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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없이는 못 산다’는 생각 버려야 ‘위성 방송’이 산다[분석]유료방송 ‘합산규제’, 종일 국회 누빈 사업자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2.17 09:02

어떤 산업에나 점유율 규제는 있다. 공정거래법 제4조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2개 또는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이상인 경우” 해당 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다.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수량·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가진 사업자”라는 뜻이다.

   
▲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KT없이는 못 산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스카이라이프가 아닐까.

왜 방송을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3개 사업자가 90% 이상을 점유한 이동통신서비스시장은 출발부터 독과점이었다. 지금은 대기업 셋이 국회와 정부를 쥐고 흔든다. 삼성과 LG가 독점한 가전제품 시장도 그렇다. 사업자 서넛이 장악한 음원시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독과점에 대한 판단기준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시장점유율 기준 이외에도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독점에 대한 ‘규제’는 필수다. 기간산업사업자가 요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복잡한 인가 절차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 독점에 대한 사전, 사후 규제 장치가 가장 강력한 분야는 ‘방송’이다. 유료방송가입자 점유율 규제 기준은 ‘3분의 1’이고, 특정매체(신문+방송)의 시청점유율 규제 기준도 30%다. 그래야 ‘유료’ 콘텐츠에도 플랫폼에도 공공성과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방송에서, 시장논리가 공공성에 우선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민영방송 SBS와 유료방송사업자 케이블SO가 등장한 1990년대에도 ‘방송법’ 내 규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5대 케이블 사업자가 케이블시장을 석권한 지금 상황에도 ‘3분의 1’ 규제는 강력하다. 홈쇼핑과 방송프로그램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방송내용과 방송광고, 소유구조 규제 역시 강력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익을 쫓는 게 사업자의 생리다. 돈이 되는 지역에만 투자하는 사업자 탓에 공공성에 ‘공백’이 발생한다. 정부가 2002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전국 독점권’을 주고 케이블SO보다 더 많은 권리와 의무를 준 것은 이 때문이다. (방송도 복지로 볼 수 있다면) 정책효과는 분명했다. 2007년 초 위성방송 가입자는 200만이 넘었다. 2010년 KT에 편입되기 전인 2009년 말 가입자는 245만이 넘었다.

내버려진 위성방송 쓸어담은 KT

위성방송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둔 것은 2010년 KT계열에 편입되면서부터다. 2009년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가 등장했고, ‘단방향’ 사업자 위성방송은 급격하게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누가 거추장스럽게 집에 접시를 설치하려고 하겠나. KT는 이때 스카이라이프를 사들였고, 2014년 말 현재 지분율 50.10%(KT ENS 0.11% 포함)로 최대주주다.

상황을 복기해보자. 스카이라이프가 KT로 넘어간 배경에는 정부의 ‘방치’가 있었다. IPTV 등장으로 유료방송시장사업자가 출혈경쟁을 시작할 시기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스카이라이프에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각종 규제완화 선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국회는 위성방송 소유지분 규제를 폐지했다. 국내유일의 위성방송사는 내버려졌고, 결국 스카이라이프는 KT에 넘어갔다.

어쩌다보니(?) KT는 위성방송과 유선IPTV, 두 개의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동시에 소유한 유료방송사업자가 됐다. KT는 스카이라이프 계열편입 논의가 있던 2009년부터 전국 영업망을 활용, 스카이라이프 실시간방송과 KT IPTV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해 가입자를 당겼다. ‘입법공백’은 이때 발생했다. ‘규제 있는’ IPTV사업자가 ‘규제 없는’ 위성방송을 사들였는데 방송법도 IPTV법도 바뀌지 않았다.

