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정부 발표에 윤석열 대통령이 ‘기대 성과’를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당시 언론 보도가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해 KBS <뉴스9>은 윤석열 대통령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국정브리핑에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10꼭지를 할애했다. 박장범 사장이 당시 <뉴스9> 앵커를 맡고 있었다. 이번 KBS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결과 보도는 2건에 그쳤다.

‘동해 유전 가능성‘을 제기한 액트지오 대표를 [단독] 인터뷰까지 한 조선일보는 경제성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14면에 실었다. 반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들은 1면 톱으로 보도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왕고래 전체 가스 포화도가 높지 않아 추가 시추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1차 발표는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 영향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시총 5배)비유가 많이 부각됐다”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첫 번째 케이스에서 성공하는 것은 로또보다 적은 확률인데 정무적 이유로 많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3일 임기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동해 영일만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기대감을 부풀렸다.
같은 날 저녁 KBS <뉴스9>는 톱뉴스부터 10꼭지를 할애해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보도를 쏟아냈다. 박장범 앵커는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고 문을 열었다.

이어 KBS <뉴스9>은 ▲<윤 대통령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시추 성공률 20%”> ▲<“2035년 상업 생산 기대”…남은 단계는?> ▲<동해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경제적 효과는> ▲<‘석유 매장 가능성’ 영일만을 가다> ▲<그 동안 탐사 과정은?> ▲<‘석유·가스 매장’ 포항 앞바다 지질학적 특성은?> ▲<이번엔 성공할까?…대한민국 유전 개발 도전 반세기> ▲<7광구 개발은 왜 지연?…“내년 6월 이후 협정 종료될 수도”> ▲<성공 가능성은? 왜 오늘 발표했나?…산업부 장관에게 듣는다> 등의 리포트를 쏟아냈다.
이 시기는 ▲여당의 총선 참패 ▲윤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 기록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 특검 여론 ▲김건희 특검법 여론 ▲북한 오물 풍선 등의 논란이 불거졌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덮기 위해 ‘기대 성과’를 부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BS는 영일만 현장을 찾았으며 이에 더해 ‘실제 석유 생산 시점’을 전망하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박장범 앵커는 <동해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경제적 효과는> 리포트에서 “한국이 산유국이 된다면, 수입의 25%를 차지하는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산업도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며 “또 제조업 강국이면서 독자적 자원망을 갖게 되면서 국제 교역 시장에서 막강한 경제적 위상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6일 KBS <뉴스9>에서 정부의 ‘대왕고래’ 시추 결과 보도는 21번째에 배치됐으며 고작 2꼭지였다. 앵커 멘트도 건조해졌다. 최문종 앵커는 <대왕고래 시추해보니…“경제성 확보 어렵다”>에서 “산유국의 꿈을 안고 시작했던 동해 가스전 1차 시추 결과가 다소 아쉽게 나왔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있다는 대왕고래 구조를 시추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6월 8일 기사 [단독] 아브레우 "유전 가능성은 국가 경사인데, 한국처럼 논쟁 뜨거운 건 처음" 갈무리](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2/311709_218792_1931.jpg)
지난해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브리핑 이후 ’영일만 석유 가능성‘을 제기한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대표를 [단독] 인터뷰를 했다. 1인 회사인 점, 회사 주소지가 개인 자택인 점 등이 드러나 액트지오 신뢰도 논란이 불거졌다. 또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지난해 1월 동해 영일만 유전 사업에 대해 ’가망이 없다‘고 철수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조선일보는 6월 5일 <포항 검증 美 액트지오가 구멍가게? 소유주, 최대 심해 유전 ‘가이아나’ 탐사 주도>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관련 브리핑을 한 뒤 좌편향 매체들과 인사들을 중심으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지난해 6월 7일 한국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었고, 같은 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조선일보는 8일 기사 <[단독] 아브레우 “유전 가능성은 국가 경사인데, 한국처럼 논쟁 뜨거운 건 처음”>에서 아브레우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같은 해 6월 13일 ‘노르웨이 에너지’ 공기업 에퀴노르의 앤더스 오페달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노르웨이도 석유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르웨이도 개발 초기 석유 매장을 믿은 사람이 거의 없없다’ ‘석유 개발 이후 노르웨이는 세계적 부국으로 성장했다’는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 "첫 시추는 실패"…동아일보 "사기극 수준"
6일 조선일보는 관련 소식을 14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기사 <“경제성 없다”… 대왕고래 첫 시추는 실패>에서 "2015년 유전이 발견된 남미 가이아나 광구는 1960년대부터 시추가 진행됐고, 이스라엘 심해 가스전은 탐사 시추를 시작한 지 12년 만인 2008년 발견됐다. 노르웨이는 33번째 시추공에서 유전을 찾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대다수의 주요 일간지들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실패를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비판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사설 <허망하게 끝난 ‘대왕고래’…애초 ‘희망고문’ 아니었나>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사실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깜짝 발표할 때부터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과학적·경제적 판단을 앞세워야 할 자원개발 사업에 ‘정무적 판단’을 개입시킨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일단 발표하고는 아니면 말고 식이 되면 앞으로 국내외 자원 개발은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삼전 시총 5배” 8달 만에 “대왕고래 경제성 없다”… 사기극 수준>에서 “윤 대통령이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설익은 ‘장밋빛 예단’을 앞세워 일단 발표부터 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을 사실상 실토한 셈”이라며 “이쯤 되면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을 상대로 짜고 친 ‘뻥튀기 사기극’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의 이날 사설은 <최측근의 대선자금 수수 2심도 유죄, 이 대표 책임 없는가> <검찰의 무리한 ‘특수 수사’ 관행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쪼그라들다 한국 증시 유명무실해질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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