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시킨 미디어 정책 기구를 "사회적 논의 공약을 내팽개친 미디어장악 기구"로 규정했다. 정부는 17일 포털·유튜브 규제와 미디어 산업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은 기구를 각각 출범시켰다. 

언론노조는 18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 파기와 미디어장악 기구 추진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는 "17일 국무총리 직속기구인 ‘미디어·콘텐츠산업 융합발전위원회(미디어융합발전위)’가 출범했다. 위원 구성 면면을 살펴보니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밝힌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미디어혁신위원회’와 한참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 이용자·시민의 이해를 대변할 시민사회는 아예 배제됐고 민간위원에는 조선일보와 TV조선 출신 인사들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며 "MB정권 시절 보수여당 추천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지낸 인사,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하며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 설계를 주도한 인사도 위원으로 위촉됐다. 공동위원장부터 정부위원, 민간위원 절대 다수가 중장년층 남성인 점도 문제"라고 거론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같은 날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개인 유튜버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아 이른바 ‘가짜뉴스’를 때려 잡겠다는 취지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추진하다 언론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언론중재법’의 판박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 특위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 일색이다. 조선일보 출신 인사, 보수 언론단체 인사, 현 여당과 관련된 법조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이런 구성은 ‘국민통합’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현업 언론계나 포털, 뉴미디어업계 종사자들을 배제하고 있어 실효적인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했다. 

미디어융합발전위 공동위원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14명이 활동한다. 민간위원으로 김민배 TV조선 고문, 성동규 중앙대 교수, 김성철 고려대 교수, 이문행 수원대 교수,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김민배 TV조선 고문은 1984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주간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 TV조선 보도본부장·상무·전무·총괄전무·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 TV조선 고문역을 맡고 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정책특별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을 역임한 보수성향 언론학자다. 지난 3월 한국경제TV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한국경제TV를 보유한 한국경제신문은 공공기관 YTN 지분 인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성 교수는 방송시장의 '과감한 민영화'를 주장한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TV조선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이명박 정권 시절 여당 추천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활동했다. 문재완 교수는 매일경제 법조팀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아리랑TV 사장을 맡기도 했다. 

미디어특위는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최명길 미디어특위 위원장(전 국민의당 의원, 전 MBC 유럽지사장)을 비롯해 ▲한규섭 서울대 교수(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김창기 한국정치평론학회 이사장(전 조선일보 편집국장) ▲김정현 고려대 교수(전 대통령실 방송통신정책 자문위원) ▲조수빈 방송인(전 KBS·채널A 앵커) ▲양승목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언론학회장, 전 TV조선 시청자위원장) ▲윤기찬 변호사(전 국민통합위 대변인) ▲임종두 자유언론포럼 대표(전 이슈투데이 대표) ▲홍세욱 변호사(전 국민권익위 비상임위원, 전 국민의힘 공정방송감시단 법률지원단장) 등이 참여한다.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 통합과 미디어 특별위원회' 출범식과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촉식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는 "언론자유 옥죄기로 1년을 허비한 윤석열 정권은 한날 두 기구를 출범시키면서 자신들의 대선공약인 ‘사회적 논의’를 폐기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와 현업 종사자들이 배제된 이유,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한 배경에 대해서도 일언반구가 없었다"며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않는 것은 두 기구의 출범이 정부 여당의 정략적 목적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융발위 첫 회의의 주된 내용은 산업 진흥과 규제 완화였다. 이런 식이라면 융발위는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서 이용자·시민의 권리와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미디어 기업의 책무에 대한 숙의보다 미디어기업의 규제 완화를 위한 민원 창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가짜뉴스’ 규제를 운운하자마자 국민통합특위는 정부 여당 관련 보도를 사례로 들며 ‘가짜뉴스’ 규제 강화를 주창하고 나섰다. 언론계가 오랜 논의 끝에 제안한 ‘통합언론자율규제기구’는 거들떠보지 않고 정부 주도 통제로 입장을 굳혔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미디어의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담당할 '미디어혁신위원회'를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포함하는 거버넌스를 모색하고, 미디어산업 경쟁력 제고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미디어혁신위 설치 근거법령 마련 및 위원회 구성·출범 지원 ▲미디어 전반을 포괄하는 법안 마련을 위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미디어혁신위 등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 시 의제화 필요 등의 내용이 기술돼 있다.  

언론시민사회와 정치권 안팎에서 요구해 온 '사회적 합의기구' 모델의 대표적 사례는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를 들 수 있다. 1998년 당시 케이블, 위성 등이 등장하면서 달라진 방송환경에 맞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으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논의기구인 방개위 설치를 제안했다. 사회 각계 인사들과 정부, 국회가 참여한 방개위는 2000년 방송법 체제를 만들어냈다. 2006년 IPTV 등장과 함께 출범한 국무총리 자문기구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도 사회적 논의기구의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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