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미국 인공지능연구소 오픈AI가 선보인 채팅봇 챗GPT가 전 세계 검색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대부분이 AI 기반 검색 솔루션을 공개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검색 시장에서 일단 우위를 점하고 되면 후발 주자들의 지분은 거의 없거나 쉽게 잊히는 글로벌 네트워크 마켓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반 검색 솔루션 개발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은 초기 론칭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그다음으로 빙, 야후, 얀덱스, 바이두 등이 있지만 전부 합해도 한 자리 점유율에 불과하다. 

구글의 점유율이 높게 유지된 이유 중 하나는 구글 플랫폼의 접근성 때문이다.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어 어느 상황에서도 쉽게 검색을 할 수 있어 사용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초당 6만 3000건이 넘는 질문을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검색엔진에 있다. 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검색엔진을 고도화하고 서버를 계속 늘리고 있다. 다른 검색엔진들이 배너 광고 등에 치중할 때 구글은 오로지 정보 검색에만 집중했다. 이런 마케팅 전략 덕분에 구글의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유지됐고 검색엔진은 곧 구글이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각인되었다. 

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구글이 채팅봇 챗GPT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긴장을 하는 이유는 챗GPT가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투자은행 UBS의 리포트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이런 기록은 인터넷 등장 이후 20년 동안 없었던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챗GPT가 검색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색엔진의 역할은 사용자가 알기 원하는 내용이 있는 사이트나 관련 URL을 열거하는 방식이었다. 사용자가 수없이 많이 열거된 사이트나 URL 중 몇 개를 선택하여 본인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열거된 사항 중에는 질문 내용에 적절히 않은 것도 있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종 선택의 책임은 늘 사용자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챗GPT는 이런 기존 검색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사용자가 검색어 또는 질문을 입력하면 챗GPT는 특정 사이트나 URL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답을 한다. AI 검색엔진을 통해 전 세계 데이터 서버에 있는 데이터, 자료, 정보 등을 재가공해서 결과물을 내놓는다. 당연히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루어진다. 평가는 냉정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평가에 따라 검색엔진의 신뢰도가 결정된다. 결정이 만족스럽다면 소비자들은 이용할 수밖에 없다. 챗GPT가 초기 론칭 후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으로 검색 결과가 잘못 나오면 검색엔진의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최근 구글이 내놓은 AI 챗봇 ‘바드’가 그 한 사례다. 구글이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바드의 성능을 시연한 자리에서 잘못된 답변을 내놓아 바드의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관련 주가가 전날보다 7.68% 급락 마감했다. 검색 결과로 관련 사이트나 URL만 보여주던 기존 상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이제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바로 충족시켜 주는 검색엔진의 시대에 들어섰다. 비로소 본격적 지식혁명의 서곡이 시작된 것이다.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시작된 정보사회, 후기산업사회 또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정보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의 독점에서 정보의 공유, 개방 그리고 범용적 활용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그에 따라 지식기반 생산성이 고도화되는 사회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기존 인터넷 검색 방식이 이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검색 솔루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검색했고 적절한 답을 구해 활용했다. 그러나 글로벌하게 생산되는 수많은 데이터, 정보, 지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언어의 문제 또는 편향성의 문제 등이 있어 이용 주체에 따라 그 활용도는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었다. 기존 검색 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였다. 

챗GPT로 야기된 AI 검색엔진은 기존 검색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했다. AI 검색엔진의 등장으로 이제 지식의 범용적 활용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챗GPT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가능해 보인다. 교육, 기업, 정부 등에서 새로운 계획 수립할 때 그 기본자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정교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누구라도 그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식이다. 챗GPT는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답을 내놓지 않는다. 같은 질문이라면 그 결과도 같다. 중요한 것은 다른 질문을 얻어낼 수 있는 창의성이다. '창의적 질문'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지식의 창조적 활용이 일상화되는 시대, 지식혁명의 시대 초입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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