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본회의 직회부를 앞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하며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여야 합의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 위해서는 박완주 의원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박완주 의원 수정안은 기존 민주당 안과 비교해 추천 과정에서 정치권·방송직능단체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을 줄이고, 미디어학계·시청자위원회 추천 몫을 늘렸다. 민주당은 박완주 의원 수정안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박완주 의원안은 민주당안을 축약한 것에 불과하다며 현행대로 정치권 여야가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 (사진=연합뉴스) 

무소속 박완주 "정치권·직능단체 몫 줄이고 여야 합의처리 하자"

9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박완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과방)위원장께 요청드린다"며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국회에서 긴 논의 속에 처리된 법안이 결국 거부된다면, 여야를 떠나 많은 국력과 노력이 소비되는데 실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본 의원은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큰 원칙은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온전히 독립된 공영방송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라며 "제가 어제 모든 위원들에게 친전을 보내드렸다. 여야가 조금씩 양보해 친전으로 제안 드린 수정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문화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방송장악을 명문화하겠다는 뜻"이라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사 수를 늘려 합의제라고 했지만 대부분 자신들과 같은 성향의 사람을 넣어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법"이라며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 안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인 방송·미디어학회,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 방송직능단체 등을 '친민주당·친언론노조 세력'으로 규정하며 반대해왔다. 

박완주 의원 수정안은 민주당 안과 비교해 공영방송 이사의 총원을 21명에서 13명으로 줄였다. ▲정치권 추천 5명→3명 ▲방송·미디어학회 6명→4명▲시청자위원회 4명→3명 ▲방송직능단체 6명→3명 등으로 추천 몫을 변경했다. 정치권·직능단체 추천 이사의 비율을 줄이고, 학회·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비율을 늘린 안이다. 

박완주 의원이 제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수정안 (박완주 의원실 제공)

이에 대해 과방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박완주 의원이 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미 본회의 최종 의결 전까지 여야 합의를 통해 수정할 부분은 수정가능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박완주 의원안에 대해 여야 간사가 협의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대통령 거부권 엄포' 때문에 국회가 다른 방향의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청래 위원장은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 때문에 가야될 길을 달리 가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과방위원장으로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본회의를 통과한 법에 대해 헌법과 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그때 행사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그 법이 다시 국회에 오면 200명 이상이 재가결하면 대통령 거부권도 실효를 상실하게 돼 있다"며 "우리 국회는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국회가 할 일을 하면 된다. 국회는 국회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정청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정청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추천 관행이 민주주의?

그러나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박완주 의원안이 민주당안과 차이가 없다며 반대했다. 박성중 의원은 "이사의 수나 이런 문제에 대해 10년 이상 계속 논의돼 왔고, 효율성이나 비용 등을 감안해서 현행 유지(정치권 추천 관행)가 합리적이라고 2008년에 합의된 바 있다"며 "선거라는 대의민주주의로 당선된 여야 교섭단체의 추천이 그래도 민주적인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현상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회는 정치권 추천 관행에 의해 여야 7대4(KBS 이사회), 6대3(방송문화진흥회, MBC 최대주주) 구조로 구성돼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성중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도 부정했다. 박성중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 시 국회 여야 7대6 추천 비율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특별다수제)를 얻도록 하고 있다. 

또 박성중 의원은 과방위가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해서는 안 된다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현재 법사위에서 사안이 진행 중이다. 어제 법사위 간사 정점식 의원(국민의힘)이 방송법을 논의하자고 민주당에 제안을 한 바 있다"며 "전반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시급하게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일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넘었다. 법사위는 '법안 무덤'으로 불리는 법안2소위로 방송법 개정안을 회부했다. 법안2소위원장은 정점식 의원이다. 그러나 국회법 제86조 3항은 '법사위가 회부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거나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은 과방위 차원에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한 상황이다.

조승래 의원은 "과방위가 필요에 따라 본회의 직회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법사위가 시간 다 지나고 협의를 하자고 주장하는 건 시간끌기"라며 "이미 법사위의 시간은 끝났다. 과방위가 (박완주 의원)수정안을 채택해서 절차를 진행할지, 기존의 안대로 절차를 진행할지만 남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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