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위기해결 능력이 없다. 무슨 놈의 집권당이 이러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이 빚어낸 '문자 파동'이 보수진영에서 집권여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보수언론에서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윤핵관' 권 대행 체제가 20일 만에 대형 위기를 맞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이준석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문자를 보낸 데 대해 "윤 대통령 생각이 그러면 '그런가보다' 해야 한다. 대선 전부터 잠재적으로 내제돼 있던 게 집합해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비대위원장은 "당분간 국민의힘이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권 대행 체제를 정상적인 체제로 바꾸자고 하는 요구사항이 점점 강해질 것"이라며 "정권 초반부터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국정운영 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비대위 체제 요구에 대해 "비대위를 만들어서 뭘 하겠느냐"며 "차라리 정상적인 대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석간 문화일보는 <尹대통령 '부적절 문자' 해명하고 與는 비대위 서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문화일보는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업무 시간에 그런 '문자질'과 '뒷담화'를 한 자체부터 한심한 일"이라며 "'내부 총질' 등 표현도 경박한 데다, 이준석 대표 징계를 옹호하는 의미여서 정치적 파장도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문화일보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징계 직후 '당무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점을 들어 "앞으로 대통령 말의 진정성도 의심 받게 됐다"고 짚었다.

문화일보는 이번 문자 파동이 여권의 자중지란을 키우고 청년세대 불만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권 대행에게는 사실상의 사퇴를 촉구했다. 문화일보는 "윤 대통령은 경박한 표현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면서 "이번 일만 봐도 '권성동 대행 체제'를 계속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장 비대위 꾸려 현안에 대응하는 게 낫다"고 썼다.
특히 문화일보는 권 대행에 대해 "'검수완박 합의'는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최근에는 지인 아들 대통령실 취업 파문도 있었다. 2014년엔 휴대전화로 여성의 비키니 입은 사진을 보다 카메라 기자에 포착돼 곤욕을 치러 놓고 또 반복됐다"면서 "권 대행 문자 말미에 나온 ‘강기훈과 함…’ 표현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강기훈 씨는 극우적 색채를 띤 '자유의 새벽당' 대표로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이이며 지난 대선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청년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했다고 한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여타 보수언론의 논조도 문화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은 28일 주요 종합일간지 문자 파동 관련 사설·칼럼 제목이다.
조선일보 <경제 안보 위기인데 평지풍파만 일으키는 정권>
중앙일보 <"윤핵관은 윤석열"…이준석이 작년 말 내비친 뜻밖의 속내>
동아일보 <尹 대통령 ‘내 편 네 편’ 넘어선 설득·조정자 역할이 아쉽다>
세계일보 <‘이준석 비토’ 尹心 드러난 문자, 부적절하고 경솔했다>
국민일보 <자중지란 키운 尹·權 문자… 한심한 집권당 민낯>
한국일보 <"당무 개입 않겠다"는 말 뒤집은 尹 '내부총질' 문자>
서울신문 <尹 대통령 당 내분 개입성 문자 적절치 않다>
한겨레 <“내부 총질” 문자가 드러낸 윤 대통령 ‘제왕적’ 정치행태>
경향신문 <당무 개입 않는다던 윤 대통령, “내부 총질” 입장 밝혀야>

이날 조선일보는 "대통령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와 속내를 터놓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자중지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중략)이런 식이면 총선 참패를 면치 못할 텐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새 정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지방선거를 모두 승리했다. 보통 이런 경우엔 여권 전체 분위기가 좋아 언론에서 ‘축제에 취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런데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여념이 없다. (중략)국민들 걱정은 커지고 있는데 국정의 키를 쥐고 있는 여권은 매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를 터뜨린다"고 했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두 번의 큰 선거 승리 직후 당 대표를 중징계해 안 그래도 '윤심'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와중에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운운하며 여당 대표와 업무 중 뒷담화를 나누는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언사를 맞닥뜨리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썼다. 안 논설위원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로 정치적 쟁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문자 내용만큼이나 부적절하다"면서 "업무시간 중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나눈 문자를 사적 대화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국가의 최종 갈등 조정자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 아쉬움이 남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자 파동,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국가 기강 문란' 규정 등의 사례를 볼 때 윤 대통령에게 화합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여당에 대해서조차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듯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나면서 당 분열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됐다"면서 "대통령은 헌법상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다. 각 부처를 지휘 감독하는 책임과 함께 내 편, 네 편을 뛰어넘어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을 이끌어낼 책무가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이런 문자나 주고받을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텔레그램 대화에서 '우리 당도 잘하네요'라고 했는데, 도대체 뭘 잘했다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여당이 결속을 다지고 힘을 모아도 만만치 않은 위기 상황에서 두 사람의 문자는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었다. 청년 당대표가 폄하되는 문장을 보면서 청년들은 토사구팽이란 말을 떠올렸을 테고, 고달픈 민생에 신음하는 이들은 한가한 권력다툼의 민낯을 보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사적 대화의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그것이 일으킨 파장은 이미 사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세계일보는 "집권 세력이 집안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경제·안보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는 점에서 적잖이 우려스럽다"며 "윤 대통령은 신중치 못한 처신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중략)권 대행이 집권여당을 이끌 자질과 리더십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표현에 대해 "'제왕적'이라 부를 만한 권위주의적 발상"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경박한 표현도 민망하지만, 이견이나 고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입에서 걸핏하면 '국기 문란' 같은 말이 튀어나오는 데 이런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 온 국민이 알게 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대행이 당대표 축출을 공모한 듯한 대화가 드러났는데, 사적 대화·프라이버시 운운하며 덮으려는 건 난센스"라며 "윤 대통령은 문자를 보낸 경위와 이 대표 징계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직접 밝혀야 한다. 계속 침묵하면 논란은 확산되고, 천금처럼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문자 파동 직후인 27일 외부 일정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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