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올 초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이선호 군의 사망사고 책임을 원청에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경영계에서 경영책임자 범위와 의무 축소를 요구해 입법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 의원은 더 많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행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 야적장에서 적재물 정리작업을 하던 23살 이선호 군이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에 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강 의원은 1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선호 군에게 원래 하던 일이 아닌 일을 시키지 않았다면, 안전핀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컨테이너 벽제가 무너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또 안전관리자가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너무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평택항 신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사진제공=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강 의원은 올 초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이선호 군의 사고는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강 의원은 "원청이 현장을 관리 감독하고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니 원청의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며 "원청은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유족 측이 요구하는 진심 어린 사과, 회사 측의 사고 책임 인정, 안전보건협의체 구성을 통한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이달 중으로 확정해 입법 예고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행령 일부 문구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립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지만, 구체적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기업장 내 사업장별로 별도의 경영책임자인 사장을 두고 있기에 본사 대표이사 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경영계는 내용을 구체화시켜 (책임 범위를) 축소화하려고 한다”며 “노동계와 정의당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두지 않으면 작은 사업장의 사장들에게 책임을 묻게 되고, 산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으로 권한 있는 사람이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축소해버리면 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고 토로했다.

경영계는 중대 재해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업성 질병의 경우 업무 외 개인적 요인으로 발병할 수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질환, 직업성 암 등은 중대 재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 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관련한 인력·예산 계획 수립 등 이행 여부를 연 1회 이상 보고받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원청의 책임범위 제한도 요구하고 있다.

강 의원은 “법 개정을 이야기하는 셈”이라며 “사망자가 한 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 재해로 규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 (경영계는) 이것을 두 명 이상으로 하자는 건데 실제로 작년 상반기만 보더라도 두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건은 전체 사망자 수의 9%도 안 된다. 김용균이나 구의역 김군, 제주도에서 실습하다 사망한 이민호 군의 중대 재해에 해당되는 요소를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21년 동안 산재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1년에 2000명 넘게 죽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노동자를 죽일 거냐"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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