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백종훈 원불교 교무] 메두사를 닮은 COVID-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누비며 모든 이들의 일상을 돌덩이로 만들었다. 텅 빈 가게, 한적한 거리, 마스크 위로 빼꼼히 드러난 사람들의 눈 밑에 그늘이 짙어간다. 체온을 재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부쩍 늘었다. 손세정제로 꼼꼼히 손을 닦아내는 습관이 절로 몸에 배어간다. 어려움은 종교라 해서 다르지 않아 방역지침을 최대한 지키며 근근이 유지해 온 법회도 최근 문을 내렸다. 대안으로 유튜브나 줌을 활용한 온라인 법회를 늘린다고는 하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벅찬 다수의 어르신들에게는 이마저도 높은 문턱이다. 교도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기부금도 많이 줄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다 다함께 성가를 부르던 어제나
[미디어스=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포털뉴스 댓글은 오랫동안 네티즌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등장 초기에는 언론사 홈페이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포털뉴스 하단 게시판에 댓글을 달고 찬성과 반대 표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그런 이유로 포털뉴스 댓글은 다수 네티즌과 시민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이었다. 물론 일부 악플로 인한 비판과 비이성적인 게시글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단점은 있지만, 포털뉴스 댓글은 시민참여와 사회적 관심사에 의견을 표시하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포털뉴스 댓글의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정치적 규제로 인해 선거기간 동안 댓글 사용이 부분적으로 제한되었고, 연예뉴스와 스포츠뉴스 등에서 차례로
[미디어스=송현순 칼럼] 지난 8월 28일 조선일보의 오보기사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카더라 통신’의 주류언론진입이 너무나 쉽다는 점에 한차례 놀랐고, 이어진 ‘바로잡습니다’에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이 글은 기사의 의도나 당사자의 반박과 관련 없이 단지 오보의 탄생과, 이에 대한 주류언론의 사과방식에 관심이 있을 뿐임을 미리 밝힌다.알다시피 8월 28일자 조선일보 기사는 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었는데, 취재원은 복수의 연세대학교 의
[미디어스=강남규 칼럼] 올해에 청년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두 번의 사건이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한 직원들과 구직자들의 반발이 첫 번째 사건이었고, 의대 정원 확충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의대생들의 반발이 두 번째 사건이다. 공공기관과 의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경쟁률이 치열한 곳들이다. 다시 말해 이 두 곳에 들어간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인정된다는 얘기다. 그런 그들도 가짜뉴스에 당한다. 모두 ‘카톡발 뉴스’였다.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메시지가 캡쳐본 형식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서 “연봉 5000만원” 된다고 정규직을 조롱하는 내용의 이 메시지는 ‘비정규직들의 못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관심·논쟁·비전이 없다는 말까지 들은 여당 전당대회가 예상대로의 결과로 끝났다. ‘예상대로’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낙연 대표의 압승과 박주민 의원의 선전이다. 상대적으로 김부겸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다소 손해를 보았다. 두 번째는 핵심 지지층이 선호하는 강경론에 기대지 않으면 지도부 입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거다. 언론 노출도가 낮았던 후보들이 조직표를 확보했음에도 끝내 탈락한 최고위원 투표 결과는 이 점을 보여준다.‘어대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이낙연 대표의 탄생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오히려 관심은 얼마나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표가 되느냐에 모였다. 득표율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낙연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지
[미디어스=박진우 칼럼] 언론인권센터에서는 7월부터 인권과 혐오 표현을 둘러싼 이슈를 다루는 연속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 역시 그 한 부분을 담당하여 ‘미디어 속의 인권과 혐오 표현’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진행하였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가 인권과 배제, 혐오 표현의 문제를 다루면서 어쩌면 부차적인 것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은 주제이다. 언론 속의 혐오표현이라니? 적어도 한국 언론이 명시적으로 대놓고 그런 표현들을 전달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그렇지만 차별 의식과 배제의 일상화, 그리고 혐오 표현의 확산이라는 문제를 놓고 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요즘은 접촉사고를 내놓고 뒷목부터 잡는 행태가 정치의 본질처럼 보이는 때가 많다. 씁쓸한 일이다.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돼버렸는지 모두가 함께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코로나19의 국내 대유행이 또다시 눈앞에 다가온 지금 미래통합당은 연일 정부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방역대책의 책임은 결국 정부가 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게 완전히 틀린 주장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다시 유행의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정부가 소비쿠폰 살포 등을 정책을 강행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다만 정부도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역에 무게를 두면 경제가 죽고, 경제를 살리고자 하면 방역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은 세계 공통이다. 극우포퓰리스트들과 독재자들은 아예 처음부터 방역은
