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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원인 찾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강남규 칼럼]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 승인 2020.09.01 09:28

[미디어스=강남규 칼럼] 올해에 청년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두 번의 사건이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한 직원들과 구직자들의 반발이 첫 번째 사건이었고, 의대 정원 확충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의대생들의 반발이 두 번째 사건이다. 공공기관과 의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경쟁률이 치열한 곳들이다. 다시 말해 이 두 곳에 들어간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인정된다는 얘기다. 그런 그들도 가짜뉴스에 당한다. 모두 ‘카톡발 뉴스’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메시지가 캡쳐본 형식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서 “연봉 5000만원” 된다고 정규직을 조롱하는 내용의 이 메시지는 ‘비정규직들의 못된 심보’를 증명하는 증거인 양 수많은 언론에 보도돼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사실무근이었다(오마이뉴스, “인천공항 정규직 '연봉 5000 소리 질러 카톡'의 실상”). 연봉 수준이나 채용과정, 오픈카톡방의 정체 등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가득한 가짜뉴스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청년들은 비정규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 메시지를 사용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8월 26일 SNS 등에 유포된 '가짜 뉴스'

현재진행형인 전공의 진료거부 사건에서도 ‘카톡발 뉴스’가 논란이 됐다. 보건복지부에서 수도권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8월 26일, ‘경찰이 세브란스병원을 급습했다’는 카톡 메시지가 SNS에 유포됐다. 쉬이 믿을 수 없는 내용임에도 이 메시지는 상당히 공유되었다. 결국 이 메시지는 명백한 거짓으로 밝혀졌고, 서대문경찰서가 내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른다. 이외에도 조국 전 장관의 딸과 관련한 오보 등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왜 가짜뉴스를 거르지 못할까.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2016년 말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아왔다. 왜 거르지 못하는지 알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기에 중요한 질문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처음부터 꼬였다. 공교롭게도 가짜뉴스 담론이 떠오른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 노인들이 주축이 된 태극기 집회와 겹치면서,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거르지 못하는 이유’라는 질문은 ‘노인들이 가짜뉴스를 믿는 이유’라는 질문으로 구체화됐다. 그러자 노인들, 특히 극우화된 노인들의 속성을 중심으로 질문을 풀어가려는 시도들이 이뤄졌다. 학력과 문해력,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 등의 문제로 가짜뉴스 수용성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전공의 청년들의 사례를 보아 알 수 있듯이, 젊고 미디어에 익숙하며 고학력인 청년들조차 가짜뉴스를 곧잘 받아들이곤 한다. 물론 집단에서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의 비중이나 가짜뉴스의 수용 수준 등을 고려하면 청년 세대의 그것이 노년 세대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가짜뉴스의 원인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을 드는 전문가들도 있다. 기성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사이에 가짜뉴스가 치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40개국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언론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의 비율은 21%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다. 그런데 동시에 어떤 가짜뉴스를 팩트라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기사도 나왔지 않느냐”고 주장한다는 점도 사실이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지만, 언론에 나온 사실을 근거로 인용하는 것이다.

태극기 노인들과 인천국제공항공사‧전공의 청년들 사이의 차이를 지우고 언론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고려했을 때, 하나의 공통점이 남는다. 가짜뉴스를 믿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가짜뉴스가 사실일 때 그들의 주장은 동력을 얻는다. 이것이 가짜뉴스의 근본 원인은 아니겠지만, 가짜뉴스가 파급력을 얻을 수 있는 한 양태인 것은 분명하다. 이 경우 가짜뉴스의 해결책으로 주로 제시되는 ‘팩트체크 시스템’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 아무리 가짜뉴스를 팩트체크 해도, 그것을 믿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에 동력을 더해줄 또 다른 ‘사실’을 찾아 헤맬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뉴스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이해집단 간의 치열한 갈등이 정치라는 과정 속에서 원활하게 해소되지 못하니 집단들은 정치적 해결이 아닌 파워게임으로 이해를 관철시키려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파워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갈등하는 상대방과의 대화와 타협은 고려되지 않고, 상대방을 위선적인 대상으로 매도하거나 여론에서 고립시켜 영향력을 잃도록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가 주로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내용이나 갈등 상대방이 여론의 비난에 부딪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짜뉴스 논의는 2016년 말 태극기 집회로 인해 처음부터 엇나갈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과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는 그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까.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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