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경영계획서 대리작성 지시’ 의혹에 이어 지원서도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서기석 이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징수율이 80% 이상 된다는 것은 박민 사장의 대단한 공적”이라고 거들었다.
23일 KBS 이사회 사장 면접 심사에서 김찬태 이사는 박민 사장에게 “사장 지원서를 본인이 작성한 것 맞냐”고 물었다. 이에 박 지원자는 “제가 (지원서를) 다운받아 온 것에 대해 정리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건 아니지 않냐”면서 “경영계획서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지적이 나왔듯이 만약 근무시간에 행해졌다면 그 직원은 사적인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지원자는 “그 친구를 불러 일일이 확인을 했는데 대부분 거의 예외 없이 근무 시간이 아니거나 추석, 휴가 때 작성된 것”이라며 "로우 파일을 보면 나오니까 나중에 확인해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지원자는 “이사님들이 제 경영계획서나 지원서가 다른 두 분에 비해 좀 더 구체적이라고 점수를 더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제가 내놓은 결과를 갖고 연임을 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지원자는 ‘사장직을 유지하면서 지원해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공모 과정과 절차와 상관 없이 할 일이 있고, 그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논란을 보면서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 안 했던 것이 불찰일 수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최근 박민 후보자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경영계획서 대리작성 지시’ 의혹이 제기됐고, 박 지원자가 인사한 KBS 이사회 사무처장 등이 차기 사장 선임 과정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지원자는 ‘임기 동안 가장 잘한 일과 아쉬운 일’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제일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조직개편안을 11개월 동안 정리한 것 아니었나라는 생각이다. KBS를 이끌어갈 하나의 설계도라는 의미를 둔다”면서 “잘못했던 것은 인사·직급 승진제도가 저항에 부딪혔는데, 좀 무모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지원자는 “그래서 지금 만들어진 안은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시행되는 부분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지원자는 ‘외부 사장으로서 장점과 단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의에 “장점은 (내부) 정치적 관계에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라며 “어쨌든 기득권이나 기존 관습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은 그런 것을 없애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지원자는 “역대 26명의 사장 중 KBS 출신은 7명에 불과하다”며 “2000년대 초부터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가장 변화와 개혁을 하지 않은 기간이었다. KBS 출신 (사장) 7인은 적응을 제대로 못 했다고 본다. 지난 11개월간, KBS가 개혁해야 할 부분은 KBS 출신보다 더 전향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점은 일을 추진하면서 공감대를 확산하고, 개혁의 대상을 이해시키는 부분에서 있다”고 말했다.
![서기석 KBS 이사장 [KBS 이사회 제공]](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410/310273_216048_205.jpg)
박 지원자는 ‘연임에 성공하면 KBS를 어떤 색깔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의 가장 핵심가치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 자유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며 “그 원칙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것을 침해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수 있는게 KBS의 중요한 색깔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지원자는 ‘KBS 신뢰가 회복돼야 통합고지를 요구한다고 했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9월 수신료 납부율이 89.8%로 영국이 89.7%로 우리보다 0.1% 낮다”며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것을 동의해주는 시민의식이라는 생각이다. 수신료 징수가 계속 89~90%를 유지하면 국민들이 KBS 존재에 대해 공감하는 것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사장 선임 투표에 참여하는 서기석 이사장은 박민 지원자의 경영 성과에 대해 호평했다. 서기석 이사장은 “지난해 수신료 분리고지가 시행되면 50%, 60% 징수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제가 보기에 박민 사장이 잘한 일은 위기 상황에 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다. 지금 징수율이 80% 이상 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대단한 공적”이라고 추켜세웠다. 서 이사장은 “원칙을 갖고 인기 없는 정책도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한 것에 대해 정말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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