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적 근거가 없는 'TV수신료 분리납부 신청' 제도가 운영 중인 가운데 한 아파트 관리 전문업체가 6천 가구의 수신료 납부대행 업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중 수천 가구가 전출하고 수신료 미납자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등 미납액 관리·청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KBS는 7월 수신료 분리징수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6천 가구 ‘0’대 고지… 이런데도 수신료 분리납부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아수라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역의 한 대규모 아파트 관리 전문업체가 수신료 납부 대행을 거부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해당 업체는 관할 아파트 단지 130여 곳에 대해 수상기 '0'대를 한국전력에 통보했다. 규모로는 6천 가구에 이른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김홍일)가 지난해 7월 공동주택 입주민에게 분리납부 신청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그저 보도자료를 통한 고시였다"며 "아수라장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분리납부를 신청한 아파트 입주민이 34만 가구에 이른다"고 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는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1년이 되도록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는 '지정받은 자(현 한국전력)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방송법 시행령 제43조의 제2항을 근거로 두고 있다. 시행령대로라면 전국 가구에 전기요금 고지서와 수신료 고지서를 분리해 발송하고 관리하면 된다. 이 경우 KBS가 부담해야 하는 고지서·징수 비용이 두 배가 된다. 수상기를 보유한 자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그대로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해 7월 <TV 수신료, 12일부터 전기요금과 분리 납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신청자에 한정해 수신료 분리납부를 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납부 신청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하라고 했다. 아파트 입주민에게 기존과 같이 관리비에 통합해서 수신료를 납부하거나, 분리납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다. 통합납부는 방송법 시행령 위반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추가적인 업무가 생겨나면서 관리사무소는 법적 의무가 없는 일을 떠맡게 됐다. 최근 국토교통부(장관 박상우)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관리 주체가 입주자를 대신해 낼 수 있는 사용료 유형에 수신료를 포함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상 납부 대행 업무가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KBS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업무 계약을 맺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KBS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수신료 납부 대행을 맡기려면 미납세대·수상기 관리업무는 제외하고, 업무에 상응하는 정당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무 거부 표시로 '6천 가구에 수상기가 없다'는 업무 거부가 관리사무소 측에서 나온 것이다. '수상기 0대'를 고지한 아파트 관리 전문업체는 KBS에 대행 수수료 요구를 할 방침을 세우고 주변 아파트에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이날 수신료 징수 업무 현장에 있는 KBS 직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수신료 당국은 미납자에 대한 데이터 관리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예를 들어 '분리납부 신청 후 수신료를 내지 않았는데 밀린 금액이 얼마냐'는 민원에 대해 안내를 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분리납부를 신청한 34만 가구 가운데 약 5%만 납부한 것으로 파악되며, 전출해버린 수천 가구는 추적되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납금 청구도 어렵게 됐다"며 "분리납부 신청가구 대부분은 수상기 소유자이다. 방통위는 수신료 면제자에 대한 권리보장을 운운했지만, 분리고지는 납부거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런 상황에 원인을 제공한 방통위는 답을 해야 하지 않은가. 사태가 이 지경인데 사측은 도대체 무엇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것인가"라며 "이미 톱니바퀴가 엇나가 겉돌며 삐걱대고 있는데, 그 기계로 전체 공장을 돌리겠다는 무모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KBS이사회, '다음달 시행' 수신료 분리징수 보고도 못받아…왜?
- KBS "7월부터 분리된 수신료 고지서 발송 예정"
- [단독] 공영방송 KBS, 기자·PD 광고 영업 캠페인 중
- KBS경영진, 수신료 대응 자화자찬 속 "희생양 찾기 바빠"
- 방통위 가이드라인 덕에 수신료 미납금 매월 10억 쌓이는 중
- KBS 구성원이 '수신료 사료 먹고산 코끼리'라는 여권 이사
- 공영방송 진행자 입에서 "KBS 원래 우리 거" 갈라치기
- 수신료 분리징수 질러놓고 이제와 땜질 처방
- "'수신료 막말' 고성국, 수신료로 출연료 받는 게 가당키나한가"
- “국회가 ‘국민의 방송' 어떻게 만들지 논의해달라”
- 박민 KBS 사장, 아직도 '수신료 2배 인상' 꿈꾸나
- 한전, KBS에 '수신료 징수 위수탁 계약 해지' 통보
- 미리보는 22대 국회 과방위…최대 화두는 방통·방심위 개혁
- 'KBS 경영진인가, 한전 경영진인가' 지적 나오는 이유
- KBS, '아파트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 수행' 방침 보류
- KBS 내부서 "수신료 돌이킬 수 없는 나락… 박민 끌어내릴 것"
- [단독] KBS, 내달 1일부터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 시동
- KBS 이사회서 "1TV 광고, 국민 반감 없을 것"
- KBS 경영진도 몰랐던 수신료 분리징수 유예 연장
- KBS, 장제원 고개 젓게 한 '인건비 1천억 삭감안' 확정
- KBS가 그리는 '장밋빛' 7월 1일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 발의…"가뭄에 단비"
- KBS,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에도 '분리징수 마이웨이'인가
- '수신료 통합징수법' 사내 협의체 걷어찬 KBS사장
- 수신료 통합징수, '3% 배분' EBS도 찬성…KBS는 방관
- "수신료 통합징수 요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KBS 사장
- TV수신료 납부율 80%대 진입…67억 원 감소
- KBS '카드사 수신료 자동납부 무단 등록' 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