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추천 이석래 KBS 이사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박민 사장 임명에 반대하자 뒷조사와 협박을 한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29일 KBS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30년 이상을 재직하면서 KBS로부터 분에 넘치는 혜택을 입었다. 그동안 제가 느낀 바를 여러분과 진솔하게 나누고자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존심보다는 당장의 보직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 사장의 임명을 제가 반대하던 시기 저에 대해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리고 심지어 뒷조사에 협박까지 하면서 충성한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이런 구태가 척결되지 않는 한 KBS의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KBS는 그 존재 이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며 "더욱 격렬해진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이제 KBS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시기가 오고 있다. KBS 내에서 자신의 생존을 정치에 기대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사장 임기는 지난해 9월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2월 9일까지다. 박 사장이 연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KBS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28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사장 재도전할 것인가'라는 민주당 김현 의원 질문에 "여기서 답변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직원 여러분에게도 다양한 유혹과 압력이 다가올 것이다. 이를 경계하고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직원 개개인의 용기뿐"이라며 "그 용기가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KBS의 존재 이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정치권에 줄을 대고 특정 정파의 앞잡이 역할을 하는 집단은 언제나 있어 왔다. 정치권의 요구를 흔쾌히 수용하고 인사 등의 혜택을 받고 싶은 욕망도 인정한다"며 "다만 KBS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 지난 수년 간 그 자존심을 버리고 살았기에 지금 KBS가 수신료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이사는 "KBS가 가야 할 길은 MBC와 다르다. 조선일보와도 다르다. 잠깐의 일탈이 있었다 해도 다시 돌아가면 된다"며 "내부 구성원들 간에도 좌우 갈등이 적지 않지만, 공멸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공감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는 "개인의 이익은 조금 양보하고, KBS인으로서의 자존심은 더 세우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만 더 내딛는다면 KBS를 지킬 수 있다. KBS가 없으면 여러분의 미래도 없다"며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용기를 내어봤다. 비록 욕을 먹을지 몰라도 이 말은 후배들께 꼭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4일 여야 6대5 구도인 KBS이사회는 박민·최재훈·이영풍 사장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여권 이사에서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얘기로, 이 이사가 반대한 것이다. 이에 서기석 KBS 이사장은 사전 합의된 다득표자 결선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절차를 돌연 연기했다.
이후 여권 추천 김종민 이사와 최재훈 사장 후보가 사퇴했다. 서기석 이사장은 사장 선출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윤석열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KBS 보궐이사로 추천·임명했다. 다시 여야 6대5 구도가 형성된 KBS이사회는 박민 후보자를 사장으로 임명제청했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는 내달 4일부터 9일까지 박 사장 신임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 28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제가 취한 많은 조치를 9개월 동안 많은 직원들이 자기희생임에도 불구하고 따라준 것은 이 방향으로 가는 게 틀리지 않다고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사장의 발언에 대한 구성원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드러내 보이겠다며 "다른 노동조합에도 자체 투표를 통해 낙하산 박민 사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를 보여주시길 제안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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