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하고 시행령과 배치되는 '분리납부' 제도를 제시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김홍일)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졸속적인 시행령으로 인해 아파트 수신료 미납액이 1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지난해 7월 방통위가 제시한 위법적인 수신료 분리납부 신청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현재까지 100억 원에 육박하는 미납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즉 매월 10억 원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 결손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목한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2023년 7월 11일 배포된 보도자료 <TV 수신료, 12일부터 전기요금과 분리 납부>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개정한 방송법 시행령 조문은 '지정받은 자(한국전력)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전기사용)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안 된다'이다. 즉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징수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언론노조 KBS본부는 "방송법 시행령이 결합고지를 금지했는데 정작 납부해야 할 아파트 입주민은 ①관리비에 통합해서 납부하거나, ②분리고지 신청 후 분리납부라는 2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시행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기존방식도 맞고 분리납부도 할 수 있다는 2가지 납부방식을 허용하는 모순적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시행령은 상위법이 원활하게 실현되도록 세부사항을 규정해야 한다. 하지만 분리고지를 규정한 방송법 시행령은 오히려 수신료 수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그런데 방통위는 더 나아가 방송법에 있지도 않은 납부 선택권이 마치 있기라도 하는 듯 아파트의 수신료 납부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명백한 월권이자 위법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는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10개월이 넘는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두고 KBS-한국전력-관리사무소 간 분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수신료 당국은 '유예'라는 이름으로 방송법 시행령에 반하는 '수신료 분리납부 신청' 제도를 임시 운영하고 있다.
기존 수신료 통합징수 체계에서 전기요금고지서에 수신료가 포함됐기 때문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수신료를 관리비에 포함시켜 납부했다. 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추가적인 업무가 생겨나면서 관리사무소는 법적 의무가 없는 일을 떠맡게 됐다.
수신료 징수 업무를 대행하던 한국전력은 KBS가 '분리징수 업무 이관을 못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아예 징수 대행업무를 포기하겠다고 KBS에 공문을 보냈다. 한국전력은 현재 아파트에 통합징수 방식을 유지하면서 분리납부 신청자를 따로 받아 가상계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 분리납부 신청 가구 중 95%가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시행령 개정 당시 방통위는 "TV가 없는 세대는 수신료를 안 낼 권리가 강화되는 등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고 편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졸속적인 시행령과 '유예' 제도에 기대, 수신료 납부 의무를 거부하는 가구가 폭증하고, 수신료 관리체계는 무너지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TV수신료 납부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공포 10개월 만에 법적 미비를 보완하기 위한 또 다른 시행령이 도입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졸속 입법을 자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기사▶수신료 분리징수 질러놓고 이제와 땜질 처방)

언론노조 KBS본부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런 내용을 경영진도 모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본관 6층에 자리잡은 이들은 KBS 경영진인가, 방통위 사무처인가"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지난 2월과 5월에 이어 6월에 또 본격 (수신료 분리징수)시행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이관 받아 '본격 시행한다'는 로드맵까지 세워놓고도 보류를 반복하고 있다. (관련기사▶'KBS 경영진인가, 한전 경영진인가' 지적 나오는 이유)
언론노조 KBS본부는 "시행령과 무관하게 해석된 ‘공동주택 분리납부 신청’에 대하여 방통위에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당시 시행령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어떻게 마련됐는지도 자세히 밝혀야 한다. 분리고지 시행령은 추진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폐기의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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