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은 최근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며 방통위 감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차기 MBC 사장 선임 절차를 두고볼 수 없다는 대통령실 의지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나가라고 전방위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사표를)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이렇게 잔뜩 걸어놨는데"라며 "지금 (사표를)낸다면 마치 뭔가 (잘못이)있어서 그만두는 것 같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전후해서 '기소되는 것이 두려워 그만둘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표를)던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어차피 피하려고 한다고 피해질 것도 아니고 마음 편히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일이 '새옹지마'로 좋았다 나쁘다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통위원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방통위를 향한 감찰·감사·수사에 대해 "믿고 싶지 않지만 저의 거취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위원장 중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즉시 중단되어야 할 부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방통위에 대한 직접 감찰에 나서면서 압박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방통위 관계자를 불러 KBS·EBS 이사회,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같은 사안으로 방통위를 감찰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주요 공영방송 이사진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유시춘 EBS 이사장 임명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대통령실이 특정 공무원이 아닌 기관을 대상으로 감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과 통화를 나눈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는 "이미 2018년 선임 이후 당시 야당에서 유 이사장을 고발했지만, 2021년 10월 29일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며, 야당이 유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선임결의 무효확인 민사 소송 및 가처분신청도 모두 각하됐다"면서 "윤석열 정부들어 유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문제점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권 대기자는 "따라서 대외적으로는 유 이사장 선임과정에 대한 감찰조사로 알려졌지만, 이미 국무총리실에서 감찰조사를 했던 만큼, 실제로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과 KBS 이사 선임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대통령실에 불려간 실무자들이 2017년과 2018년 공영방송 임원 선임이 아닌 2020년과 2021년 임원 선임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권 대기자는 "용산 대통령실이 방통위에 대한 직접 감찰조사에 착수하고, 감찰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당장 2월 중 이뤄질 차기 MBC 사장 선임을 지금의 방문진 이사체제로 결정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관측된다"며 "차기 MBC 사장 선임 권한을 가진 방문진 이사진은 민주당 추천이사가 6, 여당인 국민의힘 추천이 3으로 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라고 설명했다. 방문진 이사 임면권을 가진 한 위원장이 자진사퇴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다. 

한편, MBC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방문진은 지난달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차기 MBC 사장을 공모한다. 박성제 MBC 사장의 임기는 2월,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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