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산, KT가 유료방송가입가구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KT 독점’을 막자는 것. 7월 기준, KT의 IPTV와 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은 27.63%(올레TV스카이라이프 중복 제외)로, KT는 합산규제 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방송 공짜’ 영업을 해왔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는 ‘합산규제’를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개정안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KT를 좌지우지하고 싶은 정부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와 미래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미래부는 지난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미래부 중점 법안’을 설명했다. 미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미래부 이영미 뉴미디어정책과장이 “방송법으로 ‘상향 입법’하지 말고 시행령에 단서조항을 두는 식으로 합산규제를 추진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래부는 윤종록 제2차관 아래 방송산업정책과(과장 오용수)와 뉴미디어정책과(과장 이영미) 등 두 개 과가 붙어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영미 과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합산규제 이야기가 나온) 처음부터 미래부 의견은 시행령 개정이었다”며 “국회와 사업자들이 ‘이것으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미래부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 관계자는 “시행령은 정부가 ‘유보’할 수 있는 만큼 시행령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미래부가 ‘통신과 스카이라이프를 모두 좌지우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26일 쟁점이 없는 법안들을 논의한 뒤, 12월 초 법안심사소위(위원장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에서 홍문종, 전병헌 의원 법안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위성방송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스카이라이프가 KT에서 계열분리돼 공적 지배구조를 갖춘 뒤, 여러 방송사업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오픈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33% 점유율 규제를 시행한 뒤, 스카이라이프의 지배구조 변경 작업이 끝나면 규제를 바꾸는 ‘일몰제’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합산규제 주체와 방법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KT와 반(反) KT 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로비 싸움이다. KT는 현재 국회와 정부 담당자를 총동원해 방송법, IPTV 개정 논의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이영미 과장은 “KT가 미래부에도 자주 오고, 국회도 자주 출입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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