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권 추천몫을 주장하며 본회의 부의를 위한 표결을 보이콧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을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통해 처리했다. 

공영방송 3사 사옥

국회법 86조 3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정 법안에 대한 심사가 60일간 논의없이 계류됐을 때 상임위원회가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110일이 지났다.  

과방위 소속 의원은 총 20명으로 본회의 부의 요건은 12명 이상의 찬성표다. 국민의힘 의원 8명 전원이 투표를 거부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과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은 4월 20일 이후 본회의에 부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해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법안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에 부친다.

본회의 표결을 앞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총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21명의 공영방송 이사회는 국회가 5명,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미디어학회가 6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각 2인씩 총 6명을 추천해 구성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안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이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투표에 불참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과방위 표결에 앞서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권은 정치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미디어 학회·직능단체가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이라며 '민주당·민주노총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권 추천은 법적 권한이 아닌 '관행'이다. 현행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권을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7대4(KBS 이사회), 6대3(방문진, MBC 최대주주) 구조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해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권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뺏어서 친민주당 성향 이익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라면 기존 지배구조 법안을 따라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의원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하는 건가. 새로운 두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논란을 위한 논란을 만들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그 갈등을 원동력 삼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면 국민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법사위 제2법안소위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민주당은 (법사위가)이유 없이 처리하지 않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 중"이라며 "민주당은 공영방송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노영방송 체제를 견고히 하도록 설계됐다. 상임위와 법사위를 패싱하는 의회 폭거행위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깨놓고 이야기하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악이다.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민주당은 뻔뻔하게 자기들 집권했을 때는 안 했다. 앞과 뒤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공영방송을 권력의 품이 아닌 국민의 곁으로 되돌려달라는 5만 명의 국민동의 청원에 대한 응답"이라며 "법사위의 월권을 바로잡고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로 땡전뉴스를 틀어대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또 나갔다. 과방위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대면 상습적으로 뛰쳐나가며 책임을 회피하던 습성을 오늘 또 보여줬다"며 "법안을 같이 발의하고, 내용을 같이 심사하고, 대안에 병합까지 하지만, 의결할 때면 밖으로 뛰쳐나가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하는 그림을 만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과방위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구글, 애플 같은 거대 플랫폼의 횡포로부터 개발자, 창작자를 보호하는 앱 생태계를 만든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SK 데이터센터 화재와 카카오 먹통으로 국민 일상을 멈췄던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카카오먹통방지법 처리 국면에서 회의장을 뛰쳐나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미 국무부가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한 정부여당의 언론 대응을 '폭력 및 괴롭힘' 사례로 분류한 데 대해 한국과 미국의 명예훼손죄 유무 차이를 거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MBC 고발을 문제삼은 미 국무부 보고서를 언급하자 권 의원은 "본질과도 관계없는 미 국무부 보고서를 거론하나. 보고서 핵심은 미국에는 명예훼손죄라는 게 없고, 대한민국에는 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5년 내내 비판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했는데, 그 명예훼손죄가 미국법 논리에 따라 필요없는 것이니 바꾸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말하고 국민의힘이 MBC를 명예훼손과 직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을 '폭력 및 괴롭힘' 사례로 분류했다.

이어 미 국무부는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데 대해 8개 언론단체가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탄한 사례를 소개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벌금형을 선고받고, 경찰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보도를 한 유튜브 매체에 명예훼손법을 적용해 압수수색한 점 등을 언론검열 사례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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