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 비교하며 검찰 편중 인사를 정당화하자 주요 일간지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대통령의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선진국,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법률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장차관급 민변 출신 인사는 김외숙 법제처장 1명이며, 청와대 초대 비서관급 인사 중 민변 출신은 없었다. 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실장급 이상의 고위직에 임명된 민변 출신은 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주요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설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사설 <‘민변 도배’ 안 되듯이 ‘검사 편중’도 안 된다>에서 “윤 대통령의 말은 ‘문 정권에서 민변 편중 인사를 했으니 새 정부도 검찰 편중 인사를 해도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다른 것은 무엇인가. ‘편중’은 무엇이든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검찰 편중 인사’를 법치로 왜곡한 윤 대통령, 견강부회다>에서 “‘도배’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며 “민변 출신 장관도 국회의원·자치단체장 같은 선출직을 거친 사례가 대부분이다. 미국도 한국도 금감원장·국가보훈처장까지 ‘대통령 측근 검사’가 전진배치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역대 정부에서 검사의 공직 파견을 없애거나 최소화한 이유가 있다”며 “국정엔 유무죄를 가리는 이분법보다 예방·타협·조정이 더 중요할 때가 훨씬 많다. 검찰 네트워크가 장악해가는 ‘검찰국가’를 문제 삼는데, 대통령은 법치라고 에두른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사설 <"과거엔 민변이 도배" 검찰 편중 문제없다는 윤 대통령>에서 “심히 우려스러운 시각”이라며 “여론이 이른바 ‘검찰공화국’을 경계하는 것은 검찰이라는 막강 권력기관과 이곳 출신 다수 정부 고위직의 연결고리가 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 집단과 검찰을 비슷한 인재풀로 등치하는 것부터 무리거니와, 전 정부의 민변 과용을 비난하면서도 ‘나는 하면 안 되냐’라는 식의 반응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檢 편중 인사에 “과거엔 민변 도배”라는 윤 대통령>에서 “법을 전공한 사람이 힘 있는 자리에 많이 가는 게 법치국가라고 믿는 게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검찰 집단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떠나 국정을 설계하고 추진해 나갈 정부 요직에 특정 직역이 다수 포진할 경우 자칫 그 정부는 편향된 집단 무오류 사고의 함정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과거엔 民辯출신 도배”… 尹의 부적절한 검찰 편중인사 해명>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정집단에 편중된 인사는 반드시 뒤탈이 나게 마련”이라며 “끼리끼리 모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좁은 인재풀에서 과감히 벗어나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 능력과 다양성이 조화를 이룬 탕평인사야말로 국민 통합과 정권 성공의 지름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과 미국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기사 <[단독]美, 지방검사장 대부분 선출… 한국과 단순비교는 어려워>에서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지방검사장은 대부분 선거로 뽑힌다”며 “이 때문에 연방검사장이나 지방검사장이 정계 입문의 발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이들은 검사로 활동한 뒤 대부분 의회에 진출하거나 주지사 등을 거쳐 내각에 발탁된다”며 “즉, 정치인 자질이나 행정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이 있다. 한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바로 다른 정부 기관에 발탁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 “과거엔 민변이 도배”… 이게 검찰 편중 인사 해명인가>에서 “미국에서 ‘거버먼트 어토니’는 검사 외에도 민사나 행정소송의 정부 대리인을 의미한다”며 “윤 대통령이 그 말로 검사를 의미하려 했다면 미국 검사가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미국에서 많은 정계 인사가 변호사(lawyer) 출신이긴 하지만 검사 출신은 아니다. 특히 관계에서는 검사 출신이 맡는 최고위 자리는 법무장관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사설 <검찰 독식 비판에 ‘전 정권’ 핑계 댄 윤 대통령>에서 “미국 사례를 들어 검찰 편향 인사를 정당화하려는 것도 견강부회”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거번먼트 어토니’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정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를 말하며, 검찰 이외에도 다양한 직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활동한다. 이를 검찰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미국에서 검사 출신이 정·관계에 진출하는 것을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검찰이 대부분 지역별로 주민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데다 분권화가 강하게 이뤄져 있어 우리나라 검찰처럼 단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검찰 편중 인사 논란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또 해야죠"라며 검찰 출신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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