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박정희 유신체제 당시 강제 해직당한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결성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가 50년 여정을 끝으로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선언했다. 동아투위는 “강제 해직으로 겪은 수난과 평생에 걸친 울분을 이제 가슴에 묻고 동아일보의 행태를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면서 “후배들의 자유언론실천 투쟁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동아투위로 남겠다”고 밝혔다.
17일 동아투위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결성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1974년 10월 24일, 정부 언론 통제·탄압이 거세지자 동아일보 기자 등 180여 명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은 기업에 ‘동아일보와의 광고 계약을 해지하라’고 압력을 넣었고, 1975년 3월 17일 동아일보는 언론인 100여 명을 강제 해직했다. 해직된 언론인들은 같은 날 동아투위를 결성해 복직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왔다.

동아투위는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은 50년 전 술 취한 폭도들이 창문을 깨고 편집국 방송국으로 난입하던 장면을 2024년 12월 3일 계엄군이 국회 본관의 유리창을 깨부수는 장면으로 다시 보게 된 것”이라며 “윤석열의 계엄포고령 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반세기 전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몸서리쳤던 우리가 그 끔찍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했다.
동아투위는 동아일보에 사과를 요구했다. 동아투위는 “정권에 굴복해 언론인 113명을 대량 해직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아일보의 사과 한번이 없었다는 것은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며 “동아투위는 고인이 된 마흔한 분과 생존자 모두를 대상으로 합당한 명예회복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1975년 3월 17일 언론인 대량 축출에 대한 해결 없이 동아일보가 어찌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아직까지 해직 기자들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동아투위 위원 113명 중 41명이 작고했다.
동아투위는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장악에 나섰던 윤석열 정권의 말로를 보며 다시금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는 명제를 확인했다”며 “우리를 쫓아냈던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이나 신군부의 총칼로 언론을 옥죄었던 전두환 정권이나 그 끝은 모두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우리가 동아일보에서 사옥 밖으로 쫓겨난 직후인 1975년 5월 13일에 긴급조치 9호가 발령됐다”면서 “지난 50년 동안 지키려고 몸부림친 자유 언론 투쟁이 헛고생이었는가 가끔 의심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부영 위원장은 “그러나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킨 시민들의 국회 사수, 국회의원들의 목숨을 건 계엄 해제 결의 등을 주목해야 한다”며 “반유신 체제 운동과 5.18 광주민주항쟁, 1987년 민주대항쟁과 몇 차례 정권 교체 과정에 우리 동아투위 운동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동아투위는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이어 그 선언을 현장에서 투쟁으로 강력히 옮기다 강제 해직됐고, 강제 해직 뒤에는 자유언론실천투쟁,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여왔다”며 “동아투위 위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잡던 그 시절 그 자리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 고난의 세월을 거치면서 정의로운 투쟁으로 우리 언론사에 아주 위대한 유산을 이루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동아투위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국민이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언론 자유와 저널리즘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엄중한 심판을 받고 응분의 처벌을 받을 때까지, 그리고 언론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을 멈춰 세우고 언론 자유와 저널리즘의 본연의 모습을 확립할 때까지 동아투위 선배님들과 후배들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신홍범 조선투위 신임위원장은 “고난을 당하면서도 동아투위는 굽힘 없이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걸어왔다”며 “언론계의 후배들이 탄압을 하다 좌절하고 길을 잃었을 때 그들은 동아투위를 보고 용기를 얻고 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투위는 조선투위와 함께 쓴 회고록 <우리는 아직 거리에>를 발간했다. 동아투위는 “50년 동안 매년 3월 17일 동아일보 앞에서 열었던 규탄집회를 더 이상 열지 않고 영원한 동아투위로 남아 후배들의 자유언론실천 투쟁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동아투위로 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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