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장범 KBS 사장이 '이해충돌' 사유를 들어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를 총괄할 공동직무수행자로 경영본부장을 지정했다. 박장범 사장 특별감사를 박장범 사장 최측근 임원이 실시하게 된 셈이다.

또 박장범 사장은 박찬욱 감사가 특별감사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 박찬욱 감사는 박장범 사장이 감사실 인사발령 요구를 묵살해 독립적 감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29일 미디어스 취재 결과, 박장범 사장은 특별감사 직무공동수행자로 정국진 KBS 경영본부장을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범 사장은 정국진 본부장이 이번 특별감사를 총괄하고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박장범 사장은 애초 특별감사를 시행한 박찬욱 감사는 의견만 개진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박장범 사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을 근거로 직무공동수행자를 지정했다. 현행 이해충돌방지법은 이해충돌 기피신청을 접수받은 소속기관장이 해당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무수행 일시중지 ▲직무대리 또는 직무공동수행자 지정 ▲직무 재배정 ▲전보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BS 감사부장들이 박찬욱 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접수, 박장범 사장이 이를 인정해 직무공동수행자를 지정한 것이다. 기피신청한  감사부장들은 박민·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발탁됐다. 

지난 28일 박찬욱 감사는 박장범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한다는 문서를 시행했다. 앞서 박찬욱 감사는 지난 1일 박장범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예고했다. 당시 박찬욱 감사는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박장범 사장이 감사실장, 기획감사부장,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 경영감사부장 등 감사실 핵심 인사 교체 요구를 세 차례에 걸쳐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사는 4차 요구에도 박장범 사장이 응하지 않는다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박장범 사장의 인사발령은 없었다. 이후 박찬욱 감사는 또 공석인 감사실 팀장 인사를 요구했으며 박장범 사장은 인력난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감사실 직원에 대한 인사 발령은 사장 권한이다. 그러나 KBS는 방송법,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감사직무규정에 따라 감사의 직무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사도 해당된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는 감사담당자의 자격을 '감사기구의 장이 감사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자질·적성을 갖추었다고 인정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KBS 감사직무규정 제8조에 따르면 감사부서 직원의 자격은 '감사가 감사부서의 직원으로서 적당하고 인정하는 자'이며 결격사유는 '감사가 부적격자로 인정하는 자'이다. 

KBS는 감사 인사에 관한 법적 분쟁이 종료될 때까지 감사실 인사발령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찬욱 감사는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지환 KBS 감사 임명효력이 법원에서 정지돼 업무에 복귀했다.

KBS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스에 "서울고법의 결정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KBS 감사 임명 무효 확인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환 감사 임명 처분을 정지하는 일시적 조치이며 이에 대해 방통위는 재항고를 제기한 상태"라며 "정지환 감사 임명에 대한 가처분이 1심과 2심에서 판단이 엇갈리고 있고, 1심 본안 판결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감사실 인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관련기사▶[단독] 박장범, KBS감사 독립성 훼손…부서장 인사 세 차례 묵살)

박찬욱 감사(왼쪽), 정국진 경영본부장 (사진=KBS)
박찬욱 감사(왼쪽), 정국진 경영본부장 (사진=KBS)

KBS 감사실 인사 파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박민·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반복됐다. 박민 전 KBS 사장 시절 감사실 인사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감사실장과 기술감사부장이 2명이 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박민 전 사장은 박찬욱 감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감사실 부서장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감사실 부서장 3명이 KBS를 상대로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 2024년 6월 10일 법원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박민 전 사장은 법원 결정에도 자신이 새로 임명한 감사실 부서장을 그대로 둔 채 타 부서로 발령냈던 부서장들을 복귀시켰다. (관련기사▶법원 비웃는 KBS 사장…'감사실장 2명' 촌극)

하지만 박장범 사장은 지난 3월 11일에서야 기형적 감사실 부서장 구성을 해소했다.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한 정지환 감사가 출근한 지 하루 만이었다. 정지환 감사의 의견을 받아 박장범 사장이 당시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기사▶정지환 새 감사 출근하자 '감사 패싱 인사' 해소된 KBS)

한편 KBS는 미디어스에 ‘감사가 요청한다고 무조건 발령을 내야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미디어스는 이같은 취지의 반론을 전부 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단에 따라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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