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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와의 '거리 좁히기'와 '방역언론'의 길[기고] 정의철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정의철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 승인 2020.08.06 08:02

[미디어스=정의철 칼럼] 질병의 존재 여부로만 건강함을 판단하는 협소한 관점으로는 복잡다기해지는 건강위험들의 맥락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렵다. 불확실성이 높은 신종감염병의 파급력이 개인, 가정, 국가의 경계를 넘고 있고, 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으로 비화되는 과정은 평등하지 않으며,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이 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건강은 다양한 시민적 권리와 의무들을 실천하는 기본 조건이며 건강 자체가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의 실천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점에서 건강에 대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책임보다는 공동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인식이 필요하고, 이러한 방향으로 언론보도의 변화도 요구된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우리와 다른 ‘타자’로서 차별의 대상이 되어온 소수자들은 감염병 위기 때마다 그들의 건강문제들에 대해서는 ‘무보도’ 되면서 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코로나 19는 대면접촉을 통한 돌봄과 지원이 필수적인 장애인에게는 더 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행하는 장애인정책리포트 ‘코로나19, 도미노처럼 무너진 장애인의 삶’에 의하면, 사태 초기 청도대남병원에 있던 정신장애인들은 ‘코호트격리’됐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정신병동에 대한 코호트격리는 ‘사망선고’와 같았다고 한다. 장애인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더 큰 불안과 소외를 겪게 되지만 감염병 예방·대책이 비장애인에 초점을 두는 가운데 ‘코로나19’와 이어진 ‘비대면’ 조치에 직면했으며, 이들의 건강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관심은 미비했다.

5월 초 이태원 확진 사례 이후 성소수자가 감염의 주범인 양 자극적 보도가 속출하자 성소수자 단체들은 ‘코로나19성소수자긴급대책본부’를 출범시켜 차별에 대응하면서 성소수자가 겪는 문제들에 대한 상담과 검사 촉구 및 언론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대책본부’는 성소수자 공동체가 겪는 피해를 취합하고, 혐오 보도 규탄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방역당국과 지자체,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5월 14일 전국 3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배제를 넘어서자"며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관련 언론과 지자체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언론개혁시민연대)

주류언론은 이태원 확진을 성소수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관 짓는 보도를 쏟아내면서도 성소수자 단체들이 성소수자 공동체와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전개하는 상담·지원·소통 활동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언어적 어려움으로 이주민의 상당수는 재난 문자나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재난 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들이 보편적 방역체계에서 배제되면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고, 공적마스크도 4월 20일부터 구입이 허용되는 등 차별적 방역체계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소수의 성소수자들과 미등록이주민들은 ‘아우팅’과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단검사를 회피하기도 하며, 장애인이나 HIV 감염인들은 진료거부 등에 직면하면서 그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치료권을 침해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애인, 성소수자, 미등록이주민,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건강이 감염병 위기로 더 크게 위협받지만 ‘무보도’ 되고 있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등 자극적인 요소만 부각해 보도되면서 ‘타자화’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감염병 위기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알 수 있다. 소수자들이 공동체에서 평등하고 역동적 주체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다는 점에서 재난과 건강위기를 ‘개인화’ 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개인의 정체성이나 라이프스타일, 나태함 등으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감염과 재난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과 대안 모색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즉 언론은 방역·보건을 의학적 관점이나 개인 책임 프레임을 넘어 시민의 공감과 참여, 정책·관행·문화의 변화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이 건강위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대면’ 열풍 속에 대면 돌봄이 필수적인 장애인들의 건강권 문제를 조명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장애인들은 웹이나 엡에 대한 낮은 접근성과 활용 등 정보격차와 약국·선별진료소 방문 시 이동의 불편함 등을 겪을 수 있다. 재난 뉴스나 문자에 대한 접근과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 노력과 정책대안 논의가 방역당국은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요구된다.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부각하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소수 소수자가 신분 노출을 꺼려 검사에 나서지 않는 것을 핑계로 전체 소수자에 대해 혐오를 확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검사에 두려움을 갖는지와 함께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혐오의 맥락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가 방역에 기여할 수 있다. 성소수자들은 스스로 대책본부를 만들어 성소수자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활동하고 있었고, 이는 사회 전체의 방역에도 기여하는 행동이다. 언론은 비가시화되어 있는 소수자들이 겪는 건강위험들과 함께 소수자 공동체의 방역 노력을 전시민적 방역의 일부로 공론화하면서 소수자와의 ‘거리두기’가 아닌 소수자와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병 위기를 보도하는 언론의 건강과 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이른바 ‘엘리트’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상업성과 시청률 경쟁이라는 환경에 처한 주류언론의 속성상 건강위기와 소수자를 대하는 관점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지난 4월 28일 한국기자협회 등이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보도준칙’에서는 추측·과장 보도와 자극적 표현을 자제하고, 차별·낙인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사생활을 존중해야 하며, 각 언론사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감염병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기자들이 현장에 접근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방역을 선도하는 ‘방역언론’으로의 도약은 저절로 실현될 수 없고, ‘감염병보도준칙’ 제정 그 자체가 담보해 주지도 않는다. 감염병보도준칙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며, 먼저 감염병 보도에 투입되는 기자들을 위한 교육이 강화되고, 그 속에 건강의 사회적 의미와 소수자에게 건강이 어떤 의미인지를 가르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은 비가시화되어 있던 소수자가 직면한 건강문제들과 그들의 건강권을 공론화해야 하며, 소수자와의 ‘거리 좁히기’ 보도를 위한 인식과 자질, 기술을 배양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가 아닌 코로나와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민과 언론이 함께 하는 생활방역이 중요하다.

시청률과 클릭 수가 아닌 생명과 인권을 우선시하는 보도를 통해 의학적 방역을 넘어 전시민적 참여에 기반하는 사회적 방역이자 생활방역을 선도해야 한다. 환경파괴, 상업화, 건강불평등 등으로 인해 건강위험요인들이 증가하는 ‘위험사회’의 맥락 속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감염병에 대해 ‘보건의료전문가’들도 연구와 학습이 필요하며, 언론인들도 예외일 수 없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시민들의 참여가 나를 넘어 공동체의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건강을 위한 시민참여와 소수자 건강을 위한 역할에 대해 언론이 더욱 진지하게 성찰하고 학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 정의철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71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정의철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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