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 추천의 공영방송 이사를 절반 가까이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정치권 추천을 3분의 1 이하로 낮췄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공영방송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령을 내린 결과다. 현재 한국의 언론시민사회 역시 30% 이하를 적정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국회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주관한 '독일과 한국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비교' 토론회(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주제 발표)는 2014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공영방송 ZDF 지배구조' 판결을 다뤘다.
독일의 공영방송은 정당·사회·문화·시민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방송평의회'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오랜기간 독일 방송평의회의 상당수가 정부요인·정치인으로 구성됐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인과 정당의 반대 때문이다.

2014년 연방헌법재판소는 ZDF 등 독일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정치인의 비중을 3분의 1 이하로 낮추라고 결정했다. 계기는 보도국장 임명동의 거부 사태였다. 2009년 2월 당시 ZDF 보도국장 니콜라우스 브렌더는 사장 마르쿠스 쉐흐터의 추천과 ZDF 방송평의회 동의로 재선임이 확실시 되었으나 ZDF 경영평의회의 임명동의 거부로 재임을 할 수 없었다. 브렌더는 2010년 3월 퇴임 후 정치인들이 평의원으로 참여하는 ZDF 경영평의회가 방송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ZDF 경영평의회는 방송평의회가 선출한다. 연방헌법재판소 판결 이전에도 ZDF 방송평의회 평의원 77명 중 현역 관료와 정치인은 3분의 1 이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사회단체들의 파견으로 주의원이나 연방의원이 평의원에 지명되는 사례가 많아 전체 평의원 중 44%가 관료·정치인으로 채워졌다. ZDF 경영평의회의 경우 관료·정치인의 3분의 1 참여를 보장했다.
이에 연방헌법재판소는 각 주정부에 독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이루는 방송평의회와 경영평의회에서 관료·정치인의 참여를 제한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경영평의회에는 주지사·정치인의 참여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도록 명령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당시 제도에 대해 국가권력이 공영방송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ZDF는 독일 공영방송 중 가장 먼저 평의원 수를 60명으로 줄이고 이 중 전·현직 정치인의 비율을 3분의 1 이하로 줄였다.

한국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2018년 펴낸 '독일 공영방송의 다양성' 보고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국가위원이나 국가와 가까운 위원의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고 한 것은 방송의 자유 보장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헌재 보고서는 "연방헌법재판소의 방송판결의 계기가 된 사건은 ZDF의 국장 브렌더가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내부 감사위원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기독교민주당과 기독교사회당이 우세했던 행정위원회(경영평의회)에서 그의 재신임을 거부한 것에서 비롯된다"며 "이처럼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헌재 보고서는 "다양성의 보장은 방송의 자유 실현 및 자유 보장의 근간이 되는 다원주의적 가치질서에 도달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며 "앞으로도 기술 발전은 계속될 것이고, 방송의 영역에 어떤 부분까지 포섭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의사형성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대중매체로서 방송이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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