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김백 전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이사장이 YTN 사내이사에 임명되면서 대주주 유진그룹의 사장선임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정경유착에 의한 언론 파괴이고, 시민의 보도전문채널을 강탈하는 것”이라며 YTN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우리사주조합원들이 '김백 이사 선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9일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우리사주조합원들이 '김백 이사 선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우리사주조합, 소액주주들의 반발 속에 열린 29일 YTN 주주총회에서 유진이엔티가 제안한 사내·외 이사 선임안이 의결됐다. 김백 전 공언련 이사장과 김원배 전 YTN 국장이 사내이사로,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연세대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 김진구 유진그룹 부사장이 사외 이사로 선임됐다. 

또 유진이엔티가 제안한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안이 통과됐다. YTN은 같은 날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백 전 이사장을 사장으로 전임할 예정이다.

YTN 우리사주조합원들은 이날 주총장에서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 “무자격 사장 물러가라”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발언권을 얻으며 김백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YTN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급락해 주주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조합원들은 주총장 입구에서 ‘김백 복귀 반대’ 피케팅을 진행했다.

언론노조 YTN지부가 29일 YTN 주주총회를 앞두고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YTN지부가 29일 YTN 주주총회를 앞두고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한 조합원은 흐느끼며 “전날 YTN 사내 게시판에 글이 올라 왔는데 보고 싶지 않았던 ‘민영방송 YTN’이라는 글자를 봤다.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민영방송 YTN’이라는 새 술에 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김백이라는 흙탕물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흙탕물을 모두 끄집어 내려면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간곡히 부탁드린다. YTN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나연수 우리사주조합장은 “YTN의 펀드멘탈은 맨파워에 있다”며 “KBS에 훨씬 못 미치는 인력으로 24시간 뉴스를 하면서 국민의 생명이 위험할 때마다 특보 체제로 바로 전환해 국민들이 ‘YTN이 재난주관방송을 해라’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YTN 직원 75%가 일할 의욕을 잃고 긴 싸움을 준비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YTN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고한석 YTN지부장을 비롯해 조합원들은 신임 이사 선임안 반대 발언을 이어갔다. 

한 소액주주는 “이사 보수가 10억 원으로 변경되면 66.7%가 오른 것인데, 적자라면서 이렇게 많이 올려도 되냐”며 유진이엔티 설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주주는 “태영건설이 SBS를 내놓는다는 말이 들리는데, 유진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도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유진이엔티 측은 “사내이사 2명을 늘린 것에 따라 보수 한도를 함께 늘린 것”이라며 표결을 강행했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 대다수가 반대에 손을 들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9일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9일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우리사주조합은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자 “권력 비호 이사, 기업가치 훼손한다” “유진그룹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퇴장했다. 한 참석자는 “YTN을 만만하게 보지말라”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YTN 사옥 앞에서 <‘권력의 나팔수’ 김백은 YTN에 발 들여놓을 수 없다>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유진그룹은 용산의 언론 장악 하청업체를 자처해 김백이라는 죽은 망령을 되살려 YTN을 장악하려 한다”며 “이날 YTN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의 박지훈 앵커가 하차됐고, 극우 유튜버 배승희가 목소리를 내게 생겼다. 정권 마음에 안 들면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진행자가 교체되는 KBS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YTN에서 벌어지게 생겼다”고 규탄했다. 

고 지부장은 “김백은 공언련을 만들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김건희 디올백 보도’를 스토킹이라고 폄훼하면서 정권 비호에 앞장섰다”며 “이런 자가 사장이 되면 YTN은 어떻게 되겠나.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될 것 같은데, 지치지 말고 싸워 버티고 버텨 권력 비판, 사회적 약자 보호, 민주주의 증진,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상식 이하의 인사들이 YTN 인사와 경영, 보도를 통제하고 YTN 구성원의 양심을 짓밟은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면서 “그것은 그들의 끝도 가까워졌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저들이 잠시 분탕질을 치고 조직을 더럽히려 할 것이지만 분노를 갖고 영리하게 버텨내 싸워나가자”고 당부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민영화라면 좋은 경영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과연 김백 씨가 그런 자인가. 이건 민영화가 아니라 유진그룹의 YTN 인수목적이 권력의 명령에 따라 YTN 파괴하려는 것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것은 정경유착에 의한 언론 파괴이고, 시민의 보도전문채널을 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국민과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다. YTN 구성원과 함께 언론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끝까지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백 전 공언련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YTN 해직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7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 언론인 50’에 이름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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