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주요 언론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로봇 학대' 프레임에 집중하는 것과 관련해 “산업재해 사망엔 침묵하면서 로봇 학대는 논란이 되는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경제 등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대하는 신문사들은 이 후보의 ‘로봇 학대 논란’을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언론이 로봇을 대하는 감수성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 박람회에 참여해 4족 보행 로봇을 넘어뜨리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후보는 성능 테스트를 위해 로봇을 넘어뜨렸고 로봇은 몸을 뒤집어 곧바로 일어났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8일 로봇 박람회에서 4족 보행 로봇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이재명, 로봇 굴려 ‘우당탕탕’ 온라인 시끌…문 과거도 소환> 기사에서 "(이 후보가 로봇을) 과격하게 다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 후보가 로봇을 넘어뜨려 주변 사람들이 놀랐고,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로봇을 조심히 다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매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 등이 ‘로봇 학대’라는 프레임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감정이입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발언과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정상”이라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배우자 발언을 여과 없이 전했다.

고도의 로봇 감수성을 지닌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경제 등은 노동자 생명과 직결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대하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했다. 한국경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노동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3일 사설 <‘산재 사망’엔 침묵하면서 ‘로봇 학대’가 논란되는 대선>에서 “이 후보의 행동이 부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대통령선거에서 정작 중요한 어젠다는 외면하고 가십성 시빗거리만 부각시키는 일각의 행태가 한심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일부 언론은 뒤집힌 로봇이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다고 사실과 정반대로 보도하기도 했다”며 “물론 로봇이라고 해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함부로 다루거나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시 관계자와 조율된 테스트라는 전후 맥락을 지운 채 ‘학대’니 ‘과격 행동’이니 하며 공격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겨레는 “대선 과정에서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많은 문제가 이만큼도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특성화고 실습생 홍정운 군 유족을 만나 위로하고 대책을 촉구한 것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심지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폐지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놨다”며 “후보들의 공감 능력은 이런 사안에서 우선 검증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선거는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역량과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마당”이라며 “로봇을 대하는 태도까지 감시하는 고도의 ‘생명 감수성’으로 후보들의 정책을 뜯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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