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례 없는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EBS 이사들이 진보·보수성향 가릴 것 없이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 격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EBS 이사들은 구성원들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EBS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상에 나섰으나 결렬됐다. 사측은 ▲올해 임금 동결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적용 ▲연차휴가 폐지 등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노조는 물가상승률에 상당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임단협이 결렬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김유열 사장 퇴진 투쟁에 돌입했다.

(사진=EBS)
(사진=EBS)

14일 열린 EBS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추경안으로 경영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며 구성원들의 고통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사회는 올해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수입 예산은 기존 예산보다 220억 원이 감소한 2810억 원, 비용은 130억 원이 감소한 3099억 원으로 조정됐다. 당기 순이익은 90억 원이 감소한 289억 원으로 편성됐다. 자본 예산은 50억 원에서 5억 원이 감소한 45억 원이다.

이준용 이사는 “EBS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사가 진정 어디에 손을 대야할지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임금문제에 대해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무리한 생각”이라며 “대기업도 임금과 인력 문제에 손을 대는데, EBS만 그렇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규형 이사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KBS는 거대한 인력조정이나 임금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대로 가다간 EBS 평균 연봉이 KBS보다 높아질 것인데, 언론이 가만히 두겠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종대 이사는 "EBS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없으면 매년 200억 원 정도의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이 구조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직원들의 반발도 이해가 되지만, 구조적 한계를 이해하고 노사가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호연 이사는 “노조가 사장 퇴진까지 요구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된 것은 사측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했다”면서 “노조도 사장 퇴진을 협상의 수단이 아닌 목표처럼 이야기하는데, 김유열 사장이 퇴진하고 새 경영진이 오면 적자가 한번에 해결되나"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임금과 제작에 관한 부분은 협상으로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노사 모두 협상에 진지하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시춘 이사장도 “(강규형·이준용 이사)두 분하고 의견이 달랐는데 EBS를 염려하는 점에서 저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아 기쁘다”며 “KBS의 임금 조정은 충분히 예측가능한데, 그것은 현재로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노조가 16만 원의 임금 인상을 제시했는데 매우 걱정된다”며 “국민들로부터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는 상황을 도외시하고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EBS지부가 14일 '김유열 사장 퇴진'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EBS지부가 14일 '김유열 사장 퇴진'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EBS비상대책위원회는 이사회 개최 전 총회를 열고 “조합원의 93%가 불신임을 던졌다”며 김유열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EBS어플라이 사업 실패 ▲글로벌 구독 사이트 ‘더그레이트마인닷컴’ 사업 실패 ▲방송연계 단행본 사업 실패 등을 거론하며 “언제까지 직원들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유준 EBS지부장은 “사장 신임 투표 이후 김유열 사장을 사장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며 “스스로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우선 쟁의권을 확보하고 합법적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BS지부는 김유열 사장 사퇴를 전제조건으로 교섭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박 지부장은 “김 사장이 버티고 거부해도 교섭을 요청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거부하면 교섭 결렬을 선언해 쟁의권을 얻으면 피케팅, 지명 파업, 연차파업 등이 가능하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총파업을 통해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EBS 경영진은 이사회에 2024년도 예산안을 보고했다. 내년 종합 예산은 올해 대비 276억 원 감소한 2876억 원이며 수입 예산은 2685억 원, 비용 예산은 136억 원 감축된 2838억 원이다. 당기손실은 153억 원으로 예측됐다. 경영진은 노조에 제시한 임단협이 수용될 경우 당기손실은 100억 원대 이하로 줄어든다고 보고했다. 내년 예산안은 추후 이사회에서 의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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