[미디어스=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매일경제는 19일 기사에 이어, 20일 [기자24시] 칼럼과 사설 를 통해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보도를 연이어 내보냈습니다. 매일경제뿐 아니라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 모든 경제신문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이들 경제신문이 '공기업의 노동이사제'를 반대하는 근거는 △독일보다 급진적이며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상당하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 책상이 있다. 덩치가 큰 롤 톱 실린더 데스크로 가정집에 놓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그런 이유로 책상은 카페에 놓였다. 카페 사장님은 고가구, 소품, 조각품,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카페 곳곳에 오래된 가구와 그림, 이국적인 민속 공예품, 조각품을 공간에 잘 스며들도록 배치했다. 책상도 고가구 중 하나로 카페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책상은 카페 입구 쪽에 -지금은 별채에- 놓여 있었다.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 중 책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목사라는 사람이 수많은 사람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유도하고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결국 본인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니,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전광훈 목사의 ‘기행’은 종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로 볼 수 있다. 확진자 발생이 정치적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방역을 거부하는 이유인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부터 전광훈 목사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공식에 충실한 행보를 해왔다.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유튜브 등을 통해 극우정치의 논리를 접하고 집회 준비를 함께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이렇게 되자
[미디어스=최선욱 칼럼] 최근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자 급증과 KT의 넷플릭스 제휴를 둘러싸고 미디어 정책, 시장, 산업 내 다양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부처는 넷플릭스 같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연구반들을 발족시켰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자기 부처의 소관 업무범위나 영역 강화라는 복선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와중에 산업 내 주요 행위자들은 자사의 유·불리를 고려한 입장들을 직접 표명하거나 관련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시장과 산업이 있다.해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사회 논쟁의 중심에 있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미디어라는 점이다. 한 사회에서 미디어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이 갖게 되는 경
[미디어스=강남규 칼럼] 최근 경향신문사 내부를 시끄럽게 하는 이슈가 하나 있다.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가 2018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박재동 화백의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작성해 데스크 검토 없이 온라인 송고했고, 수 시간 만에 삭제된 사건이다.(미디어스, “경향신문 '박재동 가짜미투 논란' 보도가 삭제된 이유”)이후 강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기사를 삭제한 신문사를 비판하는 등 거의 매일같이 다양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일련의 사건은 미디어스‧미디어오늘 두 언론비평지에 의해 주로 다뤄지고 있고, 굿모닝충청‧뉴스프리존 등 지역지와 인터넷신문을 제외하면 크게 다뤄지고 있진 않다. 하지만 강 기자의 논리들에 대해서는 한 번 따져볼 구석이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종
[미디어스=강소영 칼럼] 지난 7월 29일, SBS는 예고했던 저녁 메인 뉴스인 ‘8뉴스’의 분리형 편성광고 적용 시기를 연기하면서 "추후 정기개편 시 도입을 논의”라고 밝혔다. 당초 SBS는 8월 초부터 '8뉴스' 방송시간을 나눠 그 사이에 광고를 삽입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런 연기 발표를 한 것이다.분리형 편성광고이라고 불리는 이 광고 형태는 기존 중간광고와 유사하고 비슷해서 ‘유사 중간광고’ 로 불린다. 혹은 기존 광고보다 1.5배~2배 비싸기 때문에 '유사 프리미엄 광고'로도 불린다. 그러나 한 프로그램을 2~3부로 쪼개서 광
