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승우 칼럼] 윤석열 정부의 보도전문채널 YTN 사영화 조치는 한국 언론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7일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YTN 매각을 결정한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방통위가 방송 장악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서류만 있는 회사,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는 방송사를 소유할 수 없다고 한 지난 2015년 방통위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다.”라며 즉각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윤석열 정권의 YTN 사영화 시도가 언론장악 수준을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동관이 날치기 매각을 밀어붙이더니, 이번에는 ‘방송 문외한’ 검사 출신인 김홍일 위원장이 '무심사 불법 매각'을 시도한다. 방송사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에 필수적인 심사위원회는 재의결 과정에서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YTN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함에 따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적 소유구조를 유지해 온 24시간 보도전문채널 YTN의 위상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절차상의 문제와 함께 공영방송계의 구조적 악화가 더욱 심화될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김홍일 위원장이 7일 정부 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6차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김홍일 위원장이 7일 정부 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6차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공영방송계의 구조적 악화

윤석열 정부는 지난 수개월 동안 방통위 등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조치를 취해 공영방송 시스템을 파괴해왔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연합뉴스 정부구독료를 대폭 감축한 데 이어 YTN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가짜뉴스 퇴치 방식에서 가장 중시하는 공영, 공익언론의 육성에 역행하는 조치다. 유럽연합 등이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공영언론의 뉴스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집중지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정부가 국가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의 정파적 미디어 정책에 매몰되어 국제 정세에 눈을 감으면서 국가 미디어 경쟁력을 약화시킨 우를 범한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가동하는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내세우는 것도 심각하다. 글로벌 시대 국내 정보통신 기업의 보호, 발전을 위한 전략과 비전 제시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방송통신 정책 관장 기관의 수장을 검사 출신으로 앉힌 것은 가히 국제적 코미디라 할 수 있다. KBS에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이 벼락치기로 싹쓸이하듯 인사조치를 한 것 역시 민주주의, 법치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청부 민원’ 의혹 속에 가짜뉴스를 들먹이며 후안무치한 모습으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더욱 가관이다. 법적 뒷받침이 없는 가짜뉴스 기구로 언론을 겁박하는 행위는 보도지침을 앞세웠던 박정희, 전두환 식의 언론탄압 연장선상에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정부가 대통령 인사권을 앞세워 방통위와 방심위 위원들의 임면을 비상식적으로 남발하는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치,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져 있다. 또한 두 기구가 합의제 기구라는 기본 성격을 원천적으로 짓밟는 조치다.

유례없는 과징금, 그 뒤엔 위원장 가족·측근 민원이?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유례없는 과징금, 그 뒤엔 위원장 가족·측근 민원이? (MBC 뉴스데스크 12월 25일 자 보도화면 갈무리)

시대에 역행하는 공영언론 제도

공영, 공공언론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급증한 허위보도에 대처할 언론 시스템의 하나로 그 육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를 물려주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허위보도는 정치적, 경제적 부당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전문가도 식별이 쉽지 않아 시민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등은 허위보도에 대한 대처는 언론의 자율적 대처가 최선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를 위해 공영언론 육성, 언론사 지원 등의 방식을 강화해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영언론의 구조적 개악 시도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취해지고 있는데 그 방식 역시 치졸하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원장을 앞세워 위원 두 명이 전횡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KBS 이사장과 이사들을 현직에서 몰아내고 대통령실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대신 앉히는 파렴치한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관련 보도 등에 대해 언론사의 정당한 사실 확인 요청에 귀를 막은 뒤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해왔으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엔 언론 탓이라는 식의 주장을 앞세웠다. 이런 모습은 박정희 정권 이래 정치권력의 언론탄압이 그 방식을 달리할 뿐 내용면에서 유사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언론자유 보장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상식에 정면 위배되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한다.

KBS‧YTN‧TBS 사옥
KBS‧YTN‧TBS 사옥

정권에 불리한 보도는 가짜뉴스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폄훼하면서 대중매체를 적대시해왔다. 이런 행태는 소수 언론보도를 구실로 삼아 이뤄지고 있지만 소뿔을 고친다며 소를 잡아 죽이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피했어야 할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를 통해 방송계를 초토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와 그 추종자들은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로 공격하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지만, 가짜뉴스의 속성을 살필 때 개념 규정이 모호하며 따라서 전 세계가 대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U는 가짜뉴스 대신 ‘조작된 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고했고, 영국 정부도 공식 석상에서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 대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혹은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공공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짜뉴스는 미국식 표현인 ‘Fake News’를 번역한 것인데 이는 ‘조작뉴스(fabricated news)’ 또는 ‘허위정보(false information)’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짜뉴스는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잘못된 정보(disinformation)’이다. 언론사의 ‘오보(misinformation)’의 경우 일부러 거짓정보를 유통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면 가짜뉴스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처럼 정권 차원에서 그 대책에 올인 하는 경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민주주의와 법치, 원칙’ 주장이 얼마나 해괴한 것인가가 저열한 방송 대책에서 거듭 드러나고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