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감사원이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기구, 이하 방문진) 현장조사를 재차 보류했다.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 심사에 필요한 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방문진을 현장조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26일 감사원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방문진에 대한 현장방문조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오늘인데 안 나가는 걸로 담당과에서 얘기했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방문진 현장방문조사의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추후 다시 일정을 잡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감사원 관계자는 "해당과에서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방문진 쪽에 말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의 방문진 현장조사 보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애초 감사원은 지난 9일부터 방문진에 감사인원을 보내 약 1주일 동안 현장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이었다. 방문진이 현장조사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현장조사 대상이 되는 자료는 무엇인지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감사원은 17일까지 추가자료를 제출해달라며 현장조사를 한 차례 보류했다. 방문진은 17일 추가자료를 제출했지만 감사원은 26일 현장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국민감사청구제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현장방문'과 같은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사원 '국민감사 처리규정' 제5조 3항은 '처리담당과장은 접수된 감사청구의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수집을 실시하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의견청취 등이 필요한 때에는 적정한 기간 내에서 서면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민감사청구 처리규정'을 확인한 결과, 현장방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기존 규정이 삭제됐다. 감사원이 훈령 개정을 무시하고 근거 없는 현장조사를 밀어붙인 셈이다. 개정 전 규정 역시 국민감사청구 심사를 위한 조사 단계에서 '현장방문 등 실지조사'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현장방문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지적에 감사원은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감사원이 '방문진을 현장조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감사원 훈령이 개정되어 현장조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 처리규정' 5조의 '자료수집'은 현장조사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방문진은 감사원법에 따른 '선택적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대상기관'이기 때문에 현장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선택적 회계감사'가 아닌 '국민감사청구 심사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회의장 (사진=미디어스)

지난해 11월 보수단체가 제기한 방문진 국민감사는 MBC의 경영적 판단을 문제삼고 있다. ▲직원 인건비는 올리고 제작비를 줄였다 ▲반복적으로 거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지역MBC 누적 적자를 방치했다는 내용이다. 방문진은 특수법인 공익재단으로 감사원의 '선택적 감사' 대상이지만, 상법상 주식회사인 MBC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가능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지난 18일 감사원의 '권한남용 금지규정'과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원 직원이 직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관·단체, 일반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편, 26일 방문진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MBC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시민평가단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방문진은 이번 MBC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오는 2월 18일 시민평가단이 참여하는 MBC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가 개최된다. 시민평가단은 후보자 2인을 방문진에 추천할 예정이다. 방문진은 시민평가단 구성·운영을 위한 자문위원으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한국언론학회 회장), 박민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한국조사연구학회 부회장)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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