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주요 보수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lame-duck, 권력누수현상)이 거론되고 있다. 레임덕은 통상 임기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통치력 저하를 일컫는 말이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내려앉으면서 '취임덕'이라는 신조어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다. 

13일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은 칼럼 <[태평로] 지지율 30% 정권에 일어난 일들>에서 "정치권에는 이른바 '7대3 법칙'이 있다. 찬반 여론이 7대 3이 되면 30%는 뒤로 숨고 70%가 득세하게 된다"며 "정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중략)40% 붕괴는 정권에 대한 경고음, 30%는 레임덕의 마지노선으로 여긴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재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재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 논설위원은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 옹호 목소리는 줄고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진다"며 "대통령의 말도 잘 안 먹힌다. 야당은 파상 공세를 펴고 여당에선 내분이 일어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이전 정권에서 지지율 30% 안팎을 기록했을 때 사례를 나열했다. 배 논설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국회 탄핵안 통과와 여당 공중분해, 이명박 대통령 '무정부 상태' 우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재인 대통령 5년 만의 정권교체 등을 사례로 꼽으며 "'30% 정권'이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하다. 미국·일본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배 논설위원은 지지율을 신경쓰지 않는다며 주요 논란에 대해 전 정부 탓을 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위기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아래로 내려갔다. 취임 두 달 만에 유례 없는 일"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별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국민들이 듣기에 편치 않은 말"이라고 했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 떨어졌던 지지율을 10%p 이상 끌어올린 사례는 흔치 않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쓴맛을 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은 '문 정부는 잘 했느냐'고 반문한다. 여권 일각에선 문 정부의 비리와 적폐를 때리면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여긴다"며 "대선 땐 먹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문재인이 아니다"고 썼다. 그는 "(국민은)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화법이나 측근·지인 기용 인사에 실망감을 표시한다. 여당이 왜 '이준석 늪'에 빠져 싸우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민심을 파악하고 대통령 메시지를 관리해야 할 정무 기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법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고도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7월 13일  갈무리 
조선일보 7월 13일 갈무리 

9일 중앙선데이 한경환 총괄 에디터는 칼럼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는 소리>에서 "허니문이란 게 있다. 그런데 밀월도 밀월 나름"이라며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꼭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허니문을 누리기에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여론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에디터는 "이 같은 결과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일방통행식 인사를 강행하고, 고물가와 원자재 수급난, 고금리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민첩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끊임없는 잡음을 불러일으켜 지지율을 갉아먹는 데 최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브리핑은 처음엔 참신하게 받아들여졌으나 갈수록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점수를 까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에디터는 "총선이 비록 2년 뒤이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그사이 여론의 붕괴를 되돌릴 수 있을가. 취임 초기부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레임덕에 빠질 우려도 충분히 있다"면서 "너무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언론 탓, 야당 탓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계열사 디지털타임스는 12일 기사 <인사 실패·경제위기·비선 논란… 尹 `취임덕` 왔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두달 만에 '취임덕'(취임 동시에 레임덕) 우려가 현실화하는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타임스는 30%대 국정지지율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빠른 추락 속도"라며 "허니문은 없었다"고 했다. 

디지털타임스는 "대선부터 잠재적 불안요인이었던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취임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능력주의'를 표방하며 출발한 윤 대통령을 향한 '무능' 프레임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 초대 내각 인선에서는 검찰 중용·편중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김인철·정호영·김승희·송옥렬 전 후보자 등 부실검증 비판까지 더해졌고,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이 복합적 경제위기 앞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고 말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해 스스로 신뢰감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중앙선데이 7월 9일  갈무리
중앙선데이 7월 9일 갈무리

'레임덕' '취임덕' 표현이 언론에서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JTBC는 12일 '정치부 회의' <중단 하루 만에 도어스테핑 재개…'실언 리스크' 정면 돌파?>에서 "레임덕, 직역하자면 '절뚝이는 오리'란 의미지만 정치 용어로는 정권의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뜻한다. 보통 대통령 교체 시기에 기존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곤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신기원을 이뤘다.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이란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촌평했다. 

시사저널은 12일 기사<두 달 만에 지지율 30%대…尹대통령 둘러싼 ‘MB 평행이론’>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편중 인사‧실언‧실정 논란 등이 겹치며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이 20%선까지 내려앉았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취임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면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선까지 무너질 시 MB정부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보수 정당의 ‘실세’였던 MB와 달리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은 당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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