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한국의 온라인 뉴스 생태계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포털을 중심으로 진화했다. 1998년 야후코리아가 증권과 경제, 정치 뉴스를 메인화면에 속보로 제공한 이후 한국에서는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가 보편화되었다. 2000년 이후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가 주도하는 PC 기반 포털서비스에서 항상 메인화면의 눈에 잘 보이는 공간에는 뉴스서비스가 자리했다. 주요 3대 포털이 전면에 배치할 정도로 뉴스서비스는 많은 네티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는 2019년 발간한 <Digital News Report 2019>에서 포털이나 뉴스 수집기 기반의 뉴스소비 국가 유형을 “한국형 모델”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뉴스를 한 곳에서 모아 놓고 보는 “한국형 모델”의 특징은 포털이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소비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형 모델”은 뉴스가 단순히 일방향적으로 생산자 → 소비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그것이 바로 뉴스 내용에 관한 토론과 찬성, 반대 등을 소비자가 직접 작성하는 댓글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 CI

포털뉴스에서 댓글의 등장

일반적으로 댓글은 인터넷 게시물 밑에 남길 수 있는 짧은 글이다. 인터넷 초창기 게시판에서 게시글을 작성하고 그 게시글과 관련하여 타인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영어로는 코멘트(comment), 리플(reply)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댓글로 사용된다.

댓글이 뉴스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온라인 저널리즘이 활성화되면서부터이다. 2000년대 이후 온라인 기반의 시민참여 저널리즘이 뉴스 생산과 소비의 주류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오프라인 기반 미디어)의 영향력은 반감되었다. 과거에는 기자와 언론사가 뉴스를 생산하면 독자인 소비자는 일방향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머물렀다. 하지만 온라인 저널리즘 환경에서는 과거와 달리 기자와 언론사가 독자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 플랫폼이 형성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댓글의 공간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댓글은 뉴스소비자인 시민과 기자·언론사와의 소통 공간이었다. 오탈자 교정이나 독자 제보, 이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경우, 온라인 뉴스의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리적인 토론 이루어지기도 했다. 간혹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공유되면서 새로운 인터넷 공론장(Internet public sphere)의 가능성도 발견되었다. 이에 학자들도 댓글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시민이 참여하고 언론사가 반응하는 ‘댓글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포털뉴스 댓글의 어두운 그림자, 악플

그러나 댓글은 온라인 플랫폼, 특히 포털뉴스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의 소통 공간이라는 평가에도 일부 악의적으로 허위·비방 정보를 생산하거나 심지어 불법 정보나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악플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집단 또는 대중에게 노출되기 쉬운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 등에 집중되면서 확산되었다. 특히 대중의 인기가 필수인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 등은 악플을 알면서도 법적인 처벌을 못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악플은 현행형법상 모욕죄·협박죄,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 훼손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자칫 대중의 관심과 인기가 식을까 봐 우려해서다.

악플에 대응하기 위해 포털뉴스 운영사들은 모니터링, 인공지능 필터링, 신고제 등을 강화했으나, 악플은 줄지 않았다. 여기에 모니터링 기능이 약한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는 더욱 심한 경우도 발생했다. 포털뉴스가 일부 유명인에 대한 악플의 공간이 되자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었지만, 결국 포털 뉴스를 운영하는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는 뉴스 댓글 공간을 폐쇄하는 수순을 밝고 있다.

이미 7월과 8월에만 네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도 다음(DAUM)・카카오톡 샵(#)탭 등에서 연예뉴스와 스포츠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술적인 대안으로 네이버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연예와 스포츠뉴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댓글의 유형을 분석해 악성 댓글 노출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도 욕설·비속어 치환 기능과 인공지능 기반 악플 필터링 기술을 고도화하고, 추천 댓글 기능을 향상시켜 악플 이용자에 대한 신고·제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반 포털뉴스에도 네이버는 부정적인 표현을 O으로, 다음은 음표(♪나 ♬)로 자동전환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속해서 악플을 게시하면, 네이버는 60초 내에 한 개만 등록, 한 아이디로 한 기사당 세 개까지만 댓글을 다는 것으로 제한했고 다음 역시 잠시 후 작성하게 변경했다. 그리고 포털뉴스 서비스 전반에 댓글신고센터, 자동필터 기능을 이미 도입했고 덮어두기/접기 기능 등도 도입했다.

(사진=연합뉴스)

폐지와 개선의 갈림길?

댓글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역시 악플의 심각성이 커지면서부터이다. 일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정치인들이 악플의 심각성을 호소하기도 하고,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그 결과 포털뉴스 서비스에서 댓글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포털뉴스 입장에서는 문제가 많은 서비스를 폐쇄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댓글 폐지가 정답일까? 실제 포털뉴스에서 댓글이 폐지된다고 해도 악플이 근절될 것이란 기대감은 없다. 오히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는 게시판이나 직접메시지(DM)를 통해 여전히 악플은 남아 있다. 그리고 해외 서비스사업자들의 문제도 있어 국내 포털뉴스에서 악플을 달 수 없게 된 이용자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옮겨가며 악플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상호작용적 공간으로 인터넷 공론장 기능을 살리면서 악플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술적인 차단이나 처벌, 폐지로 악플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신조어가 만들어지거나, 필터링을 우회하는 방식, 해외 서비스사업자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등으로 근본적인 대책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악플에 대한 문제를 두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5가지 층위에서 다각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첫째, 정보윤리 강화라는 초등·중등·대학·시민 교육적 접근, 둘째, 포털뉴스 사업자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의 기술적 대응, 셋째, 네티즌과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신고기능 강화, 넷째, 정부의 공적 자원(인공지능 활용 악플 차단 프로그램 개발 등)의 투입, 다섯째, 포털 및 인터넷 사업자들의 악플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데이터 공개와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필요하다.

다층위적인 해결방법 제시해야

우리는 그동안 악플을 지나치게 결과론적으로 바라보면서 차단과 처벌 중심의 규제를 고려했다. 그렇지만 악플의 원인과 사회적인 요인을 분석하는 시도는 부재하다. 대책이 항상 임시방편인 이유이다. 사실 악플은 현대판 낙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화장실에서 누군가의 욕을 하거나 정권을 비방하는 발언이 소수에게만 공개되었지만 악플은 이것이 전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실제, 악플을 작성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악플의 문제점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악플은 단순히 포털뉴스의 서비스 개선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적인 조치, 법적 처벌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악플에 대한 원인과 사회적 배경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처방전을 정밀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악플을 줄이기 위한 정책 한 가지, 한가지는 모두 세부적인 계획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에서 올바른 정보문화를 형성하고 공론장을 회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오프라인에서도 분열과 반목이 있는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없어져야 한다는 기대는 과분한 것인지 모른다. 악플 문제는 단기전보다 장기전 성격이 강하다. 앞서의 다양한 차원의 대응방안을 층위별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 포털뉴스 공론장의 올바른 댓글 문화를 만들고, 바람직한 토론의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털뉴스나 인터넷에서 악플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이용자들의 성숙한 미디어 리터러시 또는 사이버 리터러시를 강화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라도 단기 처방과 함께 장기 처방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을 본격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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