄 및 공개 질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권위는 28일 “서울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반대집회를 여는 기독교 단체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양측으로부터 행사 부스 운영 등 지원 요청을 받았다”며 “그러나 인권위는 입장이 다른 양측의 행사 중 어느 한쪽의 행사만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아 양측 모두의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설치하고 행사에 참여해왔다.

첫 발언자로 나선 명숙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인권위가 서울퀴어문화축제 불참을 결정한 해명글을 보고 정말 안창호 위원장의 전력을 볼 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담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기사에 날 정도로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고, 이후 헌법재판관이 된 후에도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인권위 벽에 있던 ‘차별과 혐오’라는 글자조차 떼어버릴 정도다. 그래서 안창호 위원장 임명 후 첫 진정이 안창호 씨의 혐오발언 아닌가”라며 “왜 인권위원장이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 편견과 반인권적 언행을 지속할 것이라면 왜 인권위원장직에 계속 있는가. 당장 내려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인권위는 국가기관이 성소수자와 함께 연대하고 인권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는 유일한 기관이었다”면서 “중립을 운운하는 인권위의 입장은 그 자체로 혐오를 정당화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20여 년간 인권위가 해온 역사를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중립을 말하는 인권위 입장은 그 자체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3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전원위원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규탄 시위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13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전원위원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규탄 시위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안창호는 위원장이랍시고, 중립을 운운하며, 지난 30여 년 동안 목숨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우리는 광장을 통해 확인했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대는 차별에 대해 눈감고, 평등을 유예시키는 정치는 점점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안창호 당신도 늦지 않았다. 위원장으로서가 아닌 스스로 자연인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차별이 어떻게 공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당신이 있을 자리는 인권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양선우 서울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은 “‘혐오와 차별을 넘어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라는 슬로건은 인권위가 국민에게 천명한 약속”이라며 “차별과 혐오를 중립이라 말하는 것은 결국 혐오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시민단체는 이날 인권위에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 공개질의 및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인권위는 어떻게 혐오세력 행사에 초청을 받게 되었는지, 어떤 경위로 2017년부터 참여해 온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확실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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