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산당 신문·방송'을 거론하며 언론의 검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기자들과의 현장 대면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또 이 후보자는 의혹 보도에 대해 "악의적 보도" "법적 대응"이 들어간 '입장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11일 방통위를 통해 출입기자단에 "일부 기자들이 내정자의 청문준비를 위한 사무실 출근에 대한 문의가 있어서 공지드린다"며 "위원장 내정자는 오늘 인사청문 준비를 위해 사무실에 오후 2시 경에 출근하실 계획임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출근, 승강기에 오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출근, 승강기에 오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자 측은 "다만 내정자는 출근시 취재진들에 별도 입장 표명 등의 계획은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기자들께 출근 일정을 사전 공지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취재 대기 등으로 인한 취재진들의 불편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이 같은 이 후보자의 태도는 사무실 출근 첫날과는 다르다. 지난 1일 이 후보자는 출근 중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언론은 검증하고, 의심하고, 확인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실을 전달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라며 "내 얘기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의심하고 검증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나르거나 특정 진영·정파의 이해에 바탕한 논리·주장들을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본 영역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며 "과거 공산당의 신문·방송을 저희가 언론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공산당 언론이 있다고 보는건가'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건 국민들이 판단하시고 본인들이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언론에서 각종 의혹이 보도되자 이 후보자는 출근길 태도를 바꿨다. 지난 8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자유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자 이 후보자는 "청문회 때 내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겠다"며 "근래 여러 가지 보도가 많이 나오던데 청문회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보도에 대해 입장자료로 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지명 이후 ▲배우자의 인사청탁 의혹보도 관련 입장 ▲YTN 강남 재건축 보도 관련 입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발언에 대한 후보자 입장 ▲배당금·무직 자녀 증여 관련 보도참고자료 ▲쪼개기 증여 등 보도 설명자료 ▲배우자 명의대출 증여세 납부 관련 보도참고자료 ▲금융실명법 위반 증여세 탈루 의혹 보도참고자료 ▲배우자 ELS 투자재원 증여 의혹 보도참고자료 ▲YTN 뉴스 이동관 후보자 부적절한 사진 게재에 대한 입장 자료 ▲‘YTN’ 방송사고에 대한 추가 입장 자료 등을 배포했다. 입장자료에 '가용한 조치' '법적 대응' '강력한 유감' 등의 표현이 동원됐다.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반박에 나선 뒤 '법적 대응'을 거론한 사례도 있다. KBS는 지난 6일 이 후보자 부부가 재건축 아파트 매도 뒤 ELS라는 파생금융상품에 각각 수억 원을 투자했고, 이 후보자 배우자는 3년간 2억 3천여 만 원의 배당 수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수익을 올릴 당시 이 후보자 배우자는 별도의 소득이 없었다. KBS는 이 후보자 측에 투자금의 출처와 액수, 증여 신고 여부 등을 물었지만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보도 이후 '2020년 2월 5억 5천만 원을 증여했다'며 KBS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는 "증여세 면제 한도 이내의 부부간 증여를 두고 근거 없는 보도가 지속되는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이라며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향후 법적 대응 등 가용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과천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경기 과천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난으로 해명을 대신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홍보수석실 요청' 언론장악 문건을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박 전 원장은 무책임한 카더라식 폭로 뒤에 숨지말고 당당히 물증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박 전 원장께서 조선시대에 태어나셨더라면 5대에 걸쳐 영화를 누린 유자광을 뛰어넘는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실이 요청한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은 뉴스타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향신문 등을 통해 공개돼 있다. 또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정부 MBC 장악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지휘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017년 11월 5일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관련기사▶이동관, '윤석열 검찰 강압수사' 내세워 언론장악 부인)

대면 질의가 필요한 이유는 아들 학폭 은폐 의혹 해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이던 지난 6월 아들 학폭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통해 아들의 전학 결정을 '선도위원회'가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고에서 선도위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아들 학폭 문제로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은 경향신문에 "사실관계를 이사장한테 어떻게 확인하겠냐"며 "시험은 보고 전학을 가게 해달라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 사건에 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나고는 '담임종결 사안 확인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고는 교육부 지침과 학폭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라 '담임종결 사안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YTN이 10일 뉴스에서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관련 보도를 하면서 배경화면에 자신의 이미지를 약 10초 간 내보낸 데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와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등 모든 가용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YTN은 뉴스 그래픽 이미지 오류 사고에 대해 시청자와 이 후보자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방송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책임소재, 재발방지책 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YTN측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앞서 이뤄진 YTN의 검증보도를 '악의적 보도'로 규정하면서 그래픽 사고 역시 악의성이 짙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YTN은 후보자가 지명되기도 전에 학폭 사건과 관련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의혹 제기자(교사 전경원, 중국 거주)와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돈을 바로 돌려줬고 신고했다'는 해명에도 마치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에 응한 것처럼 왜곡했다"며 "지명된 이후에는 18년간 장기 보유한 아파트를 마치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보도 등을 지속하며 '후보자 흠집내기'에 치중해 왔다. 이번 사고도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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