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힘 주장을 받아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범부처 TF'를 구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매크로를 이용한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이 '가짜뉴스 척결' 방안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한민국 선거와 여론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차이나게이트'를 꺼내들었다.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인 '차이나게이트'를 집권여당이 거론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동관)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국무조정실은 "방통위는 지난 1일 한중전을 전후해 다음·카카오 응원 서비스에 뜬 응원클릭 약 3130만건(확인 IP 2294만건)을 긴급 분석한 결과, 해외 세력이 △가상망인 VPN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접속하는 수법과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하였으며, 다음·카카오 응원 서비스에 뜬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면서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뉴스타파 보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론의 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또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민적 충격이 정말 크다"며 "9·11 테러도 사전에 예후와 첩보가 있었지만 '설마' 그러다가 벌어졌다. 지금 이것은 발전하면 국기문란 사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만약 이런 사태가 선거 때, 긴급재난 발생 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사태로 일어나면 큰일"이라며 "진보·보수,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의안 법안 등 이런저런 법안이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진영논리 때문에 하나도 진척이 안 됐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수사·조사를 통해 실태를 밝히고, 긴급입법으로 입법미비를 보완해야 한다"며 "정치권도 진영논리 함정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이른바 '댓글 국적 표기법'이다. 포털에 댓글이 표시될 때 국적, 접속국가, VPN 우회접속 여부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가 댓글 작성자의 정보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자국의 의견만이 건전한 여론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통신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링크▶오픈넷 ‘댓글 국적 표기법’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지난 2일 국민의힘 김정식 청년대변인은 <비상식적인 인터넷 여론에 의문을 던집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에서 의심하는 '차이나게이트'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 청년대변인은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8800만 건의 여론이 조작됐던 사건을 기억한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한 '드루킹 사건'"이라며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해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 포털TF(위원장 윤두현 의원·김장겸 전 MBC 사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 국민의힘 강민국·유상범 수석대변인 등이 '차이나게이트' '드루킹 시즌2'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방송에서 "'차이나게이트'라는 것을 여당에서 제기할 문제냐"고 비판했다. 김 에디터는 "(다음 응원페이지는)로그인 기능이 없고 클릭만 하면 숫자가 올라가 여러 번 클릭할 수 있다. 다음 측에서는 저게 무슨 정치도 아니고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차이나게이트'라는 것은 중국이 한국 정치와 여론형성, 심지어는 2020년 총선까지 개입을 해서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소위 극우 유튜버들이 하던 주장을 공당에서 운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에디터는 김기현 대표의 '댓글 국적 표기법'에 대해 "이런 것을 하는 나라는 딱 한 나라 있다. 중국"이라고 말했다. 김 에디터는 "공산전체주의 세력 중국이 하는 일을 지금 대한민국 여당이 하겠다는 것이다. '차이나게이트' 같은 것 가져와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차이나게이트 의혹' 이건 도대체 뭔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경기 시작 전에 대충 깔아놓은 것 가지고 난리가 난 것이고, 아마 접속한 쪽이 중국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으로 나오겠지만 그거 응원조작해서 얻는 정치적 효과라는 게 도대체 뭐냐"라며 "그걸 가지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의 근거로 삼는 것을 보면, 이분들이 약간 지적으로 사유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질타했다.
진 교수는 "한덕수 총리가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주의를 흔든다' 얘기한다. 아니다. 자유민주주의가 강한 이유는 '가짜뉴스'를 솎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며 "진짜뉴스건 가짜뉴스건 허용이 되고, 그 가운데 범위 안에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걸러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이걸(가짜뉴스를) 왜 이렇게 강조하는지. 자기들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 '뉴스가 잘못했다' 언론탓 프레임이 깔려있다"고 했다.
한편, 카카오는 포털 다음 응원페이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매크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일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 페이지에서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축구 8강전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클릭 응원 총 3130만 건 중 국가별 응원 건수는 한국 211만건(6.8%), 중국 2919만건(93.2%)으로 집계됐다.
총 클릭 응원 수 가운데 해외 IP 비중은 86.9%였다. 해외 IP 2개가 전체 해외 IP 클릭의 99.8%를 차지했는데, 2개 IP의 클릭은 네덜란드 79.4%(1539만 건), 일본 20.6%(449만 건)이었다. 해당 IP의 클릭은 경기가 끝난 2일 0시 30분쯤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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