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민 KBS 사장이 내년에 1천억 원의 인건비를 삭감하겠다고 발언해 국회 관련 상임위원장마저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 국회에서 연출됐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박 사장은 내년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수신료가 약 2600억 원 덜 걷힐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박민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박민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 사장은 대비책이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질의에 "1차 조정계획으로 각종 비용을 절감해 800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고, 2차는 인건비와 제작비 절감"이라며 인건비 삭감 폭이 20% 정도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가 5천 억원이 좀 안될 텐데, 그중 20%를 절감한다는 것은 1천억 원 이상을 빼겠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얘기인가. 그 정도가 내년에 있을 KBS의 구조조정 규모라고 판단해도 되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수신료가 기대 이상으로 최악일 경우, 37% 급감할 경우 그런 대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정권과 방통위, KBS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의 결과인데 그 책임을 사원들이 고스란히 지는 것이 온당한가"라며 "선 대책 후 징수방법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선 징수방법 변화 후 대책을 짜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온전히 KBS 사원들의 책임이 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사장은 "수신료가 분리징수된 것은 KBS 집행부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렇더라도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안정성을 지켜가기 위해서 대책을 먼저 수립한 후에 변화를 꾀하고 있지 않나"라며 "무슨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 잘라내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 온당한가. 새 사장이건 헌 사장이건 KBS 사장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대목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박 사장에게 "과연 1년 만에 1천억 원이라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제가 좀 당황스럽다.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지금 최악의 경우에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가. 아무리 수신료가 없더라도 1천억 원의 인건비를 감소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했다. 

박 사장이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분야별로 대략적인 것은 갖고 있다"고 답했지만 장 위원장은 "사장은 잘 생각해야 한다. 이게 다 생활인들인데 1천억 원 인건비를 삭감한다는 게, 글쎄"라며 의문을 거두지 않았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인건비를 1천억 원 줄일 수 있다니, 그걸 지금 국회에서 답변이라고 하나"라며 박 사장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꽂혀있는 전기요금 청구서 (사진=연합뉴스)

KBS는 지난 4일 '사보 특보'를 통해 내년도 수신료 수입 결손 비율을 30%로 가정할 경우, 결손액은 2627억 원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올해 적자 802억 원을 감안하면 34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KBS는 1차 긴축 방안으로 ▲경영진 급여 30% 삭감 ▲국·부장 임금 일부 반납 ▲신입사원 채용 중단 ▲단기 계약 인원 50% 감축 ▲자본투자 50% 삭감 등을 통해 400억 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S는 2차 고강도 대책에서 인력·인건비 축소 방안을 거론했다. KBS는 "파괴적 수준의 재탄생"을 거론했는데 1천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인건비 삭감 규모가 국회에서 제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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