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이 ‘인재’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매일경제·한국경제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잘못이 분명하긴 하지만, 처벌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한겨레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아파트 사고의 원인을 시공·관리 부실로 꼽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2일 실시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은 “외벽과 슬라브 연결 부위에 부실시공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시공사가 공기(공사 기간)를 촉박하게 설정했고, 콘크리트가 굳을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계획에 맞춰서 공사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동구 상가 붕괴사고 당시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4시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중인 고층아파트의 구조물이 무너졌다. (사진=연합뉴스)

매일경제·한국경제는 13일 사설에서 현대산업개발 측을 비판하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매일경제는 사설 <39층 아파트 공사중 붕괴, 이런 사고 몰아내야 선진국이다>에서 “만약 위험성을 알고도 공기를 맞추려 강행한 것이라면 천인공노할 인재”라면서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다만 처벌만으로는 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유념해야 한다”며 “큰 사고는 사소한 사고들이 뭉쳐 일어나는 법이다. 사소한 건을 해결해야 대형 참사도 막을 수 있다”고 썼다. 매일경제는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경영자를 형사처벌로 협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소한 안전수칙 위반도 용납하지 않는 기업문화 구축 방안을 찾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사설 <같은 지역·시공사서 7개월 만에 또 사고…그동안 뭘 한 건가>에서 “시공능력 9위인 굴지의 건설사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그동안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공기 단축 시도 등 건설현장의 고질적 관행이 원인이라면 원·하청 여부를 떠나 시공사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청회사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아 유사 사고가 터졌다는 비판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문제는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안전보건 체계를 갖춰온 기업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대재해의 약 60%가 발생하는 건설업계에선 사고 가능성이 큰 주말과 휴일의 안전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기는커녕 관련 법령의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까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썼다.

한국경제는 “사고 책임을 철저히 따져야겠지만, 거기에 머물러선 물류센터 화재 등 되풀이되는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중대재해법만 시행하면 180도 달라진 안전한 나라가 될 것처럼 장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조항을 갖춘 중대재해법을 더 강화하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주52시간 근무제’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인터넷 언론사 이뉴스투데이는 12일 <우려가 현실로…“주52시간이 광주 참사 불렀다”> 기사에서 “건설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코로나19, 파업 등으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었음에도 주52시간 규제로 추가 근무가 제한돼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을 진행한 것이 이번 광주 아파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근무시간 단축에 대한 우려는 이미 주 52시간제 도입 전부터 제기됐다”고 했다.

2020년 5월 25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21대 국회 우선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국민 생명과 안전 안중에도 없다고 자인하는 것"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 <반년 만에 또 붕괴 참사, 이런 회사에 공사 맡겨도 되나>에서 “성과는 기업주와 경영진이 챙기고 사고 책임은 하급 관리자가 떠맡는 ‘무책임 경영’ 구조로는 대형 참사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며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강화 필요성도 거듭 확인된다. 입법 과정에서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가 무뎌지고 원청 기업의 책임도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놨다”고 했다.

한겨레는 “그런데도 재계와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번 사고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후진국형 ‘광주 아파트 붕괴’ 책임 엄중히 물어야>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은 공교롭게도 ‘광주 철거 현장 붕괴 참사 재발 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이라면서 “마치 법 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동일 업체의 광주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제정됐지만 1년 유예돼 오는 27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이번 사고에는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사설 <후진국형 광주 붕괴사고, 언제까지 반복할 텐가>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치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발주와 설계, 감리, 원청, 협력업체 등 건설 현장 각 사업 참여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입법 보완 등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고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나면 원청업체 대표에게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방안을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마련하는 것도 강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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