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9일 오후 광주 재개발구역에서 5층 건물이 붕괴되며 17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극이 벌어졌다. 전문가는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공사현장, 감독 기능을 소홀히 한 발주처, 시공사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결국 돈을 적게 들이기 위해 빨리 철거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고 이를 위해 한꺼번에 5층을 내려 앉히는 ‘폭삭 공법’을 사용한 것”이라며 “돈 욕심이 팽배하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했다. 소방대원들이 건물 잔해에 눌려 완전히 찌그러진 버스를 중장비를 이용해 끌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현장에서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덮치면서 정류장에 정차하고 있는 시내버스 1대가 깔렸다. 버스와 함께 매몰된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직접 수사 지휘에 나섰다. 오늘 낮 1시 원인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창희 KBS 광주총국 기자는 10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건물 뒤쪽에 흙더미를 올리고 그 위에 굴착기를 올려 철거가 진행됐기에 안전수칙이 잘 지켜졌는지, 인도 통행 통제는 제대로 됐는지, 시공사가 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이 있었는지를 경찰이 중점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원철 명예교수는 사고원인에 대해 “건물 구조해석을 통해 단계별로 힘의 균형을 맞춰 철거해야 하는데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쏟아지는 걸 보면 그렇게 철거하지 않은 게 핵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뒤쪽에 흙을 쌓아놓고 굴착기 작업을 했다면 굴착기가 미는 힘으로 도로 쪽으로 건물이 쏟아졌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발생한 건물붕괴 사고와 유사하다고 봤다. 당시 잠원동에서 지상 5층 건물이 철거 도중 무너지면서 붕괴 현장 옆 왕복 4차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건물 외벽에 깔렸다. 경찰은 철거현장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현장소장과 감리보조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조 교수는 건물 밖 도로를 통제하는 감독체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발주사인 광주시에서 감독체제를 갖추고 있었는지 점검해야 하는데 현재 법적으로는 발주기관의 감독 기능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발 나아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발주기관의 감독 책임성’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작업장 부근에 발주기관의 감독 기능을 맡은 이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법적으로 발주기관의 감독 기능에 따른 책임성이 전혀 없다"며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빠져있다. 발주기관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명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안전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조 교수는 “시공사는 안전관리에 절대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하도급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며 “안 봐도 이번 사안의 경우 다단계 하도급 구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의 역할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5월 1일 시행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지자체는 해체 작업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감리를 지정한다. 감리는 건설 현장에서 규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조 교수는 “감리회사를 정하는 구조를 보면 시공사에서 위임하고 월급을 주기 때문에 감리 권한 행사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