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취임 1주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권력에 순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기자협회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정부와 언론, 그 1년을 평가한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인 이기주 MBC 기자는 기자들이 권력에 순응해가는 모습을 보인다며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11월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비서관과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이후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으며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이 기자는 ▲지난해 8월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님 파이팅’을 외쳤던 기자 ▲같은 해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기자단의 술자리에서 박수치며 노래를 요구한 기자들을 거론하며 “권력이 언론에 ‘국익을 해치지 말라’라고 하고, 기자들은 순응해 가는데 안타깝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대통령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기자들이 나오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워싱턴 공동 기자회견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 기자가 어렵게 질문 기회를 받았는데 ‘이번 국빈 방문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결론을 내리고, 국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소중한 질문 기회를 날렸다”며 “그 이후 단독 타이틀을 달고 <바이든 부부와 전생에 인연이 있는 듯>이라는 기사들이 나왔다. 대통령이나 용산 참모들은 이런 기자들이 얼마나 이쁘겠나”고 한탄했다. 이 기자는 “기자들은 다 자신이 비판 기사를 쓴다고 지평하는데, 정신승리도 이런 게 없다”며 “오므라이스나 아메리칸 파이에서 벗어날 때”라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대통령실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중계해 달라고 계속 방송사에 요청한다. 방송사는 불편한 관계를 맺길 원하지 않아 정기 편성을 변경하는데, 모든 방송사가 KTV처럼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방송하는 게 정상적인지 잘 모르겠다”며 “국민 선택권을 권력이 제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언론의 힘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때 생긴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가 많아져야 한다"며 기자들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최근 언론의 자유가 거대한 퇴행을 겪고 있는데, 이 현상은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왔다”며 “양극단은 ’언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프레임을 공유하면서 한쪽은 ’적폐세력이 언론을 장악했다‘는 논리를 펼쳤고, 한쪽은 ’민노총 언론노조가 방송과 포털을 장악했다‘는 음모론으로 좌파청산을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정부는 이러한 진영적 대결 구도를 내세워 부당한 언론 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우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하지만, 야당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이 먼저 바뀌면 대통령의 퇴행을 더 강력하게 비판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에 대한 민주주의의 거대한 퇴행”이라며 “공통적인 부분은 편가르기, 독선, 진영논리를 기준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은 전두환 정권, 유신 때와 같다”며 “언론을 통제해야 할 대상 또는 나팔수로 활용할 대상으로 나눠서 갈라치기 하고 있다. 이런 후진적인 언론관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변인은 “몇년 전만 해도 언론의 공공성 강화나 시민의 권리 참여가 매우 중요한 이슈였는데, 지금은 대통령과 소통 자체가 안 되다 보니 논의가 전부 사라졌다”며 “언론인이 자신의 소신대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시민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권력이 언론을 침해했을 때 시민과 기자가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제를 맡은 최영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는 ‘전략적 대통령’이 성공적인 대통령 리더십 모델로 평가받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은 ‘전략적 대통령’의 요소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위기관리, 이미지 관리, 언론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대통령을 ‘전략적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은 단순히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 정도가 아닌, 중요한 정책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라며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지지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개 역량이 부족한 정권에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겠다’라고 말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관리가 안 되는 것을 넘어 ‘새겨들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의 정치는 ‘말’”이라며 “발언 관리가 안 되면 리더십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새겨들을 말이 없다 보니 실언이 더 크게 부각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의 ‘지시’, ‘격노 표출’ 등이 자주 기사화되면서 이런 모습이 ‘윤석열스러움’으로 표현된다”며 “이미지를 관리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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