[미디어스=하승수 칼럼] 사실 국회개혁, 검찰개혁 같은 말을 쓰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지금 얘기되는 개혁이라는 것은 사실 너무나 상식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답게 일하고, 검사가 검사답게 일하라는 것 정도를 ‘개혁’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현실이 오히려 참담하다. ‘높은 수준으로 일을 잘하라’가 아니라 ‘일탈을 하지 말고, 기본이라도 하라’는 것을 우리는 지금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언론개혁도 마찬가지이다. 언론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았다.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 언론이라고 되어 있다. 언론은 이런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언론이 권력화되어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여론을 왜곡하려고 하니 ‘언론개혁’
[미디어스=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한국의 온라인 뉴스 생태계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포털을 중심으로 진화했다. 1998년 야후코리아가 증권과 경제, 정치 뉴스를 메인화면에 속보로 제공한 이후 한국에서는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가 보편화되었다. 2000년 이후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가 주도하는 PC 기반 포털서비스에서 항상 메인화면의 눈에 잘 보이는 공간에는 뉴스서비스가 자리했다. 주요 3대 포털이 전면에 배치할 정도로 뉴스서비스는 많은 네티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는 2019년 발간한 에서 포털이나 뉴스 수집기 기반의 뉴스소비 국가 유형을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청와대 참모들이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은 뭔가 큰일이 일어났고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그렇게 될까? 그건 모를 일이다.청와대 참모들의 사의 표명은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게 대개의 분석이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통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등 수요 중심 정책에서 일단 후퇴했다. 최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재건축 재개발을 받아들이는 경우에 한해 용적률 상향 등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공급책이 나온 것은 말하자면 ‘플랜B’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플랜B’마저도 이른바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표적인 재건축조합들이 자신들이 기대한 이익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모델이라는 이
[미디어스=백종훈 원불교 교무] 닷새간 더불어 정진했던 도반들이 떠난 빈자리에 홀로 남았다. 법당청소를 마친 뒤 세탁실에 들르니 요 껍데기와, 이불, 베갯잇, 방석 피가 수북하다. 밖으로 나가 천막을 걷고 탁자와 의자를 치우자 기다렸다는 듯 빗방울이 우수수 나린다. 옆으로 길게 나란히 앉아 정성스레 공양을 들던 법동지들의 잔상이 반짝이다 스러진다. 땀에 전 몸을 씻어낸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부처님 모신 대각전에 올라 경종 울림에 향을 사르고 불경을 읊으며 길 잃은 영혼의 앞길을 밝히는 천도재를 지낸다. 그리고 내리막에 깔린 야자매트 위로 발길을 놓아 요사채에 다다른다. 엄지손가락보다 큰 장수풍뎅이가 엉금엉금 기어가다 내 발 앞에서 멈칫 할 새 멀찌가니 길 가 수풀에서 나온 꺼병이들은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관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대학원에 다닐 때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선배 언니들이 교수님을 도와 논문과 책을 집필하는 것을 보았다. 선배 언니들은 출판될 책에 교수님과 공동 집필자로 이름이 오르게 되어 있었다. 교수님과 공동 집필자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교수님이 읽어야 할 자료를 알려주면 선배들은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썼다. 그럼 교수님은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원고를 읽고 방향을 다시 잡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면 선배들이 다시 쓰기 시작했다. 원고를 쓰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은 참
[미디어스=정의철 칼럼] 질병의 존재 여부로만 건강함을 판단하는 협소한 관점으로는 복잡다기해지는 건강위험들의 맥락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렵다. 불확실성이 높은 신종감염병의 파급력이 개인, 가정, 국가의 경계를 넘고 있고, 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으로 비화되는 과정은 평등하지 않으며,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이 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건강은 다양한 시민적 권리와 의무들을 실천하는 기본 조건이며 건강 자체가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의 실천을 내포하고 있다.이 점에서 건강에 대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쪽 판사 이회창’의 전설은 독재정권으로부터 시작한다. 완벽한 이력이라고 볼 순 없지만, 어쨌든 그는 대한민국 주류 중의 주류 출신이라는 바탕을 십분 활용해 독재에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킬 수 있었다. 노태우 정권은 그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겼는데, 부정선거를 하지 말 것을 정치권에 촉구하다가 1년 3개월 만에 직을 던졌다. 이회창은 이후 공직을 수행하면서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는데, 김영삼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맡았다가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127일 만에 사표를 낸 게 두 번 연속 대권에 도전하는 기반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정치적 징검다리가 된 직책 중엔 감사원장도 있었다. 김영삼 정권의 출범과 함께 감사원장이 된 이회창은 지나치게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공관 입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