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5년 전 오늘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만 16살의 용역업체 직원 김 모 씨가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김 군 사망 5주기를 맞아 유사한 노동현장을 찾은 박초롱 노컷뉴스 기자는 “생명과 비용은 한 저울 위에 놓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장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면 노사가 최소한의 위험작업을 선별해서 매뉴얼을 만들고 정부가 안전 절차 이행을 감시하는 방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초롱 노컷뉴스 기자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구의역 김 군 사망사고 5주기를 맞아 노동현장을 재점검한 취재결과를 전했다. 김 군 사고 당시 직접적인 원인으로 ‘2인 1조 원칙 미준수’가 지목됐다. 박 기자는 “안전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들이 지적되자 지금은 김 군이 담당했던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2인 1조 원칙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박초롱 노컷뉴스 기자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심층취재팀(박초롱, 김정훈, 김승모 기자, 서재의 PD, 유정주, 유시은 인턴기자)이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정의뉴스쇼 유튜브 화면)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노동현장에서는 최소한 안전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평택항에서 사고를 당한 고 이선호 씨가 대표적이다. 박 기자는 “2인 1조뿐 아니라 안전신호수, 즉 차가 온다든지 위험한 신호를 해주는 이도 없었다”며 “원래 맡던 업무도 아닌데 갑자기 지시를 받고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혼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40대 노동자 홀로 설비 점검 작업을 하다 움직이는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기계를 멈추거나 신고해줄 사람이 없어 사망한 지 1시간 만에 발견됐다. 박 기자는 “단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이런 사고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6월 하수관 노동자 2명이 맨홀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장 개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컷뉴스 심층취재팀은 수도권의 맨홀 배관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업체 노동자와 동행했다. 해당 작업에 필요한 인원은 맨홀 속 작업자 2명과 지상에서 작업을 살피는 관리인 1명, 도로 위 차량을 우회하도록 도와주는 인력 총 4명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동행한 현장은 맨홀 내부 작업 1명, 신호수 역할을 하는 1명 단 두 명뿐이었다.

현장 노동자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재해라는 것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결국, 혼자 들어가 작업을 해야 되고, 질식은 인지 못한 상태에서 쓰러지기 때문에 긴급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10m, 5m 멀리서 보내는 신호가 차량 소리 때문에 실질적으로 못 듣는다”고 밝혔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 노동자들은 3인 1조 근무가 원칙이다. 차량 운전 1명, 차량 뒤에서 쓰레기봉투를 차에 싣는 노동자 2명이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차량 뒤편에서 홀로 작업하던 청소 노동자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소 노동자와 동행한 박 기자는 “운전자 포함 2인 1조로 차량 뒤에 혼자 매달려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새벽 시간에는 차들이 도로를 쌩쌩 달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인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업무량을 늘리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기자는 “인원을 늘려주면서 업무량을 함께 늘린다든지 그때그때 계약직으로 충원해 지표상으로 생색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하청업체의 경우 이런 것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 씨 동료 정 모 씨는 “2인 1조를 계약직으로 채운 것도 모자라 안전인력도 원청 대비 너무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남동발전을 보면 원청은 안전관리자 인력이 40명이지만 하청에서는 안전관리자가 1명에서 2명”이라고 말했다.

‘2인 1조 원칙’은 관련 법 제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빠졌다. 그사이 현장에는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다. 박 기자는 “김용균 씨 참사 이후 이른바 김용균 법을 만들 때 노동계가 2인 1조 원칙을 넣어달라고 주장했지만 빠졌다”며 “노동계는 지금이라도 현장실무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며 2인 1조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사업장 전체를 관리하는 안전관리 책임자만 채용하면 된다는 입장이 맞붙고 있다”고 전했다.

서동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은 “2인 1조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위험한 순간 혼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며 비용의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닌 실제로 안전한 현장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논의 중인 고용노동부에 ‘위험 작업장은 2인 1조’라는 항목을 추가할 수 없냐고 물자 “노동현장이 천차만별로, 지금 시행령을 마련 중인 정부도 2인 1조 원칙을 법으로 못박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 기자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과연 불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2019년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대책을 마련하며 2인 1조를 의무화했다. 공공기관은 원칙이 적용되는데 민간은 안 된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익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자 건강권 팀장은 “현장에서 사업주와 현장 작업자들이 위험을 피하려고 스스로 조사를 하고 안전 매뉴얼을 만드는 절차가 있다. 현장 노동자가 안전한 작업을 위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되고 실제로 관철돼야 한다”며 “노사간이 약속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으면 그때는 정부가 개입해서 그 부분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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