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요즘 언론 환경을 보면 기묘한 기분이다. 보수언론의 바뀐 듯하면서도 바뀌지 않은 태도 때문이다. 매일 “이게 뭐지” 싶다.

대우조선해양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민영화 해 한화그룹에 넘긴다는 설도 부상하고 있다. 한국판 군산복합체의 새로운 탄생인가? 두고 볼 일이다.

노조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른바 ‘통짜매각’이고, 한화그룹이 원래 갖고 있던 조선산업 기반은 없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우려도 다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낙하산 사장’ 리스크가 늘 논란이었다. 정권의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매각 과정에 어떤 성향의 경영진이 들어설지 장담할 수 없다. 

중앙일보 9월 30일 ​​[단독] 대우조선 노조, '文정부 인사'인 사장 임기보장 요구했다 보도 캡쳐
중앙일보 9월 30일 ​​[단독] 대우조선 노조, '文정부 인사'인 사장 임기보장 요구했다 보도 캡쳐

현재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맡고 있는 인물은 회사 내부 출신 인물이다.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사인 것이다. 보수세력은 그간 한국해양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람을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의 친구’로 규정한 후, 바로 그 사실 덕분에 경영을 맡게 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지 알 수 없고, 친구라고 해도 정권이 그 점을 현실적으로 얼마나 고려했을 것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 노조가 내부 출신인 현 사장의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는 건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한목소리로 보수정치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기’하며 비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름지기 노조라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의 퇴출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틀린 전제를 근거로 ‘그런데 오히려 경영진을 비호하다니 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보수언론이 이념적 정책적으로 중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혹시 중도화된 것 아닌가 하는 ‘착시’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 없지 않다. 이런 보수언론도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관해서는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이 보기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속어 논란’은 이 문제의 화룡점정이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사람들과 언론은 헛갈릴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고 대통령실의 대응이다. 언론 보도가 틀렸으면 최소한 원래는 뭐라고 말했다는 건지, 그게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바이든이라고 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는 식이다. 대통령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데, 본인이 뭐라고 말했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은 아닐 테니 결국 MBC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찾아내라는 얘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MBC 보도 화면 캡처 
MBC 보도 화면 캡처 

MBC는 과거 부적절한 취재에 근거한 보도를 한 적이 있다. MBC 사장이 다른 방송에 출연해 이상한 말을 한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판 받아 마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선 아무리 봐도 MBC가 잘못을 했다고 볼만한 것이 없다. 물론 취재 대상이 된 당사자 입장에선 아쉬울 순 있다. 따라서 사실관계 정정이나 반론을 요구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들 나서서 이렇게 두들길 일은 아니다. 특히 대통령실이 언론 보도의 근거를 따져묻는 조악한 수준의 공문을 보낸 것은 그야말로 ‘해외토픽 감’이다.

국민들 눈에는 대통령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복해서 ‘가짜뉴스’를 언급한 것은 임기 내내 CNN과 뉴욕타임즈를 ‘가짜뉴스’로 규정했던 트럼프 행정부를 연상케 한다. 대통령이 사과 혹은 유감을 표명하고 개선을 다짐했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일방처리했다면 지금 여당의 바람대로 ‘역풍’도 기대해볼 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미는 전혀 없다. 최악의 여론조사 성적표에 대통령실은 뒤늦게 민생을 챙긴다든지 하면서 이 국면의 탈출을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은 무책임 그 자체이다.

아무리 보수언론이 한목소리로 방어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유일하게 남은 길은 ‘남 탓’을 하는 거다. 이재명 대표에 두고 있는 검찰의 혐의를 반복 언급하거나 국정감사용 여당의 전 정권 검증 아이템의 ‘사이즈’를 키우는 식이다. 물론 전 정권이든 뭐든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자기들 의혹은 제대로 설명도 안 하면서 ’그래도 우리가 저쪽보다는 낫다’고 주장하는 정치가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문제제기는, 물론 수사 얘기만 나오면 ‘정치탄압’이라는 주문만 되뇌는 야당을 향해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국정운영의 책임이라는 것은 정권과 여당의 손에 달린 거다. 여당이 대통령의 사과와 참모 교체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야당에 해임건의안 철회를 요구하는 길을 걸었더라면, 정당지지율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동반하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체리따봉’에 목매며 대통령엔 아무 말도 못하고 언론 탓이나 하는 정치는 이미 과거에 몇 차례나 심판 받았다. 심판 당한 길을 그대로 다시 따라가는 어리석은 짓을 하느라 자신들이 고대하던 ‘윤석열판 적폐청산’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에 빠진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아쉽다고 할 수도 없고, 다행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우리 스스로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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