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KBS 사장들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며 감사 독립성 침해 논란을 반복하고 있다. KBS 사장의 인사권과 2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 임명 강행을 근거로 한 KBS 감사실 인사 파행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KBS 감사실 인사 파행이 중단된 시점은 윤석열 정부 2인 방통위가 임명한 정지환 KBS 감사의 재직시절이 유일하다. 앞서 법원은 박민 전 KBS 사장이 박찬욱 감사 동의 없이 감사실 핵심 인사를 단행한 행위, 2인 방통위가 정지환 감사를 임명한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감사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장의 일방적 감사실 인사는 무효이고, 5인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를 2인으로 운영해 KBS 감사를 임명하는 것은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민 전 KBS 사장,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박민 전 KBS 사장,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지난해 2월 8일 당시 박민 KBS 사장은 감사실 부서장 인사를 단행, 감사실장·기획감사부장·방송감사부장·기술감사부장 인사가 이뤄졌다. 기존 감사실 부·국장들은 평직원으로 전보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박찬욱 감사가 일반감사·특별감사를 진행 중이었다. 박찬욱 감사는 박민 사장의 인사는 감사 독립성 침해라며 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S 경영진은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민 사장은 감사실 부서장 단행을 통한 '불공정 보도 특별감사'를 시사했다. 지난해 2월 14일 KBS 이사회에서 박민 사장은 "감사실을 통한 특별감사 등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감사 인사를 했다. 조직이 안정되는 대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사(감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민 사장은 취임 당시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인용 보도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지난해 6월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박민 사장의 지시로 교체된 감사실 부·국장급 직원들이 제기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이 사건 전보명령은 감사직무 규정 반하여 감사의 요청 없이 이뤄진 것으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전보가)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감사 업무의 연속성·독립성 훼손 의도가 없다는 KBS의 주장에 대해 "감사는 새로운 기획감사부장,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으로 승격한 것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감사가 반대하는 직원들이 감사실의 책임직급을 맡게 되면 감사 업무의 연속성·독립성이 저해될 염려가 있는 점을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박민 사장은 자신이 새로 임명한 감사실 부서장을 그대로 둔 채 타 부서로 발령냈던 부서장들을 복귀시켰다.  이로 인해 감사실장과 기술감사부장이 각각 2명이 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박찬욱 감사는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감사실의 혼란을 초래해 정상적인 감사업무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박민 사장은 기형적 감사실 운영을 지속했다.

지난해 7월  31일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31일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오른쪽)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KBS 감사실 인사 논란은 2인 방통위가 신임 KBS 감사를 임명할 때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28일 당시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정지환 KBS 감사를 임명했다. KBS 보도국장을 역임한 정지환 감사는 과거 'KBS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주도해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정지환 감사 출근 다음 날인 지난 3월 11일 KBS는 감사실 부서장 인사를 단행, 감사실장과 기술감사부장이 각각 2명인 상황을 해소했다. 정지환 감사의 의견을 받아 박장범 KBS 사장이 단행한 인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2인 방통위의 정지환 감사의 임명효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6월 9일 서울고등법원은 박찬욱 감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정지환 감사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행정형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의 의결 방법·절차에 관한 법리, 방통위의 의결과 그 과정으로 헌법에 의해 제도·질서로 보장되는 방송기관(언론기관)의 독립성·중립성,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인권이 중대하고 명백하게 침해되었는지 등에 관해 추가로 심리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 방통위는 서울고법 결정에 불복, 재항고를 제기했다. 

정지환 감사 임명효력 정지로 박찬욱 감사가 직무에 복귀하자 다시 KBS 감사실 인사 파행이 시작됐다. 박장범 사장은 박찬욱 감사의 감사실 인사 요구를 거부했다. 박찬욱 감사는 지난 6월 20일 박장범 사장에게 감사실장, 기획감사부장,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 경영감사부장 등 감사실 핵심 인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박장범 사장은 답하지 않았다. 박찬욱 감사는 총 4차례에 걸쳐 인사발령 요구를 했지만 박장범 사장은 거부했다. 

박장범 사장은 2인 방통위의 정지환 감사 임명과 관련한 소송이 모두 종결되어야만 감사실 인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는 미디어스에 "서울고법의 결정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KBS 감사 임명 무효 확인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환 감사 임명 처분을 정지하는 일시적 조치이며 이에 대해 방통위는 재항고를 제기한 상태"라며 "정지환 감사  임명에 대한 가처분이 1심과 2심에서 판단이 엇갈리고 있고, 1심 본안 판결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감사실 인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박찬욱 감사는 감사 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박장범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KBS는 방송법,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감사직무규정에 따라 감사의 직무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사도 해당된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는 감사담당자의 자격을 '감사기구의 장이 감사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자질·적성을 갖추었다고 인정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KBS 감사직무규정 제6조(감사의 독립원칙)는 '감사는 공사의 의결기관 및 집행기관과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감사직무규정 제8조에 따르면 감사부서 직원의 자격은 '감사가 감사부서의 직원으로서 적당하고 인정하는 자'이며 결격사유는 '감사가 부적격자로 인정하는 자'이다. 

하지만 박장범 사장은 '이해충돌' 사유를 들어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를 총괄할 공동직무수행자로 정국진 KBS 경영본부장을 지정했다. 박장범 사장 특별감사를 박장범 사장 최측근 임원이 실시하게 된 셈이다. 박장범 사장은 정국진 본부장이 이번 특별감사를 총괄하고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박장범 사장은 박찬욱 감사에 대해 의견만 개진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박장범 사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을 근거로 직무공동수행자를 지정했다. KBS 감사부장들이 박찬욱 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접수, 박장범 사장이 이를 인정해 직무공동수행자를 지정한 것이다. 기피신청한 감사부장들은 박민·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발탁됐다. 

(왼쪽부터)박찬욱 KBS 감사, 정국진 KBS 경영본부장, 정지환 전 KBS 감사 (사진=KBS, 연합뉴스)
(왼쪽부터)박찬욱 KBS 감사, 정국진 KBS 경영본부장, 정지환 전 KBS 감사 (사진=KBS, 연합뉴스)

KBS는 사장의 인사권이 감사 독립성보다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KBS는 미디어스에 "감사가 요청한다고 무조건 발령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방송법, 정관, 사규에 의해 사장의 인사권이 명백하게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 박찬욱 감사는 자신이 요청했는데 발령을 내주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욱 감사는 지난달 30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감사는 방송법상 사장과 동등한 독립된 집행기관”이라며 “KBS 사장이 방송법상 보장된 KBS 감사의 독립성과 직무권한을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방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박찬욱 감사는 “감사는 사장의 지휘를 받는 하위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사장의 직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독립적 기능을 수행한다”며 “사장이 감사를 감시하거나 실질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방송법상 집행기관 간의 권한 균형과 내부 통제 체계를 훼손하는 중대한 법령 위반 행위”라고 했다.

한편, 박장범 사장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실은 인사의 독립성이 존중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박민 전 사장의 부적절한 감사실 인사로 인해 수개월째 감사 관련 인건비가 두 배로 지출되고 있다며 "정상화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장범 사장은 "말씀처럼 감사실은 인사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존중되는 곳"이라고 답했다. 다만 박장범 사장은 "현재 (본안)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가처분은 나왔지만 (본안)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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