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가 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3년 유예하기로 해 “재해 살인을 방조하는 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처리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은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중대재해법은 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백혜련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피켓을 들고 있는 정의당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년 유예를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 사업체 중 5인 미만이 79.8%, 50인 미만이 98.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법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 제외는 현재 발의된 6건의 법안 어디에도 없는 조항”이라며 “중대재해 발생 시 법의 보호를 받는 국민과 받지 못하는 국민을 구분하며 차별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차별을 두겠다는 노골적인 차별 조장이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재해 살인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중대재해법 재논의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재해 사망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며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고용, 임금, 복지 등 모든 노동 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재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하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있으나 마나”라고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백혜련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장을 찾아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를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법안소위 통과 후 경향신문은 <중대재해법 소위 통과···‘50인 미만’ 3년 유예로 또 ‘후퇴’> 속보 기사에서 “‘법안 후퇴’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50인 미만’ 유예…중대재해법, 법사위 소위 통과> 속보 기사에서 “정의당과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들은 여야가 합의한 중대재해법안이 입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겨레는 7일 사설 <‘기업 봐주기’ 중대재해법, 이대론 안 된다>에서 “노동자 생명이 달린 사안을 면피용 입법으로 끝내선 안 된다”며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위험을 외주화해 노동자의 죽음으로 치르는 비용보다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자신에게 닥칠 형벌과 금전적 손실이 더 크다는 걸 분명히 각인시키는 게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그것만이 하루 평균 노동자 6명이 일터에서 죽는 참담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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