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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포털 공론장[송경재의 포털읽기] 새로운 공론장을 기다리며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 승인 2020.09.03 08:44

[미디어스=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포털뉴스 댓글은 오랫동안 네티즌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등장 초기에는 언론사 홈페이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포털뉴스 하단 게시판에 댓글을 달고 찬성과 반대 표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그런 이유로 포털뉴스 댓글은 다수 네티즌과 시민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이었다. 물론 일부 악플로 인한 비판과 비이성적인 게시글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단점은 있지만, 포털뉴스 댓글은 시민참여와 사회적 관심사에 의견을 표시하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포털뉴스 댓글의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치적 규제로 인해 선거기간 동안 댓글 사용이 부분적으로 제한되었고, 연예뉴스와 스포츠뉴스 등에서 차례로 댓글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연예와 스포츠뉴스는 악플이 몇몇 안타까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20여 년 동안 서비스되던 공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것만이 아니다. 최근에 폐쇄되거나 사라진 포털 내의 시민참여와 소통 공간은 더 많다. 실시간 검색어(실검)가 정치적인 논란으로 축소되거나 위축되었다. 포털에서 시민이 참여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1시 방향부터 네이버, 네이트, 다음 사옥 (사진=연합뉴스)

포털 공론장의 과거와 현재

포털 내에서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하는 뉴스 댓글과 토론방 등 시민참여 공간이 줄어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다수의 포털 공론장 공간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지고 말았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진 공론장 공간은 지금 들어도 모두가 알 만큼 유명한 서비스였다. 

먼저, 포털 네이버 공론장인 <토론장>은 2007년 대선 이후 전격적으로 사라졌다. 네이버는 이전에 핫이슈와 뉴스 poll, 토론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핫이슈 토론장은 시기별, 분야별 이슈에 대한 토론공간으로 많은 네티즌과 시민들이 이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민연금과 관련된 논쟁을 주도했던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게시글은 2004년 5월 한 네티즌이 연금의 수급 문제를 네이버에 공개하면서 큰 파란을 몰고 왔다. 결국 이 사건은 국민연금 수급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는 등 사회적인 논란이 되었다. 

포털 다음의 공론장이었던 <아고라>도 2019년 1월 7일 사라졌다. 과거 <아고라>는 토론방과 e-청원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청와대 국민청원, 국회 청원, 지방정부 단위의 청원이 활성화되었지만, 그런 공간이 없었던 시기에 일반 시민들이 e-청원을 하는 공간으로 등장했다. 여기서 동의를 많이 받은 청원은 법적 강제력은 없었지만, 인터넷 여론의 풍향계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청원이 적었던 시기에 포털에서 e-청원이란 새로운 시민참여 흐름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포털 다음의 공론장 서비스 중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것은 역시 <아고라> 토론방이다. <아고라> 토론방은 오픈 15년 동안 1,000만명 3,000만 건의 게시글을 기록한 시민참여형 토론 서비스였다. <아고라> 토론방은 주요 현상과 문제를 가지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아고라” 깃발을 들고 오프라인 집회까지 참석하는 등 온라인을 넘어 조직화하기도 했다. 

포털 네이트는 아직 <판>이란 서비스가 남아있다. 뉴스 댓글은 개편이 되면서 축소되었지만, 네티즌들이 다양한 이슈에 대한 게시글을 작성할 공간으로 <판>은 남아있다. 현재 네이트의 <판> 서비스는 오늘의 톡, 화제의 톡톡 등의 하위 메뉴에서 정치사회적 이슈보다는 세대별, 이슈별 관심사를 공유하는 공론장으로 존재한다. 

이처럼 포털이 뉴스댓글과 별도의 시민참여 공론장을 없앤 이유는 다양하다. 포털뉴스와 토론방이라는 공론장이 사라진 몇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토론방의 과도한 정치화와 특정 집단의 견해를 대변하는 공간이 되었다. 둘째,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댓글과 실검, 토론장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셋째, 일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 대한 악플 문제가 제기되었다. 넷째, 정화되지 않은 토론방 참여와 운영방식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터넷 공론장의 주도권이 소셜 미디어로 옮겨간 것이 크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친구들만 통하는 이른바 ‘네트워크형 공론장’이 형성된 것이다. 스마트 폰과 소셜 미디어가 확산하면서 주어진 공간이 아닌, 나의 공간에서 네트워크로 연계하여 토론이 진행되는 등 토론방 사용 방식도 변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에서 이성적 토론은 불가능한가?

정치학자 라스웰(Lasswell)은 언론의 역할을 환경 감시, 사회구성 요소 간의 상관 조절, 사회유산 전수 기능 등으로 제시했다. 언론이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론의 영역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감시와 협의, 조정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물론 포털뉴스는 아직 《신문법》에서 언론이 아니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강변할 수 있지만,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0% 이상이 포털뉴스를 언론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실상의 언론인 것이다. 

한국에서 포털이 언론 유통자로서 사회적 책임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다. 아무리 법적인 언론사가 아니라고 강변해도 사회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부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포털의 인터넷 공론장 축소가 네티즌과 시민들의 선택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외부 권력에 의해 공론장이 축소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집단화와 이념의 양극화를 지향하고, 합리성과 이성적인 토론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론의 공간을 일방적으로 없애고 줄여버린다면, 결국 네티즌과 시민의 참여 공간은 줄어들게 된다. 

포털의 새로운 토론 공론장을 제안하며

그런 차원에서 네티즌들과 시민단체, 학계, 포털운영사 등이 협력한 새로운 공론장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민주주의 기술(ICT for Democracy)이라고 불리는 ICT 활용의 참여‧심의형 토론방식이 개발되어 있다. 그리고 의제 설정과 토론방식, 투표 결정에서도 중재자(또는 사회자)가 조율하면서 합리적인 토론과 e-가중투표와 e-선호투표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라진 포털 공론장을 회복하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집중적 토론과 합의의 모범을 포털 공론장에서 하면 어떨까 한다. 다수의 네티즌과 시민이 참여하여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형 토론방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를 줄이는데 이바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적‧절차적 방식과 아이디어 등에 대한 고민은 학계와 기술자 집단에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 포털운영사들은 여러 원인으로 귀찮다고 포털 공론장을 일방적으로 없애기보다는 건강한 공론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볼 때이다. 그것이 포털이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이 아닐까 한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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