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더 나쁜 보도는 '팩트'를 취사선택해 사법부 불신을 야기하는 기사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12.3 내란 사태 속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로 유시민 작가,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박성태 사람과 사회연구소 실장(전 JTBC 기자)이 참여했다. 

10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10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김희원 실장은 ‘부정선거 음모론’ ‘헌법재판소 좌편향’ 등 역사강사 전한길 씨의 극우적 발언을 비판없이 전달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희원 실장은 “왜 받아 써줘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마이크를 대줄 필요가 없는 사람한테 마이크를 대주는 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20년 넘게 (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속보를 띄우고 조회수를 가져가는 영업을 해온 것에 너무 익숙해져 뉴스 가치가 없는 곳에 마이크를 대주지 말라고 하는 원칙과 규범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희원 실장은 “진짜 나쁜 보도는 따로 있다. 팩트를 교묘하게 취사 선택하거나 왜곡해서 내란을 정당화하고 사법부 불신을 야기하는 기사들”이라며 조선일보의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 기사를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서부지법 폭동’ 발생 나흘 뒤인 지난달 23일부터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사법부의 신뢰 하락이 폭동을 불렀다는 시리즈 기사를 게재했다. 

김희원 실장은 “(기사에) 서부지법 폭도들, 그들을 부추긴 유튜버랑 목사님, 그거에 뒷배가 돼 준 정치인들은 다 어디 가고 야당과 사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는 이런 시리즈가 어떻게 이런 시국에 나오냐”면서 “이런 보도가 진짜 나쁜 보도라고 생각하고, (탄핵 반대)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10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유시민 작가는 “자기들은 그게 옳다고 믿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내란 세력과 호헌 세력 사이에서도 공정하고 중립적인 것이다. 에일리언이 쳐들어와도 호모사피엔스와 에일리언 사이에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시민 작가는 “언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이 제도에 몸담고 있는 언론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한 행위에 대해서도 중립적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작가는 “언론의 상호 비판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태 실장은 최근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선을 넘은 주장들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상식의 틀이 깨졌다는 생각”이라며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극단주의적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 경계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 양극화가 훨씬 심화됐다”라고 진단했다.

박성태 실장은 유튜버를 통해 극우 여론이 조직화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연결되면 한 300만 명 정도 되는데, 그러면 엄청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이번 서부지법 폭동 같은 과거에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을 함께하는 상황까지 갔다"라고 말했다. 

10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사진=MBC)
10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 갈무리 (사진=MBC)

정준희 겸임교수는 ‘언론이 야당의 비상계엄 경고를 단순 음모론 취급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겸임교수는 “언론이 (비상계엄 준비를) 알아내기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대다수 언론은 ‘또 근거없는 음모론을 들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며 민주당 비판에 올인했다. 나름대로 정보 접근성을 갖고 있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또 또 음모론’이라고 비판한 것은 명백한 정파적 편향이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원 실장은 “(당시 야당의 비상계엄 의혹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계엄 의혹을 취재하지 않은 것보다 그 전에 충분히 문제적이었던 ‘반국가 세력’ ‘공산전체주의 세력’ 등 상식을 뛰어넘는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비판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걸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레거시 언론에 대한 논의가 시대에 뒤떨어진 논의인가’라는 질문에 정준희 겸임 교수는 “기성언론이 망가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좋지 않다”며 “아무리 유튜브 저널리즘이 발전하고 비평 언론이 발전한다 해도 사실을 공급하는 것은 기성 언론의 취재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수원이 오염돼 있으면 거기에 대한 해석이나 비판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