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원래 문장,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신약성서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말이다. 현재 부자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예수의 솔루션은 진리다. 진리는 하나님 말씀 안에 있고 구체적으로 믿음과 사랑이다. 믿음과 사랑으로 예수는 소경의 눈을 뜨게 했고,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걸을 수 없는 사람을 뛰게 했다. 진리를 알고 실천하면 육체적 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를 극복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예수의 이 케리그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진리를 알고 실천하면 된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이야기다.   

자율주행차 (PG)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자율주행차 (PG)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그러나 육체와 영혼을 분리시켜 생각해 보면 육체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졌고 계속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 진리의 확산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의학을 포함한 근대과학의 발전으로 선천적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후천적으로 발생한 질환 역시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죽음을 제외하면 우리 모두는 예수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육체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육체적 장애로 인해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기술·의학의 발전과 별개로 사회적 편견 또는 제도의 미비가  잔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내견과 동반한 시각 장애인은 택시를 타기가 쉽지 않다. 택시기사가 안내견 탑승에 대해 불편해하며, 탑승거부까지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과 제도로 탑승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사례는 사람이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는 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안내견과 동반한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신체장애를 갖고 있는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 역시 택시나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제도나 관습이 부자유의 원인으로 남아 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솔루션은 믿음이나 사랑이 아니라 '기술'이다. 

"로보택시는 당신이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어요" (한겨레 영상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상용화 서비스 중인 로봇택시는 기술이 장애인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는 대표적이고 상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계열사인 ‘웨이모’가 운영하는 무인 ‘로보택시’는 안내견을 거부하지 않는다. 과속도 하지 않고 팁도 받지 않는다. 장애인이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는 지정된 장소에서 기다린다. 안내견과 함께 탑승하고 AI 택시 운전사와 대화하면서 목적지로 간다. 장애인은 택시 탑승을 위해 취해야 했던 필요 이상의 겸손한 태도를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된다. 탑승 경험이 있는 장애인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장애인들의 경험은 곧 집단 청원으로 이어졌다.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를 위한 등대’를 비롯한 장애인·노인 관련 비영리단체 10여 곳은 샌프란시스코 시내 일부 지역에서만 허가된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외곽 지역으로도 넓혀 달라고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 오직 기술에만 의지해서 –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있다. 장애인 이동성 보장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 장애가 있지만 더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 기술은 이런 요구를 만족시켜 주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무인 로보택시 관련 보행자 충돌 사고 [샌프란시스코 소방국(San Francisco Fire Department) X 게시물/로이터=연합뉴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무인 로보택시 관련 보행자 충돌 사고 [샌프란시스코 소방국(San Francisco Fire Department) X 게시물/로이터=연합뉴스]

물론 장애인단체들 역시 자율주행차의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다. 실제로 로보택시 사고도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교차로에서 음주 차량에 뺑소니를 당해 쓰러져 있던 여성을 로보택시 크루즈가 발견하지 못하고 6m가량을  끌고 갔다. 캘리포니아주는 사고 뒤 해당 택시회사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자율주행 차가 종종 고장이 나면서 교통 혼잡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도 올해에만 무려 55번이나 방해받았다면서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자율주행 택시의 도입은 여러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고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여론이 양분됐으며 자율주행 택시에 반대하는 단체도 등장했다. 

현재 이 갈등은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몇몇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이 좋은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절박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반대 진영 역시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기술과 데이터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시범서비스를 계속해왔지만 시범서비스를 통해서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 실제 무인택시처럼 상용 서비스를 해야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어 자율주행차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사고가 날지 모른다. 장애인들이 기꺼이 이 리스크에 동의한 것이다. 기술이 장애인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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