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서기석 이사장’ 체제의 KBS 이사회에서 ‘비공개’ 회의가 급증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경영진이 오는 7월 본격 시행된다고 예고한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이사회 보고가 불발됐다. 비공개 여부를 놓고 이사들 간 논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방송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12일 열린 KBS 이사회에 ▲드라마·예능 경쟁력 강화 방안 ▲수신료 분리고지 등의 보고 안건이 상정됐다. 경영진은 이날 보도·시사 분야 경쟁력 현황을 보고하고 이사회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또 KBS는 사보를 통해 오는 7월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박민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예정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있고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수신료 문제도 아직 완전히 마무리가 안 됐다. 오늘 아침에도 한전과 마무리 협상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면서 비공개 전환을 요청했다.
야권 성향 KBS 이사들은 경영진이 제출한 사전 자료를 검토한 결과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상요 이사는 “드라마 자료를 미리 봤는데, 이미 실행 단계로 비공개 시점은 지난 것 같다. 수신료 안건도 시청자들에게 (수신료가)어떻게 변화되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비공개가 정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태 이사도 “(사전 자료의)핵심 내용이 ‘새 프로그램 런칭’밖에 없다”며 회의 공개를 주장했다.
그러자 서기석 이사장은 “전략인데, 굳이 공개로 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
여권 이사들은 이날 안건들이 KBS 경영 관련 사안이라며 비공개를 주장했다. 이동욱 이사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부의 약점들이 마치 엑스레이처럼 찍혀서 언론에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냐”면서 “과거 제가 한 기업의 컨설팅을 할 때 보면 스와트 분석 이런 것들은 다 대외비다. 오늘 이야기를 모아보면 KBS에 대한 스와트 분석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석래 이사는 “내년에 방송될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공영방송이지만 수신료로 100% 운영되는 회사도 아니고, 광고나 콘텐츠가 주요 재원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내부 전략을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에 이상요 이사는 “KBS는 공영방송이고, 공영방송에 요청되는 핵심 기능이 설명책임이다. 민간 기구와 다르다”며 “KBS는 민간 기구처럼 경쟁력 싸움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숙현 이사는 “방송법에 KBS 이사회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이사회가 경영 전문가들이 아닌 각계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것은 이사회의 활동도 국민에게 공개해 감독과 견제를 받으라는 것”이라며 “이사들은 공개된 자리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만약 회사 입장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만 부분적으로 수용해서 비공개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놓고 약 40분 간 논쟁이 이어지자 서기석 이사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KBS는 여·야 6대5 구조다. 이에 야권 성향 이사들이 반발하자 서 이사장은 돌연 의사봉을 들어 정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약 10분 뒤 서 이사장은 안건마다 ▲회의 비공개 ▲경영진 요청 사안에 대한 일부 비공개 ▲비공개 등을 놓고 표결을 붙였다. 이에 따라 ‘드라마·예능 경쟁력 강화 방안’ 안건은 비공개로 논의하기로 결정됐다. 수신료 징수 보고는 공개하기로 했다.
표결에 앞서 정재권 이사는 “그동안 수신료 관련해 수차례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이 한전 또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와의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미 사측이 사보를 통해 대외적으로 7월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된다고 알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7월 전까지 앞으로 남은 정기이사회는 오는 29일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이틀 앞두고인데, 이때 보고를 받고 공개적으로 질의할 수 있는 것이냐”며 “이것은 이사회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다. 적어도 이 정도 시점이 됐다면 공개적으로 수신료 관련 사항을 보고받는 것이 이사회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안건은 공개로 진행하되 경영진의 요청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보고는 진행되지 않았다. ‘드라마·예능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3시간가량 진행됐기 때문이다. 해당 안건 논의 도중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 이사회는 1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보고를 받기로 했다. 또 19일 수신료 담당 지사장과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청취할 예정이다.
한 KBS 이사는 미디어스에 “이사회는 공개가 원칙인데, 서기석 이사장 체제 이후 비공개 회의가 너무 많아졌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나 이사회의 설명책임에 부합하지 않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당 이사는 “박민 사장이 워낙 비공개를 많이 요구하고 있고, 이사회가 받아들이는 일들이 반복되는데 비공개가 남발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KBS 이사는 “서기석 이사장이 판사처럼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KBS 이사장은 판사가 아닌 이사회를 운영하는 이사 중 한 명인데, 이러한 회의 운영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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