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가져온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미 많은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AI는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을 대체하는 차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최대 판매 부수를 가진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가 향후 편집 업무를 AI로 대체할 예정이다. 빌트의 모회사인 악셀 슈프링어는 1억 유로(약 1400억 원) 규모의 경비 절감을 위해 사람이 하던 편집업무를 AI가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AI가 편집 업무에 도입되면 200명 이상의 편집업무 관련 인력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우울한 소식이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다. 미국 IT기업 IBM은 AI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체가능한 일자리는 향후 5년 안에 7800여 명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 할리우드 작가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AI가 침범하지 않도록 요청하며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AI 대체로 인한 기존 직원 해고나 AI 도입으로 신규 채용 중단을 중단할 것이라는 뉴스는 이제 더 이상 기사거리도 못 된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비교적 해고가 쉬운 미국 기업의 경우 바로 실행할 수 있고 해고 요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국 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 챗봇 (PG)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인공지능 챗봇 (PG)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AI가 고도화될수록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AI가 아닌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직업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우선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리상담가, 보모, 연예인, 종교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창의적인 일도 AI가 대체하기 힘든 업종에 포함할 수 있다. 예술창작과 관련된 직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AI에 의해 대체 불가능한 일 또는 곤란한 일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단지 현재 시점에서일 뿐이다. 생성형 AI의 발달 속도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AI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AI의 언어를 배워 AI와 동료가 되거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AI의 결과물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말고 AI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AI에 충분한 이해 없이 AI가 만든 결과물에 만족하게 되면 수동적 이용자에 머물게 된다. 예를 들어 작곡을 하는 AI를 생각해 보자. 현재의 작곡 AI 수준은 인간 작곡가의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딥러닝이 진행되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작곡도 가능할 수 있다. 창의적인 일 역시 어느 순간에 전면적으로 대체될 수 있다. AI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어 단어 리터러시 Literacy는 보통 문해력으로 번역되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원 뜻은 좀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리터러시는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문자를 읽을 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이 단어는 당시 대부분이 문맹인 상태에서 언어를 습득해 신문명을 배우고 신기술을 이용할 수 있어야 새로운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문자로 만들어진 생산과정 매뉴얼을 읽을 수 있고 간략한 일일 작업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으면 적어도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당시 리터러시는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리터러시가 디지털 전환시대에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 소비자 차원에서 머물러 있겠다면 AI 리터러시를 굳이 습득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검색을 하고 쇼핑을 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이용자 편의성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매뉴얼조차 필요 없게 되고 있다. 화면 터치 몇 번만으로 모든 과정을 쉽게 끝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드는 혁명적 변화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AI리터러시를 습득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제 보편적 사회 어젠다가 되었다. AI의 언어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의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물론 리터러시가 등장했던 19세기 초와 지금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많이 다르다. 그 시대와 달리 지금은 AI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당시에는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배울 필요는 없다. 또는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늘 현재에서 출발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순간에도 현재의 공기로 호흡한다. 미래는 인간의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AI의 언어가 생존에 필요한 시대는 예측보다 빨리 그리고 전면적으로 올 수도 있다.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면 예측의 한계를 절감할 수 있다. 지금은 예측보다는 준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시기다. 적어도 미래세대에게는 새로운 언어, AI 리터러시를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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