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가 경기지역 지상파라디오(FM 99.9㎒) 방송사업자로 OBS를 선정했다. 애초 심사 과정에서 1위를 기록했던 교통전문방송 TBN이 도로교통법상 종합편성이 불가능해 2위인 OBS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초유의 지상파 자진폐업 사태로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내몰린 지 2년 2개월 만이다.

방통위는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새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자로 OBS를 선정했다. 방통위는 "추가적인 검토과정을 거쳐 경인방송·도로교통공단 2개 사업자는 신청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자로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5개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OBS를 허가 대상 법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7일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조합원 전원은 정리 해고됐다. 경기 방송 노동자들이 해고 당일 수원 경기방송 사옥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 (사진=미디어스)

지난 2월 발표된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자 심사 결과는 ▲도로교통공단(TBN) 787.01점 ▲OBS 784.15점 ▲경기도 759.88점 ▲경인방송 738.76점 ▲뉴경기방송 709.15점 ▲경기도민방송 691.01점 ▲케이방송 686.15점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방통위는 TBN을 허가 대상 사업자로 선정하는 것을 보류하고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TBN은 도로교통법상 방송 사업 범위가 '도로교통안전에 관한 홍보 및 방송'으로 한정돼 종합편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경인방송의 경우 외국인 주주가 있어 허가 부적격 사업자로 분류됐다.

방통위는 OBS가 3개월 이내에 허가 신청서에서 제시한 투자자본금의 조달을 완료하면 허가증을 교부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허가 신청서에서 제시한 계획의 이행 담보 등을 위해 필요한 허가조건을 부가할 예정이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구 경기방송 자진폐업 이후 사업자 공모와 선정이 늦어진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김효재 위원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종사자와 가족, 방송을 잃은 경기도민의 박탈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과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위원은 "2년 2개월 동안 지연됐다"며 "신중한 건 이해하지만 이런 문제는 좀 더 신속하게 추진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늦어져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형환 부위원장은 "오랜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방송사를 선정했다. 조속히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남은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2년여만에 방송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민과 직원들에게 늦은감이 있지만, 남은 절차가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사무처에 당부했다.

민간자본 대주주의 자진 폐업과 함께 2년 2개월의 해고기간을 견뎌온 구 경기방송 노동자들은 방통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투쟁 기간이 길어지면서 19명의 해고노동자 중 7명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났다.

장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사업자 선정이)너무 늦어서 방통위에 아쉽고 섭섭하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준 것 같아 방통위 판단 자체는 존중한다"며 "저희의 목표는 가장 빠르게 모두가 고용승계 되는 것이다. 100% 고용승계라는 절반의 목표는 이룬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OBS 사옥 (사진=OBS)

OBS가 이번 공모 과정에서 약속한 내용은 ▲구 경기방송 직원 전원 고용승계 ▲방송인력과 송중계소를 활용한 빠른 개국 ▲지역 청취자 운영·제작 참여를 보장하는 '개방형 라디오 방송국 지향 ▲독자적 경영·편성·제작을 보장하는 독립본부 형태 ▲경기도 취재권역 세분화 및 취재 인력 대폭 보강 등이다. OBS는 다른 신규 진출 사업자들에 비해 방송광고결합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OBS는 제작비 투자 미이행 등으로 2019년 방통위로부터 '허가 취소' 조건의 재허가를 받았고, 2020년에는 2016년 제작비 투자 재허가 조건도 이행하지 못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또 OBS는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주요 인사와 노사협상 시기마다 대주주의 영향력 행사로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져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장 지부장은 "민간자본의 방송 사유화로 인해 경기방송이 폐업을 맞았다. 이 경험을 살려 다시는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으로서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지부장은 제2, 제3의 경기방송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통위가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장 지부장은 "또 다른 경기방송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방통위에 물어왔다"며 "사업자가 방송 허가를 반납해도 다음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 방송이 끊기지 않도록 반납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방통위의 남은 숙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OBS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는 향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라디오 방송 개국 등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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