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구성원을 포함한 654명이 박장범 사장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KBS 감사실도 '감사 독립성 침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5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기구의 권한을 침해한 박장범 사장의 위법성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는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KBS본부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5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박장범 사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KBS본부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5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박장범 사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장범 사장은 박찬욱 감사의 감사실장, 기획감사부장,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 경영감사부장 인사 요구를 7차례나 거부했다. 이에 더해 박장범 사장은 박 감사가 감사 독립성 침해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하자 자신의 최측근을 ‘특별감사 직무공동수행자’로 지정했다. 자신의 측근이 특별감사를 총괄하도록 해 박찬욱 감사가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KBS 감사실 인사 파행은 박민 사장 전 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민 전 사장은 박찬욱 감사 동의 없이 감사실 핵심 인사를 단행했다. 교체된 감사실 부·국장급 직원들은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그러나 박민 전 사장은 자신이 임명한 인사들을 유지한 채, 타 부서로 인사했던 부서장들을 복귀시켰다. 감사실장과 기술감사부장이 각각 2명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법률 검토를 맡은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번 감사의 취지는 박장범 사장이 감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보를 하지 않고 있는 사장의 부작위가 위법한 것인지, 판단해달라는 것”이라며 “박찬욱 감사의 7차례 전보 요청에도 불구하고 박장범 사장은 정당한 이유없이 응하지 않고 있다. 사장의 감사실 인사 요청 거부는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박장범 사장이 감사의 인사 요구를 7차례나 별 다른 사유 없이 거부하게 된다면 감사 부서의 독립성은 보장될 수 없다”며 “마치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만 행사해야 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행해야 하는 (감사 인사 교체)거부권을 박장범 사장이 행하는 것이 권한 남용은 아닌지에 대한 감사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가 25일 열린 '박장범 KBS 사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가 25일 열린 '박장범 KBS 사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또 임 변호사는 박장범 사장이 이해충돌을 이유로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박찬욱 감사를 사실상 배제시킨 것에 대해 “추정컨대 경영진은 박장범 사장의 특별감사를 막기 위한 법률 검토를 했을 것이고, 자신의 측근을 공동 직무권자로 설정하는 방식의 법리를 구성했을 것인데 이것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감사원이 신속하게 감사에 착수해 KBS 경영진 내부에서 감사 독립성을 침해하기 위해 어떤 공모와 계획이 있었는지 밝혀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KBS본부장은 “윤석열의 술친구라고 하는 낙하산 박민이 KBS에 내려와 했던 일 중에 하나가 감사실 장악”이라면서 “박장범도 감사실을 무력화하고, 장악하려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상현 본부장은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2부’ 편 편성 삭제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검열 논란 ▲'시사기획 창-군:항명과 복종' 제작정보 유출 논란 등의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를 거론한 뒤 “모두 감사실이 감사해야 할 사안이다. (박장범 사장은) 이런 것을 피하기 위해 감사실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이라고 했다. 박상현 본부장은 “감사원은 하루빨리 조속히 박장범의 감사실 권한 침해와 감사 방해에 대해 결론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박장범 사장은)감사의 합법적인 특별감사에 대해 이해충돌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더니 자신이 임명한 경영본부장을 감사공동책임자로 지정하고 감사를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명확한 이해충돌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KBS 사장으로서, 경영자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이 오로지 감사실을 무력화시키겠다는 목적 아래 온갖 법 기술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찬 위원장은 “박장범 구하기를 위해 법과 제도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두렵나”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감사실을 무력화시킨다고 박장범의 죄는 감출 수 없다. 진실은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오전 KBS 감사실은 '박장범 사장이 독립성을 보장한 공공감사제도를 훼손했으며 다수의 법령과 사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 감사실은 “사측이 특별감사를 방해하는 상황에서 진행한 제한적 내부 감사에서도 박장범 사장과 관련 부서가 방송법·공공감사에관한법률·이해충돌방지법·형법 등을 비롯한 법률과 사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사실상 내부 조사가 계속되기 어려운 만큼 강제 조사와 처분을 할 수 있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했다. 

한편 오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24회계연도 한국방송공사 결산 승인안’을 다룬다. 이 자리에 박장범 사장, 박찬욱 감사 모두 출석할 예정이다. 또 오는 27일 KBS 이사회는 박찬욱 감사의 ‘박장범 사장 특별감사 관련 보고’를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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