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언론윤리 TALK>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미디어스=윤여진 칼럼]

# 9월 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비속어가 포함된 발언을 한 내용이 공개되고 보도되었다. 윤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그러나 첫 보도 이후 14시간이 지난 후에 대통령실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언론이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짜깁기했고, 내용을 왜곡했으며, 이는 국익 자해 행위라고 강하게 반격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미 의회와 미국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내용상 우리 국회와 국회 승인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비속어 발언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9월 27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때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닌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힘은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의 단초가 된 MBC의 최초 보도를 편파‧조작방송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2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이 미국 방문 과정에서 벌어진 비속어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진실 게임과 책임공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언론보도의 문제로 몰고 가는 대통령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MBC 보도 화면 캡처
MBC 보도 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 발언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복잡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대통령실의 해명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14시간이 지난 후 대통령실의 공식브리핑은 언론보도가 '국악'을 해쳤다는 점을 문제삼았고 보도의 의도와 진위를 가리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후 여당은 대통령실과 한목소리로 MBC를 규탄하고 항의방문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아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정치부 기자를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국민들은 이 혼란과 공방의 끝이 최초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방송사에 대한 검찰 수사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권력에 대한 비판이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인데,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 방식에 대해 언론계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기자협회를 비롯한 6개 언론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진실추구'의 과정을 생략하고 문제의 본질을 '국익을 해치는 언론보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의도적으로 국익을 해치는 언론, 정파적 언론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보도가 이루어진 경위를 상세히 살펴보면 MBC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정파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보도했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은 공동취재단 영상 기자가 우리 대통령이 퇴장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담게 된 것이고, 소란스러운 현장이라 당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문제의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확인되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영상 내용을 확인한 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영상기자단은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에 대해 숙고와 고민을 했습니다. 언론은 해당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고 23일 아침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통해 공식화되자 공식적으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의도된 왜곡 보도였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이 첫 보도 이후 이를 바로잡을 시간이 14시간이나 있었지만 침묵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실과 다른 보도라면 정정 요청을 하고, 그 요청이 정당하면 정정하는 것이 정상적 과정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정보도 요청 과정을 생략된 채 국익을 해치는 왜곡보도라는 격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언론은 권력비판을 권리이자 의무로 삼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도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언론은 문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사건이 '보도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그 과정이 생략되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정황’이었고, 보도 이후 곧바로 취재원에 사실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MBC를 항의 방문한 가운데 28일 서울 마포구 MBC문화방송 본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MBC를 항의 방문한 가운데 28일 서울 마포구 MBC문화방송 본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그러나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은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할 뿐 아니라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은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속보 경쟁으로 사실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 됩니다. 저널리즘의 교과서로 알려진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진실추구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수용자 집단이 잘게 쪼개지면서 서로 다른 매체들은 서로 다른 뉴스기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뉴스사이클에서 뉴스 제공자들은 진실성을 검증할 시간 여유가 전혀 없이 최신 소식을 쏟아내야 한다. 급증하는 경쟁과 속도싸움에서 소위 말하는 주장 저널리즘(journalism of assertion)이 등장했다. 주장 저널리즘의 세계에서 기자들은 사실 검증에 투자할 시간이 훨씬 부족하다. 이렇게 되면 수용자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는 그가 언제 뉴스를 접속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중략) 아무리 뉴스환경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저널리즘의 기본적 기능과 저널리즘이 공중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것, 그리고 기자들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진실추구'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개정4판)> 

대통령실과 여당이 언론을 향해 '진실추구' 등 저널리즘의 기본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라면 언론은 이에 대해 이미 충분히 답을 했다고 보입니다. 이 답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더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면 될 일입니다.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한 언론을 상대로 진상조사와 수사, 처벌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공정'과 '자유'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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