불과 3~4년 만에 KT는 1위 사업자가 됐다. KT는 점유율 규제 상한선인 ‘전국유료방송가입가구 3분의 1’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규제 없는’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다. 지금 업계가 KT 대 반(反)KT로 갈리고, 케이블SO와 다른 IPTV사업자가 KT 견제에 사활을 걸고, 접시 없이도 위성방송을 볼 수 있는 DCS 같은 기술결합서비스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난해부터 국회는 KT의 IPTV 가입자와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산해 점유율을 규제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스카이라이프가 이에 항의하며 내놓은 웹툰에는 스카이라이프의 ‘공적 영역’이 담겨 있다. 유선네트워크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서 스카이라이프는 공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KT에 종속되면서 이 같은 역할은 규제 반대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합산규제, 결국 된다

결국 국회는 지난해 KT그룹을 규제하는 ‘합산규제’ 법안을 만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2010년 KT의 스카이라이프 계열 편입 때 생긴 ‘입법공백’을 메우기 위해 합산규제를 포함한 ‘통합방송법’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업자가 로비한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합산규제의 본질은 ‘2010년 위성방송 사유화에 대한 후속조치’다. KT도 반KT도 일 년 내내 합산규제 법안에 목숨을 걸고 있다.

KT는 “합산규제는 시장논리에 반하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지상파 플랫폼이 무너졌고 3천만에 가까운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는 것은 미디어생태계에 부적절하다.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소유한 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를 쥐고 흔드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플랫폼과 네트워크사업자의 리모컨 권력이 세질수록 ‘방송’은 망가진다.

대안은 스카이라이프를 ‘오픈플랫폼’으로 만드는 것뿐이지만 스카이라이프는 반기지 않는다. 지난달 정부가 통합방송법안을 공개했을 때, 이 회사 관계자는 “합산규제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요? KBS가 지분 넘겨받지도 않겠고…. 누가 외딴섬에 20만 원 들여 접시 다는 회사, 양방향도 안 되는 방송을 하려고 할까요?”라고 말했다. KT그룹을 ‘합산규제’한다면 스카이라이프는 다시 내버려질 게 빤하다.

합산규제는 불가피하다. 입법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3개의 IPTV, 5개의 MSO 등 여덟 마리 공룡이 지배하는 유료방송업계에서 KT든 아니든 특정사업자의 리모컨 권력이 세지는 것은 콘텐츠사업자와 미디어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한 사업자가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을 ‘사유화’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방송의 핵심은 공공성과 다양성이다. “합산규제만이 답이냐”는 질문은 그래서 틀렸다.

스카이라이프, 먼저 KT를 버려라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조해진)는 ‘합산규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밤새 여러 사업자들이 국회를 다녀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와 스카이라이프지부(지부장 장지호)마저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두 단체는 국회에 합산규제법안, 통합방송법 논의를 일단 멈추고, 오픈플랫폼 등 위성방송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위성방송의 지분제한 강화와 오픈 플랫폼화를 달성할 수 있는 입법 추진과 병행하여 위성방송이 갖는 공적 특수성과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존중하는 단계적 접근”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일견 합리적인 제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점유율 3분의 1이 코앞에 다가온 이 상황에서 합산규제를 논의하지 않으면, 위성방송의 공적 특수성은 더욱 망가지고, 다른 사업자의 구성원의 생존권은 무너진다.

위성방송은 이미 망가졌다. 언론노조 또한 “2011년 KT에 자회사로 편입된 이래, 본연의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위성방송의 공익적 특수성으로 인해 자율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높았지만 KT의 수익성 마인드에 막혀버렸다”고 지적할 정도다. 두 단체 이야기대로 점유율 3분의 1까지 남은 1년 동안 스카이라이프의 지배구조 재편을 논의해야 한다.

합산규제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논의된다. 스카이라이프는 이 시간에 독자생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국회를 돌며 언론노조 성명서를 배포할 상황이 아니다. ‘KT 없이는 못 산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살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구워삶아야 할 사람은 언론노조가 아니다. 공적 지배구조와 오픈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할 시기다. 지금 접시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건 스카이라이프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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