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 중인 민생토론회가 언론에서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선거 개입'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재량을 벗어나는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 이어지면서 '여당 승리를 위해 나서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탄핵소추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가 거론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문제를 집권세력보다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정권의 민생 실패를 가리는 효과를 계속해서 발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부터 오늘(7일)까지 신년 업무보고를 대체한 민생토론회를 18차례 진행했다. 민생토론회가 열린 지역은 서울 3회, 경기 8회, 영남 4회, 충청 2회, 인천 1회, 호남·강원 0회 등으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총선 승부처를 순회하며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7일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민주당 관권선거저지대책위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생토론회 15회 동안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을 입안하려면 약 831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024년 국가예산 656.6조와 비교해도 1년 예산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라며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타당성 조사나 야당과 협의도 없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대부분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다가올 총선에서 반드시 과반 이상, 절대 다수 의석의 여당을 만들어 달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일을 토론회 명목으로 관권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저지대책위' 제2차 회의'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저지대책위' 제2차 회의' (사진=연합뉴스)

이날 중앙일보는 사설 <“대통령이 여당의 선대본부장인가” 민생토론회 논란>에서 "그동안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622조원 투자(수원), 그린벨트 대폭 해제(울산), 통합 신공항 2030년 개항(대구), 국가장학금 수혜자 50만 명 확대(광명) 등 굵직한 정책들이 이 자리에서 발표됐다"며 "두고두고 우리 재정에 무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56조 원의 역대 최대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또한 상당수가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거나 민간 기업들의 투자 영역임에도 마치 정부가 곧 추진하는 것처럼 남발하는 건 선심성 포퓰리즘이란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서 "민생토론회를 계속하겠다면 한 달 정도 참았다 총선 후에 하는 게 옳다. 굳이 사서 오해를 살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공정한 선거의 최고 관리자로서 대통령의 임무가 막중하다며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를 들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 행보는 선거 두 달 전(2월)에 각각 3회, 8회에 그쳤다. 윤 대통령의 12회에 비해 훨씬 적었던 이유는 자명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승리를 위해서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만 했다가 탄핵소추가 가결됐다"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나흘이 멀다하고 선심 공세… 攻守만 바뀐 대통령 중립 공방>에서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통령은 엄정한 선거 관리의 최종 책임"라며 "그런데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통령의 행보는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어차피 총선이 끝나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따지기 힘들 것이란 생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선관위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과거엔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 중립 위반' 시비로 번지면 중앙선관위가 대통령실에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요즘 선관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여야 공수만 바뀐 채 반복되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위반 논란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5일 사설 <선거개입 논란 대통령 민생토론회… 선관위 조속한 판단을>에서 "역대 대통령들도 선거를 앞두고 지원 발언이나 지원 행보로 탄핵심판과 중립위반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공약을 마구 뿌린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중략)윤 대통령이 총선까지 민생토론회를 중단할 뜻이 없다면 선관위가 대통령의 선거개입 여부에 대해 조속히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7일 사설 <다시 3%대 치솟은 물가, ‘경제 포기 대통령’ 되려 하나>에서 "윤 대통령이 올 들어 '관권선거' 시비를 일으키며 17번째 이어가는 민생토론회는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온갖 개발·교통 공약과 선심성 감세·퍼주기 정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서민들의 고통이 서린 물가 얘기는 뒷전에 밀려 있다"라며 " ‘민생 없고 토론 없는’ 민생토론회를 접고 발등의 불이 된 물가 잡기부터 전념하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인근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현장을 방문하며 최재관 여주시양평군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인근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현장을 방문하며 최재관 여주시양평군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한편, 한겨레 박찬수 대기자는 윤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의 위기는 민생토론회로 가려진 민생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박 대기자는 7일 칼럼 <민주당이 고전하는 진짜 이유>에서 "윤 대통령은 일주일에 두세번 꼴로 여당 득표에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닌 행동을 거리낌없이 실행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위기의 본질은 이것과 연결돼 있다.(중략)공천 논란 자체보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과 경제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사실이 가려지는 게 훨씬 뼈아프다"고 했다. 

박 대기자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였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곤 가장 낮다"며 "이 수치는 집권세력이 지난 2년간 국민 삶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개선을 위해 정치·사회적 역량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야당이 집권세력보다 이걸 더 잘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굳이 야당에 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 대기자는 "진정 선거판을 흔드는 건, 집권세력의 국정 운영을 도저히 계속 두고 볼 수 없다는 유권자 절망감의 깊이다. 또한 침체한 대한민국의 활력을 어떻게 다시 끌어낼 건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야당이 제시할 수 있는가이다"라며 "‘정권심판론’이란 다른 게 아니다. 잘 짜인 각본의 대통령 토론회에 가려진 경제·민생 현안을 어떻게 제대로 드러내느냐에 민주당 운명은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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